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1999년도.. 그 당시에는 아직 pc방이 활성화 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제 막 동네마다 하나씩 생겨나며 조금씩 pc방이란 곳이 뜨고있을 무렵이다. 이 무렵 나는 친구들과 축구, 농구, 야구 등 종합 스포츠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살고있었다. 게임이라고 하면 오락실과 학교 앞 문구점에서 쪼그려앉아 게임을 하던것만 인식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pc방이라는 곳이 요즘 뜨고있다며 pc방을 추천해 처음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집에 컴퓨터가 전부 있는게 아니라 컴퓨터가 있는 친구들보다 없는 친구들이 더 많은 시기였다. 물론, 필자의 집에도 컴퓨터가 없어 친구집에서 잠깐씩 해본게 전부였던지라 pc방이라는 곳의 첫 인상은 최첨단 기계가 가득히 뭉쳐있는 미지의 공간같은 느낌이었다.
이 미지의 공간에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잡고 앉아 멀뚱히 모니터만 바라봤다. 컴퓨터를 건들 줄 몰랐기에 친구가 실행시켜주는 것을 보고 있었다. 친구가 게임을 실행시켜줬는데 그 게임의 이름은 '헬브레스'였다. 키보드보다 한없이 작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ID를 만들고 게임에 접속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친구한테 설명을 듣고 게임을 시작했느데, 오오미!! 이건 신세계였다.
마우스를 움직여 임의의 지점을 클릭하면 캐릭터가 움직이고, 몬스터를 누르고 있으면 캐릭터가 몬스터를 잡는게 아니던가? 당시 컴퓨터가 없어 TV만화와 만화책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마치 내가 만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탐험가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몬스터를 한마리, 두마리 죽이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캐릭터가 성장한다기 보다는 정말 내가 성장하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완전 RPG라는걸 처음 접했을 때 그 캐릭터가 내 분신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혼연일체의 느낌..)
그러다가 캐릭터가 죽어버리면 마치 내가 죽은것 같이 슬프고 캐릭터를 빨리 성장시켜 누구보다 강해져야겠다는 승부욕이 점점 샘솟았다. 그렇게 나의 헬브레스 경험은 시작되었고 내가 한 첫번 째 게임이자 내가 가장 오래한 게임,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헬브레스는..??
헬브레스는 1999년도 경에 시멘텍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쟁 MMORPG이다. 전쟁의 구도는 간단하게 남과 북으로 나눠진 두 국가간의 전쟁이었다. 이 두개의 국가는 끊임없는 전쟁을 펼치며 서로가 죽이고 죽는 힘겨루기 싸움을 계속 하게된다.
헬브레스는 다소 오래된 게임이었음에도 불고하고 뛰어난 그래픽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2D의 그래픽에 마법은 3D기능을 사용해서 그 당시 최고의 그래픽을 가지고 있다는 찬사를 들으며 서서히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가장 잘나갈때는 그 당시 동시 접속자수가 3만명 이상이었다. 이 인원이 하나의 서버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펼치곤 했었다.
그렇게 서서히 인기몰이를 했고 확장팩도 3개까지 선보이며 리니지를 추월한다는 공격적인 마인드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게임성만 놓고보면 리니지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잘나가던 헬브레스는 북미로도 수출을 해 북미에서 한국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온라인게임 1등이었던걸로 기억함) 그렇게 시멘텍(운영회사)은 헬브레스의 영역을 점점 확장해갔지만 처음 하는 도전이어서 많은것이 부족해서 였을까? 게임에 걸맛지 않는 미숙한 운영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사더니 RPG게임의 홍수에 서서히 밀려가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이런 '헬브레스'를 아직까지 못잊는 이유는 무엇보다 전쟁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전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두 국가간의 전쟁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 헬브레스는 정해진 직업이 있는 게 아니라 유저가 키우는 것이 곧 길이 된다. 순수한 전사로 키울 수 있고, 전사도 힘을 많이 올려 힘전사, 덱스전사, 등으로 자신이 원하는 스탯을 분배해 남들과 다른 개성이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마법과 칼을 쥘 수 있는 마검사를 만들 수 도 있었으며 법사도 가능한 캐릭터에 대해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전쟁 - 헬브레스는 기본 전제가 남과 북(엘바인이라는 마을과 아레스덴이라는 마을)의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게임을 실행해 캐릭터에 접속한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지금은 전쟁중>
*전쟁전용 아이템이 존재한다 - 헬브레스는 사냥할 땐 아무 짝에 필요없는 아이템이지만 오로지 전쟁을 위한 아이템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메리언 쉴드라는 방패는 몇초동안 적의 공격을 100%막을 수 있는 아이템이고, 제리마라는 아이템은 상대의 HP를 50%감소시키는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특수아이템은 지정된 시간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지정된 시간이 지났을 경우 다시 능력을 쓰기까지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쟁시 적시적소 중요한 부분에서 써야한다.
