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99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별들의 전쟁이라는 게임으로 인해 PC방이 속속들이 전국에 생기고 있던 그 시점.
넥슨에선 바람의 나라. 엔씨에선 리니지로 회사를 키워 나가던 그 시점.
마제스티라는 레벨이 5000대가 넘는 게임에 친구가 중독되어 인생을 자포자기할 때
그 친구를 보며 나름 비웃음짓고 있던 그 시점.
무료게임의 첫 시작이라는 포트리스2가 인기를 끌며 슈퍼탱크라는 어마어마한 필살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그 시점.
나는 조용히 어둠의 전설이란 게임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알게되었냐고 묻지 마라. 한참 판타지에 빠져 있던 나는 여러 자료들을 찾다 어둠의
전설이란 검색어를 입력하게 되었고 그때 나왔던 것이 어둠의 전설이란 게임이였으니...
정말 사소한 이유로 알게된 게임이였다.
호기심에 사이트를 들어가게 되었고,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홈페이지의 배경과 패키지 게임
못지 않게 어마어마한 스토리 라인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시간을 피씨방에서 보내며 클라이언트를 다운 받고 있었다.
그 당시 기억으로 다운속도는 빨라야 50kb였고, 기본 30~40kb의 속도가 나왔으니,
지금생각하면 굼벵이와 개미의 달리기시합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요새 기본 클라이언트들이 500MB~1GB 차지하는 것에 비해서 그 당시 어둠의 전설의
클라이언트 용량은 50~80MB정도로 지금 생각하면 개미콧구멍만한 크기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클라이언트를 다운 받는 동안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정보들을 습득하고 있던 나는
짜임새 있게 지어진 배경스토리와 신화에 감명받게 되었고, 다양한 직업에 곧 매료되고 말았다.
그러나!!!
하늘에 계시다는 신은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를 외치며 나의 게임인생을
방해하려고 함이였는지 절반정도 받는 순간 다운되고 다운되며 계속 처음부터 다시 받는
공포의 되감기신공을 보여주었고(그 당시 자주 일어나던 일.)
결국 그날은 어마어마한 피씨방비를 내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저씨(사장님)에게 어둠의 전설이란 게임을 다운받아 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주말을 이용하여 아저씨를 졸라 조용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어둠의 전설을 실행하였다.
참으로 게임하기 힘들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깨달았다. 물론 금방 잊어버렸지만...
이차저차해서 처음으로 접한 어둠의 세계는 심오하고 심오하여 도대체 아이디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수가 없을 정도였고, 또다시 10분간의 정신싸움으로 인해 만드는 법을 깨달게
되었으며,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계정을 만들다보니 체력(HP)과 마력(MP)에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기억하기론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체력은 30이였고
마력은 15였던 것으로 기억한다.(50과 30이였을 수도 있음...기억이 가물가물...)
이렇게 좋은 TIP을 알게 된 나는 어린마음에 당연히 혼자만 조용히 알고 있기로 하였고
(만드는데 고생한걸 생각하면...) 드디어 게임을 접속하게 되었다.
(세오의 서라는 서버로 기억함. 캐릭이름은 데미안)
도착한 장소는 밀레스마을로 그당시 MMORPG에 대하여 기본지식이 없던 나는 일반 싱글
(패키지)게임을 즐기듯이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며 이사람 저사람(NPC)를 클릭하며 대화를
시도하였고, 결국 아무런 소득없이 마을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보게된 우드랜드라는 존의 개념과 기본장비인 나뭇가지로 뱀을 열심히 사냥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단 정도...
이제부터 서서히 기억이 가물가물 흐릿해지기 시작하는데 전직하는 레벨이 6인지 10인지
기억이 잘 안난다는 것과 전직하기 위해서는 무슨 신전에서 들려 이사람 저사람의 질문에
대답하며 이동하면 직업이 정해진다는 것.
다행히 나는 원하던 마법사로 전직을 잘하게 되었고, 대마법사란 위대한 꿈보다는
검과 마법을 두루 쓴다는 보편적이고 대단히 현실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들먹이며
검과 방패 마법으로 무장하고 열심히 3존에서 벌과 사마귀를 열심히 잡았던 기억이 있다.
