제가 매우 어렸을땐 쩔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고 단어조차 생소했었습니다.
쩔의 어원은 의견은 분분하지만 얼추 가장 적합해보이는것을 언급하자면
저렙이 고렙을 쫄쫄 따라다닌다해서 쫄쫄이->쫄->쩔
이렇게 변형된게 아닐까 합니다.
처음 쩔이 성행했던 게임은 알 수 없으나
요즘 rpg게임들의 대부분은 쩔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들은 게임사가 의도한 육성방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어떻게 더 빠르게 캐릭터를 키울까
혹은
본캐는 이미 쌘데 부캐를 키우고싶은데 지루한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본캐를 이용해보다가
그 유저들이 적합한(몹이 비선공이거나 부캐가 안전할 수 있는 위치가 있는) 사냥터들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유저가 몰리면서 정형화 되는 방식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초기 쩔은
겜을 같이 하는 지인들끼리나 길드내에서 고렙이 저렙 유저들을 빠르게 렙업 시켜주기 위해 많이들 했었습니다.
저는 게임을 할때 주변 지인들과 같이 하지 않는 편이며
길드도 그리 잘 드는 편도 아니었으며, 사냥도 파티플레이를 잘 하지 않았기에
쩔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그닥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입장이었습니다.
그냥 그러거나말거나 식이었는데 쩔에 대해 안좋은 입장을 가지게 된것은
어제 나랑 자리싸움(?) 하며 사냥했던 놈이 담날 쩔을받고 나타나 레벨업을 좀하고 쌔져와서 사냥터 독식을 하는걸 겪고나서부터 였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더욱 굳어진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쩔들이 단순히 인맥이나 본인 부캐가 아닌
'돈' 에 의해서 좌지우지가 될때였습니다.
위 스샷처럼 돈을 내고 빠른 레벨업을 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란게 쩔해주는사람이든 쩔을 받는 사람이든 어느 한쪽은 먼저
노동을 지불하거나 돈을 지불해야했기에
각종 사기들도 빈번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선불을 주면
이렇게 그대로날라버리는 쩔사기
이런 부정적인 측면들이 발생하자 게임사들은 쩔 기능에 제제를 가하기 위한 방식을 도입합니다.
특정 레벨 차이 이상 파티는 경험치 균등 불가.
특정 레벨 이상 유저는 던전 입장 불가.
몬스터와 특정 레벨 이상 차이나면 경험치 획득 불가.
등등...
저는 쾌재를 불렀죠.
'이제 저정도면 쩔을 못받겠지...'
하지만 유저들은 어떻게든 쩔루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루트가
쌔고 고렙 몹을 잡는 저렙 고장비 '범위격수'
그 격수와 파티를 맺는 돈쩔들.
파티를 하진 않고 옆에서 버프와 힐등 보조를 하는 고렙 힐러.
필요에 따라 여유가 있으면 파티를 하지않고 주변몹만 몰아다 몸빵하는 고렙 탱커.
이런 구조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거의 포기 상태였죠
물론 좋지않은 시선은 그대로 저렇게 키우면 뭔재미야 뭐하러 게임하지? 등등..
하지만 제가 지금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더군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게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줄 알았습니다만 착각이었죠.
시간은 늘어났을 수 있으나 그 시간을 게임에 투자 할 수 없는 '나이'를 하나하나 먹다보니
혹은 그 시간을 돈을 버는데 투자해야하는 상황이니 rpg게임의 가장큰 컨텐츠 이자 저해요소인
'레벨업 노가다'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겁니다. 물론 특정 레벨이상이되면 그 노가다가 극한에 달해 재미도없고...
그 노가다 할시간에 편의점알바라도 나가서하면 그돈 쪼개서 좋은 장비사거나 쩔받는게
훨씬 빠르고 생산성도 있어보이고....
물론 그냥 즐기면서 천천히 크면되지 란 생각도 하지만 겜이란게 하다보면 그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흐려질 때가 많이 생기더군요 ㅋ
게다가 학창시절과 달리 수중에 돈이 있고 씀씀이가 커지다보면..
술한잔 안먹지뭐.
옷한벌 안사지뭐.
그런 생각도 들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라그나로크 라는 게임을 하고있는데
물론 여기에도 돈쩔이란것이 존재합니다.
이번 경험치 50% 이벤트를 맞아 한번 받아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느정돈데 그렇게 돈내가면서 받는지 나도좀 받아보자!!)
여기는 생체실험 던전이라는 곳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통로 위쪽으로 저렙 쩔캐들이있고
몰이들이 몹을 몰아오고
몸빵이 계단 오른쪽위에 수라캐릭 세워놓고
그뒤에 레인져 격수 둘이서 범위기로 한두방날리면 다죽는 시스템입니다.
시간당 400만 제니를 받더군요 (현금 4000원정도)
좀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일단 한번 받아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혼자 사냥하면 10시간 이상 노가다 해야할거를 2시간이면 레벨업을 하더군요...
호옹이...
정말 제 수중에 돈이 많으면 계속 받고싶어지는 쩔입니다.
제가 이글을 쓰는 이유는
쩔이 좋다 나쁘다 이것을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오묘함' 에대해 한번쯤 언급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렷을적의 치기로만 글을쓰자면
쩔은 나쁘고 없어져야하고 게임의 재미를 저해 하는 요소다!!!
라고 하겠지만
그 쩔이 있음으로서 시간을 많이 내지못하는 주 '소비층'인 직장인들이 그 게임을 계속 즐기고
레벨업의 지루함을 덜어줄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마무리는 없습니다. 투표도 없습니다.
저도 불과 몇년전까진 쩔이 싫었지만 나이만 먹었을뿐인데 생각이 달라지니까요.
그때그때 처한 본인의 상황과 의견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