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36계중에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이 있습니다. 자신의 칼은 더럽히지 않고 남의 칼로 적을 해치우는 겁니다.
엔씨소프트에서 유저들에게 이 요금제를 받아 들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유저들 스스로 반목을 통해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10시간 이상을 하는 하드유저건 10시간 이하를 하는 라이트 유저건 간에 엔씨소프트의 덫에 걸려버리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너무나도 적절한 게임 이용 요금과 종량 시간과 기간제한으로 인해 유저들은 갈피를 못잡고 스스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하드유저와 라이트 유저를 다 잡아 버리고 무혈입성하는 상황입니다.
[요금체계를 꼼꼼하게 살펴 보겠습니다]
1.정액제 19,800원 - 피드백이 전혀 없는 요금제
가장 중요한 한달 요금입니다. 경쟁사와 비슷하기에 유저들에겐 거부감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요금에 대해 엔씨소프트가 받을 피드백은 전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19,800원이라는 요금을 변경시킬 피드백이 전혀 없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유저들에게 거부감이 전혀 없는 19,800원이라는 요금을 일단 제시하였습니다.
2.하루 10시간 - 하드 유저들을 제압하기 위한 차도살인의 계책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치 처럼 보입니다. 월 300시간 19,800원이라는 요금제만 생각해도 유저들 스스로 하루 몇시간을 해야 300시간을 채울 것인가를 계산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10시간이 강조되었다는건 바로 손자병법의 "차도살인"이라는 계책을 마련한겁니다.
왜 하루 10시간이라는 의미가 중요한지 보겠습니다.
하드 유저가 보기엔 터무니 없이 적은 수치입니다. 본주와 부주가 캐릭터를 돌리거나 하루 15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마니아들이나 오토를 돌리는 유저나 작업장등은 막말로 두배의 요금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라이트 유저가 보기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수치입니다.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유저들은 도저히 10시간을 못채운다고 생각하는 수치라는 겁니다.
15만명 이상의 유저중에 하드유저의 수는 지극히 적을겁니다. 아이온이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하드유저들의 목소리 또한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 요금제에 대해 항의하는 하드유저들은 라이트 유저들에게 폐인이라는 공격을 받으면서 하드유저의 목소리는 더더욱 작아집니다.
이렇게 엔씨소프트는 하드유저를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 칼을 든게 아니라 라이트 유저들이 하드유저들을 초토화 시켜 주었다는데 대해서 10시간이라는 종량제가 가지는 의미는 차도살인의 계책과 맞아 떨어집니다.
3.한달 300시간 - 라이트 유저들을 제압하기 위한 계책
라이트 유저들은 비교적 게임에 대한 충성심이 약한 부류입니다. 어느 정도의 커뮤니티나 부를 축적해 둔 게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많으며, 다른 최신작이 발표되면 그쪽으로 옮겨 갈 수도 있는 유저들이라는 거죠.
이런 유저들은 엔씨소프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좀 더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라이트 유저들이 보기엔 부담가는 시간인 하루 10시간이 강조되어 이용요금에 대해 손해 보는 느낌이 들게 하며, 한달 300시간을 효율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굳이 사냥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라이트 유저 개개인의 평균 시간을 넘기는 접속률을 가지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2~5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는 라이트 유저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며, 사냥 이외에 다른 컨텐츠도 즐길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라이트 유저들의 아이온 이탈률도 자연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4.빠른 상용화 - 차도살인 계책의 적절한 시기
아이온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주류를 이루는 하드유저들이 형성되기 마련이며, 그들의 목소리는 수에 상관 없이 라이트 유저들을 압도하게 됩니다. 그땐 라이트 유저들은 하드유저들의 혈맹, 길드에 속해져 있을 것이며 라이트 유저들은 하드 유저에게 대항하지 못할겁니다.
따라서 현재 처럼 하드유저니, 라이트 유저니 하는 주류가 형성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상용화를 실행 시켜야 이후에 나올 하드유저들의 반발을 라이트 유저들을 이용해 초기에 제압할 수 있게 됩니다.
