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하는 온라인게임 장르는 RPG이다. 그리고 의심의 여지없이 RPG는 많은 유저들이 선호하는 온라인게임의 주류 장르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RPG 장르에 불만이 한가지있다. RPG 자체에 대한 건 아니고 RPG가 이루는 하나의 현상에 대한 것이다.
왜 스타일이 거기서 거기냐고!
가장 주를 이루는 것이 서양 중세 유럽풍의 판타지 스타일이다.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무기를 비롯한 장비들, 배경까지 죄다 서양식 판타지 일색이다. 그 이외의 것이라고 해봐야 이를 단순히 캐주얼 풍으로 변환시킨 것이라든지 사실상 세계관만 무협으로 옮겨 놓은 것이라든지 자세히 보면 결국엔 거기서 거기인 것들일 뿐이다.
이러니 독창적인 시스템이라고 내놔 봤자 결국은 똑같은 게임 밖에 없다는 소릴 듣는 것이다. 외국 유저들이 한국 온라인 게임을 비판하는 내용 중에 주를 이루는 것이 칼질만 하는 노가다 게임이라고 하는 것 말고도 어디서 본 듯한 게임 일색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가지 스타일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면서 기왕이면 검증된 것을 쫓아 쉽게 쉽게 가자고 생각하는 풍토가 온라인 게임 시장에 전반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이래선 온라인 게임 장르의 다양화라는 과제는 절대 풀 수 없다.
그래서 제안한다! 본격 호러 RPG를 만들어 보자.
그동안 가끔 흥미거리로 생각해본 건데 진정한 호러 RPG는 좀 우습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잘 뜯어보면 충분히 가치있고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 나날이 발전하는 그래픽 기술에 힘입어 형식적인 공포가 있는 것 말고 진지한 공포가 있는 RPG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흡사 콘솔게임의 바이오 하자드나 사일런트힐 같은 게임처럼 말이다. 이들 게임은 정말 전반적인 게임 분위기 자체가 음산하며 시각적인 것 말고도 심리적인 공포 또한 잘 표현하고 있는데 유저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치 않게 하며 몰입할 수 있게 한다.
▲ 게임 "바이오하자드" ▲ 영화 "사일런트힐" |
온라인 RPG로 이런 느낌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겠지만 비교적 사실적인 그래픽 묘사, 사운드 등을 제대로 표현한다면 진정한 호러 게임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각종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음산한 배경 속의 디테일한 진지한 모습의 귀신이 나타나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사운드를 내는데 캐릭터가 이를 물리치는 컨셉이다. 귀신의 종류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각종 귀신 이야기들을 수집하면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할 것이기 때문에 따로 컨텐츠를 개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 미국판 귀신, 영화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여자 말고 그 뒤 말이다ㅡ_ㅡ;) |
단, 기본적인 RPG시스템을 비롯한 전반적인 것들이 탄탄해야 게임성이 있다는 소릴 들을 수 있을 것이므로 많은 신경을 써야 하겠다. 유저들이 익숙한 시스템 속에서 은은한 공포감을 맛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아무리 스타일이 신선하고 호기심을 갖게 한다고 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본 환경이 불편하고 낯설다면 제대로 어필하기 힘들 것이다. 기존 온라인 게임들의 몬스터와 싸워서 아이템을 얻고 경험치를 얻는 방식처럼 호러 게임도 귀신을 상대로 같은 행위를 하되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공포감과 긴장감을 맛보는 것이다.
기존 게임이 있긴 한데 말이지....
기존 온라인 게임하니깐 생각났는데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는 호러를 표방한 게임이 없었나 되짚어 보니 있긴 있었다. 다크에덴과 헬게이트 정도일까?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이들 두 게임은 진정한 의미의 호러 게임은 아니다. 다크에덴 같은 경우 뱀파이어나 좀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2D라는 태생적 한계는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인간과 뱀파이어의 전쟁을 컨셉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배경 자체는 타 게임들과 차별화 되긴 하지만 진정한 호러 게임은 아니다. 헬게이트 또한 배경 컨셉 자체는 훌륭하나 호러 게임으로 치부하기엔 어딘가 20% 부족한 감이 있다. 호러 게임 보다는 SF 판타지 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 다크에덴 ▲ 헬게이트 |
내가 제안하는 진정한 호러 게임은 이들 보다 훨씬 진보한 것이다. 혼자 플레이하는 유저가 정말 대단한 것이고 (특히 야밤에) 워낙 무섭기 때문에 파티플레이가 어쩔 수 없이 일반화되는 상황이 존재하는 게임을 원한다. (단, 앞서도 말했지만 RPG적 요소가 확실히 가미되어야 재미도 느끼고 공포도 느낄 것이다.) 어설픈 공포가 아니다. 공포영화의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몇번 봤지만 볼 때마다 긴장하게 만드는 그것?
약점은 있지만 시장성은 충분하다
이쯤되면 진정한 호러 게임의 시장성에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 이 호러 게임의 시장성에 약점이 존재하긴 한다. 게임의 특성상 선정적인 내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기에 일단 19세 미만은 플레이가 어려울 듯 보이며 여성이나 공포물을 싫어하는 유저에게도 어필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분명 적절한 공포감을 주는 동시에 주류 장르인 RPG를 잘 가미하여 게임성을 극대화한다면 이에 호응하는 유저들이 존재하여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은 알게 모르게 새로운 것에 대해 항상 목말라 있기 때문에 시장성은 +@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적 한계를 뛰어 넘고도 남을 것이다.
게임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도 있다
여러 온라인 RPG를 해보면서 느낀 건 어떤 새로운 컨텐츠라도 유저들의 반복 플레이로 공략법과 식상함이 함께 생겨난다는 것이었다. 그게 늘 좀 아쉬웠다.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고 게임 내 컨텐츠 자체에만 의존을 하다보니 유저나 개발사 모두 특정 컨텐츠에만 목을 메는 상황이 온 게 아닌가 싶고 그런 상황 속에서 게임 스타일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 있는 호러 게임을 생각해 볼 수 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글로써 다 표현하지 못 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이 남지만 어쨋든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을 밝힌 것에 대해 만족을 해야겠다. 근데 한가지 고백하자면 나 공포물 무서워서 잘 못 본다....
다른 분들이 대작이라고 하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바이오쇼크, 피어 시리즈 등등
하고는 싶으나 '공포'라는 감정 하나때문에 못하는 유저들도 있을텐데요..[근데 저건 다 싱글이군요 그러고 보니까 레4대는 싱글은 무서워서 못했는데 온라인은 즐겁게 한 기억이 있네요..]
게임 방식도 쫌 의문이 듭니다..
필드형으로 rpg를 만든다면 필시 그 광활한 장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건데
얼마나 공포분위기가 조성될지가 궁금하네요.;; [시야가 닿는 장소가 넓어지면 그만큼 공포심은 줄어드니까요 게다가 그 옆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을텐데 공포를 느낄수 있을까요..?]
던젼형으로 만든다면 공포심을 충분히 유발시킬수 있겠지만 반복 하다보면 식상해질테고 그 식상함을 커버하려고 새로운 컨텐츠들을 만들려면..
운영진들은 진짜 뭐 빠지게 아이디어 내야 겠네요 ㅎ;;
아 그러고 보니 예전 워해머 할때도 그 네크론 종족이 처음 나왔을대 알수 없는 공포심을 느낀 저입니다만...[진짜 무서웠음 ㄷㄷㄷㄷ]
왜 그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