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참, LOL에 등장하는 우디르도 아니고. 상황에 따른 발 빠른 태세 전환에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게임 개발자와 유저. 그냥 게임인이라고 통합해서 말합시다. 암튼, 게임인에게는 공통적인 적들이 몇 분 계십니다. 여성가족부라는 게임과는 상극인 단체도 있고 말이죠.
그 중 게임탄압 최종보스라 불리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이름을 한 번 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신 의원은 게임을 마약, 도박, 알코올과 같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4대 중독법(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지난 2013년 발의한 인물입니다. 말 그대로 게임 개발자를 비롯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 모두에게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너희는 마약을 쳐 하고 있는거야”라고 했던 인물이죠.
게임탄압 최종보스라 불리는 신의진 의원
그런데, 신 의원이 지난 11월 12일 부산에서 개막한 지스타 2015 국제 게임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했습니다. 게임을 적대시하던 신 의원의 지스타 방문을 어떻게 봐야 할지 참 난감한 상황에서, 축사 중 내용을 살펴보면 예전과 달리 신 의원은 현재 게임 산업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기능성 게임에 한정되어 있지만요.
사실 신 의원의 태세 변환은 작년부터 조심스럽게 일어났습니다. 4대 중독법 발의 후 지난해 장애우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하는 등 게임과 관련한 행사 이곳저곳에 얼굴을 비추면서 게임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여 온 것이죠. 이번 지스타 2015 국제 게임 컨퍼런스 축사는 지스타 위원회의 초대로 이뤄진 것인데, 신 의원의 달라진 행보에서 살펴보자면 전혀 어색함이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년 9월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게임업계는 물론이고 게임인들은 많이 멍들고 상처 받았습니다. 셧다운제, 쿨링오브제,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중독법 등 게임산업에 대한 갖가지 규제가 더해지면서 게임업계가 멍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각종 규제 펀치에 맞아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탄압 최종보스가 태세 변환하여 “사실은 게임 산업에 관심이 생겼다”라는 말로 많은 신 의원을 자신들의 아군으로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힘듭니다.
이를 증명하듯 신 의원은 지스타 행사 중인 13일 부산 벡스코 현장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달린 댓글 중 신 의원에게 우호적인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글을 내려야 할 정도로 부정적인 시각의 댓글이 많았고, 이는 현재의 게임인들이 신 의원에게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에 올라온 신의진 페이스북의 글
댓글에 달린 많은 이들의 부정적인 시각
신 의원의 이런 태세 변환에는 신 의원이 정말로 게임산업의 긍정적인 부분을 인지했다는 인식도 있는 반면에 지역구 출마 때문이라는 설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신 의원은 새누리당 대변인이며, 서울시 양천구를 지역구로 20대 국회의원을 결심한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천을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결국 게임인들. 나아가 국민들에게 게임산업에 정말 관심이 생겼다는 인상을 제대로 심어주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게임인들은 결코 사과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멍들고 상처를 입었는데 거기다 대고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는 정도로 아픔과 치욕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진정성을 담고 게임업계를 위해 물신양면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외면한 게임인의 시선을 돌리는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