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스타2011의 영향 때문인지 메이저게임개발사들의 신작이 언론을 통해 많이 공개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후속작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의 메이저게임개발사가 있게끔 만들어 준 게임의 후속작이다. 예를 들어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의 3번째 후속작인 ‘리니지 이터널’을 발표했고, 웹젠은 뮤의 후속작인 ‘뮤2’, 엠게임은 열혈강호의 후속작인 ‘열혈강호2’ 등이다. 이런 베스트 셀러 게임들의 후속작이 개발중이란 소식에 유저들은 기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무조건 좋게만 봐주긴 힘들다. 후속작이 너무 많다. 왜 수많은 게임개발사가 신작이 아니라 후속작을 개발하는 걸까?
추락하는 기업 이미지
게임을 포함해 신제품을 출시할 때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개발사의 브랜드이미지다. 어떤 회사에서 출시하는 제품이냐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도 같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신작게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을 때, 어떤 개발사에서 개발중인 게임이냐에 따라 유저의 반응이 달라진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수많은 온라인게임이 실패했다. 특히 수백억을 들인 블록버스터 MMORPG, 유명 개발사에서 개발한 온라인게임까지 다 실패하면서 개발개발사의 이미지는 소수 몇몇 회사를 제외하곤 전부 추락했다. 유저의 신임을 잃은 것이다. 이제는 이런 회사에서 신작을 개발해도 유저들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그렇다 보니 이번엔 개발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아닌, 게임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후속작을 만드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웹젠이다. 웹젠은 한 때 뮤의 성공으로 우리나라에서 엔씨소프트, 넥슨과 함께 가장 잘 나가는 게임개발사로 손꼽혔지만, 이후 개발한 R2, C9, 배터리, 헉슬리, 아크로드 등이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회사의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지금 상황에서 웹젠이 뮤2를 발표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로 유저를 모을만한 능력을 가진 회사는 너무 적어졌다.
신작들의 흥행 저조
후속작이 개발되는 이유로 신작들의 흥행이 예상외로 저조한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라는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 후로 개발된 리니지2, 아이온이 우리나라 MMORPG치고는 꽤 흥행했지만 리니지를 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바꿔 말해 대박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거기다 리차드 게리엇이 투입되어 개발한 ‘타뷸라라사’도 실패했고, 해외에서 리니지의 인기도 점점 떨어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블레이드&소울 하나만 가지고는 안심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흥행할 가능성이 높은 리니지 후속작 개발을 택했을 확률이 높다. 모험을 하기 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생사 기로에 놓인 올드 게임 개발사들
90년대 찬란한 시기를 보냈던 게임개발사들이 2000년대 게임시장이 패키지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바뀌면서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가 몇몇 있는데, 그 중 몇몇 회사들이 자사가 만든 가장 성공한 게임타이틀의 후속작을 온라인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들이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이유는 아마 개발사가 존폐위기에 놓였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소프트맥스가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4 온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창세기전3 파트2 엔딩을 본 유저들은 아마 알겠지만, 후속작이 나올 수 없는 방향으로 게임을 끝내버렸다. 많은 사람들은 창세기전4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4를 개발하기 위해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어찌보면 소프트맥스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악튜러스, 화이트데이 등을 개발한 손노리 역시 현재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을 개발중에 있다. 역시 악튜러스, 화이트데이가 명작으로 손꼽히긴 하지만, 불법복제때문에 패키지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손노리 역시 회사가 흔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라진 도전정신
개인적으로 후속작이 많아진 가장 큰 이유로 개발사들의 도전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온라인게임 시장 초기에 등장했던 리니지, 바람의나라, 뮤, 포트리스2 등의 성공 요인이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 도전정신을 가진 게임개발사나,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리니지의 성공 이후 우리나라는 한동안 리니지의 아류작만을 양산했고,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온라인게임은 MMORPG가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리니지를 만들었던 엔씨소프트조차 MMORPG만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시장은 너무 거대해졌고, 더 이상 성장하긴 힘들다. 몇몇 게임개발사는 우리나라보다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이제는 성공하려면 그래픽이나 기술력보다는 생각의 틀을 깨는 게임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게임도 90년대 당시에는 생각의 틀을 깨는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