<전쟁전용 아이템의 특수능력 사용모습>
*전면전을 지원한다 - 헬브레스가 크루세이더라는 확장팩을 내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전면전이다. 크루세이더라는 확장팩이 생기기 전에는 해당 국가의 유저들은 의무적으로 전쟁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전투가 가능하지만 국가 전체가 나서는 전쟁이라는 시스템이 없던 것이다. 이걸 인식한 운영진은 대규모 패치를 통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국가의 모든 유저가 국가를 위해 전쟁을 하는 전면전을 마련하였다. 사냥을 해봤자 경험치를 획득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유저가 의무적으로 전면전에 참여하여 마을을 지켜야 한다. 이 때 전쟁전용 유닛이 엘바인과 아레스덴에 지원이 되며, 이 전쟁전용 유닛과 함께 상대방 진영을 몰아 부쳐야 한다. 또한 전쟁 전용 마나석 같은것이 있으므로 마나석 근처에서 싸우는 등 전략적인 요소가 숨어있다. (쉽게 말해 현재 워크-카오스의 시스템을 헬브레스는 오래전에 사용하고 있었음)
<전면전과 특수유닛>
*맵에따른 전략적 전쟁이 가능하다 - 당신이 전쟁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인원은 100명이고 우리의 인원은 50명이라고 할때 어떻게 싸우겠는가? 답은 최대한 좁은지역에서 1:1의 상황으로 싸우는 것이다. 헬브레스는 2D그래픽이고 하나의 좌표에 한개의 캐릭터만 설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게임처럼 캐릭터 겹치기가 되지 않음) 전략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다. 좁은 길목을 틀어막고 적은 숫자의 인원이 많은 인원과 대립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략을 이용해 좁은 골목을 막고 전투하는 장면>
*별도의 전쟁팀과 게릴라를 운영한다 - 헬브레스는 전면전 이외에도 항상 전쟁의 공간이 열려있다. 그렇지만 혼자서 적진을 뛰어가는 것 처럼 멍청한 짓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헬브레스는 별도의 전쟁팀 대장이 전쟁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해서 수십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한번에 상대방의 마을로 기습을 해 상대방 마을을 쑥대밭을 만든다. 그외에 많은 인원이 모이기 힘든경우 게릴라라고 치고 빠지는 식으로 소수의 인원이 모여 전쟁을 간다. 게릴라에서 가장 흥하는 팀은 법사로만 이뤄진 팀인데 법사는 공격력이 강하기 때문에 공격력이 강한 법사 몇명이 모여 마법을 한방씩만 갈겨도 적이 쓰러져 버리기 때문에 법사 게릴라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쟁용 마법이 난무한다 - 헬브레스는 전쟁용 마법이 정말 많다. 얼음계열 마법을 상대방한테 쓰면 상대방의 이동속도가 느려져 도망가는데 제한이 생길 수 있고, 어느 마법은 상대방이 못움직이도록 꽁꽁 묵는 마법 또한 있으며 자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몰래 다가가거나 상대방에게서 도망갈 수 있는 마법등등 전략적으로 마법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적 마을 뭉게버리러 가실분들 모이세요!!>
*다른게임과 다른 아이템 획득 방법 - 헬브레스는 다른 게임과 다르게 몬스터를 잡자마자 아이템이 드롭되는 방식이 아니고 시체가 죽으면 그 시체 위를 타고 있다가 시체가 사라지면서 아이템이 나온다. 이는 고레벨의 몬스터일수록 시체가 사라지는 시간이 길어지지만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증가한다. 하지만 마냥 방심하고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다. 당신이 몬스터 위에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을 때 적이 온다면 당신의 아이템은 적이 가져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상대를 죽이는가? - 상대를 죽이면 kill수가 올라가게 되고 kill수가 올라가면 특정 아이템을 지급 받을 수 있다. 또한 덤으로 상대가 떨구는 아이템 까지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무슨 아이템이 나오려나~~>
<모두 몸을 숨겨!! 적한테 발각되면 안된다!!>
마치며..
헬브레스를 거의 8년정도 한 것 같은데 내가 가장 오래 재미있게 한 게임이다. 내가 다른 RPG게임을 못 하는 이유는 헬브레스만한 게임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는 내내 미칠듯한 긴장감과 전쟁의 재미..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헬브레스2가 나오는것인데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일 것이다..ㅠㅠ
헬브레스는 정또한 가득하다. (같은 마을 유저끼리만..ㅋㅋ)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을 많이 봤고 흔한 정모도 정말 많이 하곤 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과거에 태지~!!라는 ID를 가진 유저가 있는데 그 유저가 백혈병에 걸렸다. 그 유저는 마지막 하늘나라를 가는 순간까지 헬브레스를 하고 또 했다고 한다. 그걸 들은 주변의 유저분들에 의해 점점 소문이 나면서 운영진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 운영진은 태지~!!라는 분이 하늘에서도 헬브레스와 함께 하길 바란다면서 태지~!!라는 캐릭터를 운영진 캐릭터에 포함시켜 항상 공지사항등을 태지~!!라는 운영자 ID로 광고를 했던 따뜻함도 있었다.
어찌보면 지금은 이렇게 유저가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고 운영진의 배려가 점점 삭막해지는 현실에 가슴이 아픈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추억에 잠겨 홈페이지를 가끔씩 들어가보곤 하는데 정말 너무나도 그립고 아쉽다.. 조금만 더 성공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한 게임이다.. 점점 사람이 없어지고 있어 예전과 같은 전쟁을 할 수 없다는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헬브레스 홈페이지: http://www.helbreath.com/
------------------------
온라이프가 벌써 10주년이 되었네요!!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