5.긍정의 힘
만약 제가 엔씨소프트 기획자라면 알바를 유저들 사이에 침투 시켜 긍정적인 요소를 어필할겁니다. 라이트 유저들을 빠르게 단결하게 만들어 주며, 불만을 가진 세력들을 조기에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알바를 침투 시키지 않았을 거라고 믿지만 만약 엔씨소프트가 알바를 침투 시키지 않았다면 기획자로서의 자질이 없는거겠죠.
-아이온의 요금 종량제는 폐인을 줄여 준다.
진정한 폐인이라면 MMORPG에서 이용요금이 얼마이든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통해 그 이용요금을 충분히 뽑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10시간이라는 제한 때문에 폐인을 벗어나게 된다면 이미 그 이전 부터 폐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10시간이라는 제한 때문에 게임 시간을 줄이는 유저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하드유저들의 게임내 입지는 엄청나게 높아질 겁니다.
특히 레벨제한이 풀리고 풀리지 않고를 떠나서 주요 컨텐츠인 아이온의 어비스 시스템이 종족간 RVR을 위주로 한다면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은 게임내 입지라는 공식이 생겨 버립니다. 어비스 시스템을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24시간 풀로 이루어진다던지 할 경우 종족간 RVR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그에 따른 상당히 큰 보상이 이루어질겁니다. 그럼 어비스 컨텐츠에 장시간 참가할 수록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온의 요금 종량제는 작업장을 막아준다
작업장을 막을 의도였다면 시간 종량제를 둘겁니다. 한 IP에 10시간 제한을 둔다는 겁니다. 현재처럼 10시간을 넘어서는 이용시간에서 추가 결재가 가능하다면 돈이 되는 한 작업장은 없어지지 않을겁니다. 특히 한달 300시간 요금제로 인하여 딱 300시간 이하만 사용하는 즉, 19,800원 이상의 결재는 절대 하지 못한다는 유저들이 많아 질수록 하드유저와 라이트 유저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작업장의 필요성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엔씨소트트가 앞으로 해야 할 일]
이미 차도살인의 계책은 성공한 듯 보입니다. 현재의 요금체계로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그럼 상용화 직전 또는 직후에 엔씨소프트가 굳히기 작전을 펼쳐야 할겁니다.
-어비스 시스템의 상용화 이전 비공개
만약 어비스 시스템이 종족간 전투를 위주로 하여 그 보상으로 포인트를 받을 경우 그 포인트가 차후 게임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경험치, 아이템등에 중대한 요소 즉 보상이 되어질 경우 유저들은 상당한 시간을 어비스에 할애해야 할겁니다.
다시 말하면 어비스맵을 타 맵들 보다 주어지는 경험치를 더 높게 잡아놓고 유저들을 어비스로 유인한 뒤에 원할한 종족간 PVP 또는 RVR을 위해 Kill수 만큼 포인트가 주어져서 그 포인트가 차후 게임을 즐기는데 중대한 요소로 작용한다면 단순히 사냥을 떠나 포인트를 모으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비될겁니다. 이 엄청난 시간은 자연히 기본시간을 넘어서게 되며 추가결재가 필요해 진다는 겁니다.
흠.. 이해하기 좀 어려운것 같습니다. 십이지천2를 해 보신 분들이라면 쉽게 이해가 가실듯 한데요.
좀 더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사냥이란건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는 겁니다. 하지만 PVP나 RVR에서 얻는 포인트라는건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는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많은 포인트를 모을 수도 있고 반대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얻는 포인트는 적을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어느쪽이든 많은 시간을 어비스에서 소비할 수 있다는 거죠.
포인트를 많이 얻는 강한 캐릭터라면 중독적 상황이 생겨 어비스에 더 집중할 수가 있을 것이며, 반대로 약한 캐릭터나 약한 종족일 수록 부족한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 어비스에 더욱 더 집중할겁니다.