한 20까지는 그렇게 쉽게 쉽게 마법을 쓰며, 또 엠피가 없을 때는 무빙샷이라는 다순하게
때리고 뒤로 빠지고 때리고 뒤로 빠지는 전술을 쓰며 나의 생명을 지키며 열렙하였고
자신만만해하며 5존에 가서 늑대와 고블린을 대면하게된 순간 처음으로 뮤레칸이라는
죽음의 신을 보게 된것과 이제부터 난 알그지라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 어둠의 전설에서 죽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장비와 돈을 죽은 장소에 놔둔채
영혼만 죽음의 신전으로 이동)
죽음의 신과 대화를 잘 해서 다시 살아나게 된것 까지는 좋았는데 내가 죽은 장소가 어디인지를
잊어버렸단 것과 이차저차해서 찾아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어 도저히 내가 들어가서
아이템을 주어 먹을 자리가 없다는 것을 동시에 깨다게 되며 하루아침에...
아니 죽었다 깨어나니 빈털털이가 되었다는 암울한 현실을 느끼며 기본 마법인
마레노를 이용하며 지긋지긋한 녹색브암을 또다시 사냥하여야만 하였다.
그리고 조금씩 아이템을 준비하던 그 시점에서 누군가 내앞에서 사마귀에게 비명횡사하는
꼴을 보게되었고 과거의 처절함을 느낀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40분내내 처절하게 마우스를
눌러되었다. 다행히 으슥하고 은밀한 곳이라 아무도 안와서 잃어버렸던 돈의 3배에 해당되는
30만원을 줍게 되었고, 요긴하게 잘 썼다.
그렇게 33까지 재미있게 키우던 그 시점. 피씨방 아저씨의 뼈같은 말한마디
"그거 35까지만 무료일껄..."
결국 돈없고 가난했던 학생이며 돈있으며 피씨방에 투자했던 빌어먹을 놈인지라 어둠과의
인연을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메가패스라는 메가속도는 패스하고 몇십킬로바이트 속도만 인정하던 인터넷회선을
설치하 게되면서 다시 어둠과의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피씨방을 끊고 3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투자하며 한달 계정을 끊으려는데
이게 왠일!!! 장기간 접속을 하지 않아 캐릭터가 삭제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고야말았다.
결국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야 했고,(데미안이라는 이름을 다른 사람이 씀) 또다시
캐릭노가다를 해서 적발마녀라는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야 말았다.
무도가로 전직하였고 전직한 시점에서 친구하나를 꼬셔 장작 1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친구와
같이 폐인이 되어 즐겁게 했던 게임.
처음으로 파티라는 묘미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스킬을 배우는 재미.
아이템을 위해서라면 개념도 똥구멍에 쳐넣었던 재미.
뮤레칸을 만나기 싫어 살기위해 피똥싸게 도망다니던 재미.
내가 사냥하는 몹을 스틸하며 괴롭히던 웃기는 놈한테 길드누님에게 부탁하여
장작 1시간 내내 그 사람이 사냥하는 몹에 힐을 퍼부었던 재미.
대련장을 구경하다 마법사의 마법을 맞고 그자리에서 영혼이되던 재미...
자유대련장(배틀필드)에 들어가서 얻어터지던 재미...
마지막으로 전국에 있던 다양한 사람들고 함께하며 울고 웃었던 재미...
1년여 동안 정말로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 학업에 열중하고자 진지하게 포기해야 했던
그 게임. 그리고 대학진학과 얼마 후 바로 군입대때문에 잊고 지냈던 그 게임.
2005년에 다시 시작하려고 하였으나, 너무나도 바뀐 모습에 결국 포기해야 했던 게임...
그리고 지금도 그리워하는 게임 어둠의 전설.
누구나 처음 진지하게 접한 게임을 추억하며 다른 게임을 하더라도 그 게임을 비교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게임을 즐겼지만 정작 마음에 들어있는 게임은
그 시절의 어둠의 전설이라는 게임이였습니다.
요즘 게임을 하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아이템과 레벨에 피를 말리며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 시절 참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또 레벨보다는 즐거운 커뮤니티로서
대화를 하였고, 서로가 협력하며 강한 몹을 잡던 재미를 떠올린답니다.
그추억에 사로잡혀 얼마전 다시 어둠의 전설을 접속하였지만, 너무나도 복잡하게 바뀌어
과거를 기억하는 저에게는 이제는 그저 추억으로만 남게된 어둠의 전설.
만약 새롭게 어둠의 전설을 개발한다면 밀레스 마을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