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시장에 부는 MMORPG바람은 식을 줄을 모른다. 올해만 하더라도 굵직굵직한 MMORPG들이 테스트, 상용화에 들어갔고,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국산게임이 점점 MMORPG로 기울어 갈수록 다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바로 시장 자체가 매니악하고 마이너한 느낌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최근에 나온 대부분의 MMORPG가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 게임이용가 심의에서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참고자료 – 최근 상용화, 테스트를 실시한 온라인게임의 게임등급(괄호 안은 개발사)
테라(블루홀 스튜디오) – 청소년 이용불가
블레이드앤소울(엔씨소프트) – 청소년 이용불가
다크블러드(액토즈소프트) – 청소년 이용불가
좀비온라인(앤앤지랩) –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드라고나(라이브플렉스) – 청소년 이용불가
러스티하츠(윈디소프트) – 12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헤바클로니아(플레이버스터) – 12세 이용가
아키에이지(엑스엘게임즈) – 심의결과 없음
1. 블록버스터, 킬러타이틀이 전부 성인게임?
위 자료를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최근 상용화 및 테스트를 실시한 온라인게임의 반 이상이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거기다 더 심각한 부분은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테라와 블레이드앤소울 모두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란 점이다. 이 두 게임은 각각 NHN, NC soft가 자사의 자존심을 걸고 내세운 블록버스터 게임이며,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만한 게임이다. 즉, 우리나라 게임계를 대표하는 게임이란 것이다. 하지만 두 게임 모두 게임이용에 엄청난 제한을 받고 있다. 분명 대중적이고 많이 알려진 게임처럼 보이지만 막상 보면 성인게임이고 매니악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2. 막대한 자금 투자하고 성인전용? 진짜 성인만 할 거라 생각하고 만든걸까?
테라라는 게임이 상용화되기 전부터 유명했던 이유는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최대규모의 블록버스터 게임이라는 점 때문이다. 오죽하면 테라 하면 400억 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항상 하고 다닐까.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고 만든 게임이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개발사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게임에 비해 많은 유저를 확보하지 못한다.(이는 단순히 게임위 심의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이다.) 그렇다면 타 게임보다 적은 유저로 블록버스터급 게임을 만든 개발사로서 수익을 내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사용 요금을 받아야 하는게 맞겠지만, 테라의 한달 이용 가격은 19,000원으로 아이온이나 WOW같은 타 MMORPG와 비교했을때 비슷한 가격대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 결국 게임위의 심의결과는 게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이용 제한을 받는 유저(청소년 이하)들이 아무렇지 않게 게임을 하고 있고, 개발사에 수익을 주고 있다.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한 테라는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타사 게임과 똑같은 수익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3.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상 제재 힘들어, 유저들이 받을 악영향 생각 안하나?
온라인게임이라고 불리는 플랫폼을 가진 게임들은 사실상 유저들에게 게임 이용에 제한을 주기 힘들다.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저가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판단하기 힘들고, 속이고 게임을 한다고 해도 찾아내기도 힘들 뿐더러 딱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은 폭넓은 유저층을 가진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대략 7~8년 전만 하더라도 온라인게임은 포트리스, BnB,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온라인에서 주를 이뤘기 때문에 문제가 돼지 않았지만 최근엔 다르다. 높아진 그래픽 기술력 때문에 게임의 그래픽은 점점 사실적으로 변하게 됐고, 이는 많은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폭력적인 요소가 사실적으로 구현이 되면서 이용가 등급이 점점 올라가게 된다. 최근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더 많아지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거기다 선정성,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인해 오는 중독성까지 더해지면서 게임중독, 묻지마 살인 등 유저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대두됨에도 불구하고 게임개발사들은 계속해서 현실감있는 그래픽과 게임성을 가진 온라인게임을 개발, 판매하면서 유저가 받을 악영향보다는 수익을 우선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회적 문제보다는 결국 돈인걸까?
4. 셧다운제, 결국 게임개발사들이 자초한 일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19세 이하 청소년들이 밤 24시 이후에 게임을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어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만드는 모습에서 결국 우리나라 게임계의 이미지가 어떤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 제도에 반발을 하고 있고, 게임개발사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게임개발사들은 여성가족부가 무조건 게임을 안 좋은 부분만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게임개발사들이 자초한 일이다.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검증된 시장인 MMORPG를 많은 개발사들이 시도했고,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사들은 타사 게임보다 더 자극적이고, 더 폭력적이고, 더 선정적인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산업이 갈수록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간 것이다. 셧다운제는 결국 예고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게임개발사들이 여성가족부가 게임에 대해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도록 만든게 아닐까?
유저들이 여성가족부를 욕할 자격은 있지만 개발사가 욕할 자격이 있을까?
5. 수익도 중요하지만 유저들을 더욱 중요시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많은 돈을 투자해 게임을 만드는 만큼 게임이 상용화가 되면서 얻는 수익을 중요시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유저들이 게임을 하는 일순위는 개발사에게 돈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게임으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 결국 개발사는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이 뭔지, 게임을 통해 어떤 면을 요구하는지를 잘 파악해 게임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게임산업의 이미지는 좋아질 것이고, 영화, 방송 매체 산업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문화산업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고, 그만큼 많은 수익도 창출해내리라 생각한다.
정액제까지 질러가면서 할만한 청소년들은 소수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청소년들을 위해 여러 선정성,폭력성의 요소를 제외한 버전도 같이 서비스를 하면 좋지않을까 싶은 생각은 드는군요.던파에서 이런식으로 성인용,15세용,전체이용가 이렇게 나누고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ㅋ
PS.본문글에서 테라의 가격정책에 대해서 언급하셧는데 개인적으로 테라가 제작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싼 정액비를 내건것은 다른 게임들과의 가격경쟁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지금의 가격으로도 맥을 못 추고 있는 테라인데 더 비싸면 아이온과 같은 다른 게임들에게 더욱 밀리겟죠....ㅎㅎ
어차피 테라는 한국에서만 해서는 절대로 400억을 뽑아낼수 없고 해외를 염두해두고 만든 게임인만큼 정액비가 상대적으로 싼것은 가격경쟁력의 이유가 가장 크지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