어비스가 구현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떻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만약 이렇게 경험치와 포인트의 요소가 어비스에 크게 적용되어 진다면 엔씨소프트는 상용화 이전엔 절대 어비스를 공개하지 말아야 할겁니다. 유저들의 반발이 거세져 피드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죠. 애써 적용시켜 놓은 요금제를 변경해야만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상용화 이후에 불만이 있던 없던 어비스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유저들에게 주어진다면 추가결재에 의한 만족도 차이가 그렇지 못한 경우와는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시스템이기에 아이온 요금체계에 대한 피드백 또한 줄어들게 될겁니다.
-서버수를 넉넉하게 하지 말아라
아이온이 성공했다고 가정할 경우 서버 인원수 초과로 대기자 수가 생긴다면 반대로 접속을 끊지 않을려는 유저들이 있을 겁니다. 그 유저들은 기본 이용시간을 초과할 경우가 생길 것이며 라이트 유저 또한 실제 게임 시간의 남는 부분을 이 부분에 할애 할겁니다.
물론 서버수와 상관 없이 소위 잘나가는 서버의 경우 필연적으로 접속 대기자가 생길 것이며, 이로 인해 접속을 유지할려는 부분 때문에 추가 결재 또한 많아 질겁니다.
[부분유료와 정액제의 장점 이상을 가진 아이온 요금제]
당연한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유저의 입장에서 아이온의 요금체계를 이해한다는건 오산입니다.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엔씨소프트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할겁니다.
부분 유료인 게임들을 보면 하드 유저들은 정액제 게임 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액제 게임 또한 부분유료 게임에서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라이트 유저들에게도 요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분 유료게임은 라이트 유저에겐 유리하며, 정액제 게임은 하드 유저에게 유리한 요금제입니다.
이제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였습니다. 부분 유료게임의 장점인 하드유저에게 많은 요금을 청구 할 수 있게 되었고 라이트 유저에게 정액 요금제의 장점과 더불어 게임에 할애하는 시간까지 늘여 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보장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히 신개념 요금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여기에 부분 유료게임의 캐시템까지 도입한다면 이 이상의 요금체계는 없다고 볼 정도로 완벽해 질겁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존경(?) 할 수 밖에 없겠네요. 물론 부분유료 캐시템을 적용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가 되겠지만요.
이 요금제가 이윤에 맞추어져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유저들의 부담은 비례할겁니다. 같은 유저의 입장에서 본다면 안타까운 심정이지만요.(9timez님의 지적에 따라 한줄 추가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팔랑귀는 아니에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엔씨소프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다고 보기엔 너무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치 수개월간 철저하게 준비한 것 처럼요.
[Win-Win 전략] -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의 의견을 통해 글의 부족한 부분을 추가합니다.
사실 월정액이냐, 부분유료화냐를 놓고 고민하는게 아니라 월정액+종량제+부분유료(캐시템의 의미가 아님)의 장점을 골고루 가진 요금제를 내 놓았다는데 대해서 엔씨소프트의 능력을 높이 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유저이기에 가격에 대비 해서 효율적인 게임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즉, 유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부분 유료의 장점인 라이트 유저들의 부담을 좀 더 줄여주었으면 합니다.
옵션 요금제인 시간당 요금제의 부담을 좀 더 줄여 준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유저가 서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최적의 요금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적기 전에 중복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어서 다른 많은 웹진들을 확인 해 보는 과정에서 아이온의 근간을 이룰 하드유저들의 요금제 불만 글에 필요 이상의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는 걸 보았습니다. 마치 혹이 커지기 전에 싹을 도려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금제 시스템을 두고 유저와 유저가 싸운다면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이득을 유저가 가지는게 아니라 게임사가 가져 갑니다. 한마디로 무의미한 싸움이죠.
아이온을 까는 글이 아닙니다(급소심). 아이온의 요금체계를 이윤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그 장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장점이 유저들에겐 부담으로 다가 오겠지만요.
주)글의 매끄럽지 못한 문맥이나 오타와 결론 부분은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습니다.
난 페인이아니란 말야~!!!
짬내서 하루5시간 겨우 하는 1人으로서 당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