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프에 글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와서 일일이 꼼꼼하게 읽을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레이머스"님의 경험담 글을 보니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경험담에 의거한 글을 하나 올려봅니다.
글의 주제는 본문 마지막 부분에 적었습니다.
NEWS에 오르내릴 정도의 진정한 폐인들은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게임의 상황을 현실로 이끌어 내서 게임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게임의 상황을 재현하는 부류들일겁니다.
게임을 하루에 10시간, 20시간을 하는 폐인일지라도 이런 부류의 폐인들에 비하면 폐인축에도 못 끼일겁니다.
곰곰히 저의 과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시 진정한 폐인이었더군요. 그래서 저의 경험담을 공개해 보고자 합니다. 게임의 상황을 현실로 즐겨보고자 했던 열정 때문에 힘도 들었고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습니다. 중요한건 일말의 후회도 없다는 겁니다.
게임폐인의 계기
제가 게임이 복잡할 수도 있다라는 걸 처음 알게된 계기는 삼국지3였습니다. 그 이전엔 주로 동네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겼죠. 삼국지3는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저의 집엔 PC가 없었습니다. 친구집에 가서 벽에 걸려 있는 삼국지3 이용 스케쥴표(?)에 비어 있는 시간대에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너무 재미있더군요. 구경하는 것 조차 재미 있었습니다. 서서히 게임 폐인으로 가는 조짐이 보였던 것 같아요.
머지 않아 저에게도 PC가 생겼고, 삼국지4가 출시되자 돈을 열심히 모아서 덜컥 사고 말았습니다. 삼국지4 풀세트를 현재 소장하고 계신분이 몇분이나 될까요? 그래서 저의 소장품을 공개해 보겠습니다.
▲소장중인 <삼국지4> 박스세트
이렇게 저의 게임폐인 인생은 시작됩니다.
PC가 생기니 삼국지 외에도 할만한 게임들이 너무 많더군요. 근데 그중에 하필 비행시뮬레이션에 열광을 해 버렸습니다. F15 스트라이크 이글을 처음으로 플레이 한 이후로 F117 스텔스, 아파치, 도그파이터, 해군전투기, 척예거의 공중전, 유로피안 에어워, 팔콘, 코만치,에어커맨더, 에이스컴뱃, 등등 제가 접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비행시뮬레이션 게임들을 섭렵해 나갔습니다.
정품을 산 경우도 있고, Copy도 했으며, 잡지책에 부록으로 나온 것도 있고, 데모버전과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구한 것도 있습니다.
아예 게임 설명서를 옆구리에 끼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정을 불 살랐죠. 이번에도 제가 소장중인 비행시뮬레이션 게임 박스셋을 공개하겠습니다.
▲소장중인 비행시뮬레이션 박스셋과 각종 설명서(많이 잃어버림)
이렇게 비행시뮬레이션에 심취하던 중에 저에게 있으서 만큼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멤피스벨"이라는 2차대전 폭격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와서 보고 난 뒤에 비행시뮬레이션의 시대상에 대한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젠 게임에 감정까지 실게 되었습니다. 뭐... 척예거의 공중전을 할 때 이런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요.
직접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생기다.
멤피스벨을 모델로 한 "B-17 플라잉 포트리스 더 마이티 에잇"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즐겼죠. 그러던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방구석에서만 게임을 즐길게 아니라 현실에서 즐겨 보자"
"가상세계는 이젠 지겹다. 현실을 직접 느끼고 싶다"
Oh My GOD~!! 이 얼마나 위험한 진정한 게임 폐인 다운 발상입니까? 하늘을 직접 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제가 옥상에서 우산들고 뛰어 내렸다고 지레짐작은 말아 주세요..;; 그렇게 되었다면 신문지상에 대문짝 만하게 나왔겠죠..;;
그날 가까운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에 회비 3만원 주고 가입을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쏟았던 그 많은 열정을 패러글라이딩에 쏟아 부었습니다.
첫비행을 하던 날 무척이나 긴장했습니다. 약 100여명이 지켜 보는 가운데 제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었죠. 여기저기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구요.
네발자국만 가면 절벽이었습니다. 그리고 눈 딱 감고 미련없이 절벽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이런... 절벽 아래로 바로 추락하더군요. 죽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어깨가 아플 정도로 엄청나게 강한 힘으로 당기는 걸 느꼈고, 그 누군가는 바람이었습니다.
하늘 위로 빠르게 솟구쳐 올라가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생각은 허무하게도 "F15 스트라이크 이글"에서 보았던 게임 속의 배경이었고 그 배경과 현실의 배경을 비교 해 보았을 때 너무나도 똑 같았습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그것도 잠시,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30분의 비행을 마쳤지만요.
▲이곳은 제가 4번째 비행을 한 장소입니다.
운전하는거랑 똑 같습니다. 다만 2D와 3D의 차이입니다.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접다
제가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접했을 때 저의 인생에서 충격적이었지만 실제 비행인 패러글라이딩을 했을 땐 게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차원이 틀린 충격이었습니다. 게임에서 컨트롤 실패는 캐릭터의 죽음이지만 현실에서 컨트롤 실패는 정말 죽을 수 있으니깐요.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은 현실의 비행으로 인해 의미가 없어져 버렸고, 그 이후 2년간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와 함께 열심히 비행을 하였습니다.
혼자 방구석에서 게임으로 비행하던 저에게 실제 비행과 그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동료들과의 끈끈한 우정은 게임 보다 현실의 우월성을 보여 주었고, 현실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주) "동료들과의 끈끈한 우정"이라는 것 때문에 요즘 제가 MMORPG에 몰입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
되짚어 보면 제가 비행시뮬레이션을 통해 얻고자 했던게 무엇이었을까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이었을 겁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접함으로 인해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욕망으로 인해 폐인이 되었을 거구요.
그리고 많은 시간을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었구요. 대리만족이 아닌 실제로 하늘을 날았을 땐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은 더 이상 저에게 의미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어떤 게임을 하던지 간에 이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폐인으로 발전할 가망성이 생길겁니다. 하지만 그 열정을 현실로 되돌린다면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옥상에서 우산 들고 뛰어 내리느냐와 패러글리이딩을 하느냐의 선택의 차이일겁니다.
게임과 현실은 틀리기 때문에 게임의 열정을 현실에 반영할 수 없다는 의견에 전 절대 공감할 수 없습니다. 게임의 열정이라는 에너지를 현실에서 올바르게 소비 한다면 인생에 있어서 큰 도움 내지는 또다른 현실을 접할 수 있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어쨋든 전 게임에서도 폐인이었고 현실에서도 폐인이었습니다. 좋은 말로 매니아라고도 하죠. 폐인이 되지 않을려면 무엇이든 건성건성 해야겠죠. 주류에 속하지 않고 항상 비주류에 속해 있어야 폐인 소리를 듣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폐인 소리를 듣지 않는게 정답일까요?
"그래 나 폐인이다"라고 당당히 외치며, 게임이든 현실이든 열정을 불사르는게 정답이라고 봅니다.
허접한 경험담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둠과 듀크뉴캠에 쏟아 부었던 FPS의 열정을 현실로 돌린 스토리도 있는데 이건 다음에 시간 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