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의 메이플스토리와의 조우
지난달 17일, 우연히 메이플스토리가 새 캐릭터 업데이트와 동시에 신서버를 연다고 하는 소식을 온라이프에서 접한 나는 갑자기 옛날에 메이플스토리를 하던 생각도 나고 필드 사냥을 하는 게임이 하고도 싶어지는 등 무언가의 막연한 이끌림에 무턱대고 다시 한번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 하게 되었다.
역시나 경험치와 드롭율 2배 이벤트를 하는 신서버의 매력에다 새 캐릭터 업데이트라는 이슈가 합쳐져 많은 유저들이 떼거지로 몰려 들었다. 유물급의 내 컴퓨터가 이들을 감당한다는 것 자체가 감동일 정도로..그건 그렇고 몇 년만에 해 보는 메이플스토리는 참 많은 것들이 바뀌어져 있었다. 일단 겉으로 보이는 게임 내 컨텐츠는 한층 더 풍성해지고 각종 유저를 위한 편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서 역시나 오랜 기간 인기를 끌어오고 있는 게임답다 라는 생각을 했다.
캐쥬얼 RPG의 선구자적 게임
특히나 다양하고 개성있는 소재들로 메이플스토리 만의 독특한 세계를 방대하지만 짜임새있게 잘 갖춰나가고 있는 점은 게임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선 다른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해 귀감이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캐쥬얼 RPG의 선구자 적 게임으로서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높은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도 롱런보다는 치고 빠지기 식의 개발 행태가 남아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좋은 모범 사례일 것이다.
메이플스토리의 비참한 실상
하지만 내가 메이플스토리를 새로 접한 지 4주차가 되어가는 지금,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나의 긍정적인 감상은 산산조각 아니 풍비박산이 나 있다.
무능함은 물론이고 열정은 없고 겉모습만 존재하는 좀비 같은 운영자와 도대체 뭐가 옳고 그른지 이성을 상실해 버린 형편없는 유저들은 합심하여 꿈 속의 동화 같은 메이플스토리의 세계를 한낱 쓰레기들만 넘치는 쓰레기 장으로 변모시켜 버렸다.
옛 생각을 그리며 간만에 해보는 노가다 사냥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너무 즐거웠다. 하지만 레벨을 하나 둘 씩 올려가며 이곳 저곳을 탐험하고 퀘스트를 해결하던 나는 점차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한 캐릭터가 맵 한 구석에서 칼질을 하고 있는데 맵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이 그 캐릭터가 있는 구석으로 끊임없이 몰려드는 것이 아닌가? 너무 오랜만에 접속해 보는 나인지라 처음에는 그냥 새로운 스킬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똑같은 스킬 만을 써대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계속해서 그대로였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는 계속해서 동일한 패턴이었다. 그것은 10분이고 한시간이고 계속되었다.
▲ 쉽게 검색할 수 있는 핵 관련 내용 |
그렇다. 매크로와 핵이었다.
그와 같은 장면은 조금이라도 사냥 효율이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목격할 수 있었다. 모두 똑같았다. 맵 한 구석에서 캐릭터가 자리잡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를 손쉽게 잡아대고 있었다. 그냥 하던대로 몬스터를 잡던 나는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그들은 무자비한 속도로 레벨을 올리고 게임머니를 손에 넣고 있던 것이었다. 비록 내 주관적인 추측이지만 충격적이게도 최소 이 신서버에서만 핵 사용 유저는 50% 이상인 걸로 보인다. 정말 어딜가나 볼 수 있었고 대놓고 사용하고 있었다. 한 서버에 20개의 채널이 존재하는데 어떤 맵은 같은 장소에 20개 채널 모두에서 핵 사용 유저가 자리잡고 있을 정도니..
충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핵을 사용하는 이들의 인식은 핵 사용 자체보다 더욱 더 충격적이었다. 이들은 이미 이런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듯 핵이라는 불법을 악용하고 있으면서도 당당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가 어느 맵에서 사냥을 하려고 하면 먼저 자리잡고 있던 핵 유저는 맵 전체가 자신의 자리라고 주장하고 꺼지라고 하는 건 둘째고 자리까지 판다고 하는 유저까지 존재하였다.이 정도의 인식이라면 이런 일들이 절대 하루 이틀 벌어진 건 아니라는 뜻이다. 오랫동안 이런 행위가 지속되어 왔다는 뜻이다. 친구에서 친구로 지인에서 지인으로 핵은 전달되고 또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핵 사용은 지극히 당연한 불가침의 영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도덕적인 판단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되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온 것이었다.
운영자들은 이들을 방관만 하고 있었다.
조금의 모니터링만 해도 엄청난 수의 핵 유저가 발각되는데 이들이 끊임없이 핵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운영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핵을 제재할 열의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이다. 게임 내 유저가 직접 매크로를 단속할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건 단순히 일회성으로 특별한 제재가 동반되지도 않는 별 효과가 없는 것이고 게임 내 신고기능이 있긴 하지만 이건 어처구니없게도 하루 한번만 가능할 뿐더러 신고를 한다해도 해당 유저가 적발되는 건 안드로메다 이야기인 것 같다. 내가 저렙때 신고한 유저는 어느 덧 고렙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명무실.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역시나 핵 사용은 빈번하지만 운영자의 적극적인 적발 노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데에 반한다면 메이플스토리는 정말 답이 없는 지경이다.
▲ 던전앤파이터 홈페이지 공지에 올라온 불법 프로그램 제재에 관련한 내용 |
상위 1천명의 랭커중 핵 사용자 90% 이상
3주의 가까운 시간을 플레이한 내 경험으로 봤을 때 현재 신서버의 상위 1천명의 랭커 중 핵 사용 유저는 확실하게 90% 이상이라고 본다. 그런데 나머지 10%는 분명 양심적인 사람도 있을 거라는 지극히 나의 바람이 들어간 거고 사실 100%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광범위하고 비이성적으로 핵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빛에 가려져 있는 차디찬 그늘
당연하다는 듯이 메이플스토리의 세계를 점령하고 있는 핵 유저들 그리고 현상유지를 위해 이를 방관만 하고 있는 운영자. 겉으로는 국내 최고 인기 게임 중의 하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 실상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를 쓰레기 장으로 비유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지금 이 시각에도 메이플스토리에는 핵 사용자가 넘친다.
(관련 스샷은 어처구니없게도 무슨 오류인지 한장도 찍히지 않았다. 지금도 스샷이 찍히질 않는다. 유독 메이플스토리만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