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저들이 노가다 게임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길래 아무런 의심 없이 내가 생각했던 노가다의 정의를 게임에 대입시켜 버렸다. 하지만 이내 내가 내린 노가다의 정의가 틀렸다는걸 깨달았다.
일반적인 유저들이 정의 내리는 노가다의 개념은 게임관련 글이나 덧글들을 보며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반복적인 패턴을 가지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플레이를 말한다. 몹을 반복적으로 끊임 없이 죽여야 할 때와 몹의 A.I가 낮아도 노가다 게임이라 말한다.
현실에서의 노가다 즉, 내가 섵불리 판단했던 노가다의 정의를 살펴보자. 한마디로 3D 직종이다. 육체적인 일은 죽어라 하며, 몸은 힘든데 벌이는 시원찮다. 그리고 반복적인 패턴이 일을 더 힘들게 한다. 이게 현실에서의 노가다다. 물론 벌이가 좋은 노가다도 있다. 편한 노가다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기술이 없는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노가다를 말한다면 필자가 내린 정의에 가깝다.
반복적인 패턴만을 가지고 노가다를 지칭하는 정의를 내렸다면 분명코 반복적인 삽질만 하는 노가다를 해 본 사람이 정의를 내렸을 것이다. 이 세상 어느것이 반복적인 패턴이 아닐 수 있겠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해서 저녁에 돌아온다.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는다. 그럼 이 모든걸 노가다로 표현해야 하는가.
유저들은 몹의 A.I가 높거나 몹을 반복적으로 잡는게 아니라 많은 퀘스트가 가미되면 노가다를 탈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힘들게 퀘스트를 해도 주어지는 보상이 낮다면 노가다로 정의해야 한다. 몹의 A.I 또한 아무리 발전해도 같은 패턴일 수 밖에 없다. 다만 경우의 수를 많이 두거나 랜덤으로 해서 지루함을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그 주어지는 보상이 낮다면 노가다 일 수 밖에 없다.
유저들은 쉽게 말한다. 우리나라의 MMORPG는 노가다 게임이라고.
예를 들어 앵벌이를 보자. 장기간 노력을 해야 한다. 반복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다. 고난이도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보상 조차 랜덤이기에 그 만족도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이렇게 본다면 분명히 앵벌이는 노가다로 지칭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MMORPG의 사냥 패턴을 보자. 과연 경험치가 낮은 몹을 장기간 잡으면서 힘들게 렙업하는 유저들이 얼마나 있는가. 방어구와 무기를 강화해서 자신의 기본 능력보다 높은 몹을 잡아서 많은 경험치를 획득해 그 만족도를 높인다. 하지만 이걸 일반적인 유저들은 노가다로 쉽게 정의 내려 버린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완성도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수많은 반복되지 않는 퀘스트를 따라 가면서 레벨업을 한다면 노가다라는 정의를 내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를 다시 키울 땐 반복적인 패턴으로만 보자면 노가다가 된다. 머리를 사용해서 좀 더 빠른 레벨업을 하고 싶은데 레벨업의 시간은 똑 같다. 시간의 투자만큼 레벨업을 하게 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차라리 두뇌 그리고 컨트롤이라는 고난이도 컨트롤을 사용해서 더 빠른 레벨업을 할 수 있는게 더 비노가다적이지 않는가.
일부 유저들은 말한다. 게임의 노가다를 즐긴다고. 게임에서 노가다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하느냐고. 이들의 플레이는 이미 3D 노가다가 아니다.
또다시 예를 들어 보자.
일부 유저들은 몹의 A.I가 높아져도 반복적인 패턴의 노가다를 탈피 할 수 없다고 한다. 몹의 A.I가 어느 정도 높아져야 반복적인 패턴을 탈피할 수 있는가. 몹이 스스로 학습하여 유저들이 플레이 하는 캐릭터의 공격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경지가 되어야만 반복적인 패턴이 사라질 것이다. 만약 이런 A.I의 경지가 가능해 진다면 유저들은 몹을 죽이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도 있다.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아닌 이상은 반복되는 패턴이 존재하게 된다.
우주는 반복적인 패턴을 가지고 움직인다. 하지만 그 주기가 짧게는 한달 많게는 수십억년이기에 지루하지 않다. 그 누가 우주를 보고 캐 노가다를 하고 있다고 표현하는가.
이젠 결론을 내려 보자.
반복적이고 지루한 패턴만을 가지고 노가다라고 정의하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반복적인 패턴만을 노가다로 정의한다면 이 세상 전체 또는 이 우주 자체가 노가다인것이다.
이젠 이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패턴과 투자한 시간만큼 만족도가 없거나 힘들게 레벨업이나 퀘스트를 해도 그 보상이 미미할 때 노가다라고 정의 해야 할 것이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패턴을 가졌더라도 자신이 익힌 고급 컨트롤 또는 두뇌 플레이에 의해 더 빠른 레벨업을 할 수 있다면 이미 노가다가 아닌 것이다.
손가락 끝이 떨리는 컨트롤로 보스몹을 잡아 본적이 있는가. 순간의 컨트롤 실수로 보스몹에게 누워본적이 있는가. 이 보스를 잡는 것 역시 똑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노가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몹의 A.I가 떨어지는 게임의 경우 반복적인 패턴으로 장시간 플레이 해야 한다. 사냥이 힘든게 아니라 아주 싶다. 어쩔 땐 반복적인 동작을 대신 해 주는 오토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당신이 노가다를 해 봤다면 노가다가 쉬웠는가.
함부러 노가다를 아무곳에나 갖다 붙이지 말라.
마지막으로 노가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명사] 노동자, 막일꾼, 인부
아무런 기술이 없어서 단순한 동작만을 요하는 힘든 육체적인 일과 적은 보수를 받는 일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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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프 개편 되고 나서 처음 글을 적네요. 예전부터 게임 노가다의 개념에 대해서 반론하고 싶은 마음은 많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이 사용하는 의미라 반론이 허용되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돌이 많이 날아 올 같지만 용기를 내어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몹들은 몰라도 채취는 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