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용은 한 남자중학교 여교사가 말한것이다..
내가 남자 중학교에서 근무한다고 말하면 20대 후반이상의남자들은
하나같이 거울에 관한 자신들의 추억담 또는 모험담을 이야기 하며
"조심하라" 는 은밀한(?) 경고를 해주곤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요즘 남자애들에게 거울은 잔뜩 멋을 낸 자신을
비추는 도구일 뿐이야" 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넘어가지만 한편
으론 찜찜한 여운이 남게 마련이다.
이제는 아줌마가 된 선배 여선생님들의 처녀시절 에피소드들을
듣고 있노라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거울로 장난치던 그 짖궂은
남학생들이 결국 너마나 평범해 보이는 내 주위 남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난 대부분의 남자들은 남자중학교-고등학교
라는 제도를 통해 입시지옥을 통과한 다음 다시 자신의 20대를
군대라는 곳에 저당 잡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줄기차게 여성과 격리, 수용되는 남자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적 문화에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사춘기 내내 차단 당한 성적 호기심은 왜곡된 방식으로 변질되고
성숙하게 남녀관계를 맺는 것과 의사소통과정을 경혐하지 못한
채 성년이 된 그들은 미아리나 청량리 지역의 윤락업소에서 적당
히 통과의례(?)를 치르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그건 일부일 뿐이야" 라고 항의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자라났던 그 시절 여자아이들이 철저히 성적인
욕망과 지식에서 소외돼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적인 방식
으로 억압당한 남자이이들의 욕망역시, 꼭꼭 숨겨둔 채 들춰지
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왜곡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이 되바라지고 방종하다고 우려하지만
사실 요즘 아이들의 문화가 그 시절의 비뚤어지고 우울한
욕망들보다는 차라리 낫지 않은가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든다.
물론 때론 너무나 즉각적이고 단순하며 간혹 가치판단을
멈춘 채 어른들을 흉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사고과정
이란 근심스럽기 짝이 없지만 말이다. 다만 철이 덜 들었을지언
정 성에 대해 발랄하게 소통하고 스스로 부딪치기 시작한
모습이 좋다는 것이다.
코믹 성장 영화 "아메리칸 파이" 에 나오는 남자애들처럼, 불량
청소년으로 나오는 미국 인기만화시르즈의 케릭터 "비비스" 와
"버트헤드" 처럼, 일본만화 "이나중 탁구부" 의 엽기 삼총사처럼
"어떻게든, 한번, 꼭" 이라는 일념으로 여자친구를 달래고 꼬시
느라 여념이 없을지언정, 일단은 음침한 거울놀이나 팬티를 훔치
러 하숙집에 숨어드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건 서툴고 유아적인 시작에 불과하다.
밀실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보거나 학교 선생님을 성적 타자로
대하며 음울한 환타지에 몰두하는 대신, 자신과는 다른 성을 가
진 사람들과 부딪치고 소통을 시작한 그들이 상처를 받거나 시행
착오를 겪더라도 자기정화를 해내길, 성에 대해 좀 더 멋진 태도
를 갖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더 나아가 대화와 교감이 주는 깊이를 알게 되길, 서로를 감싸
안고 인정하는 사랑을 하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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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좀 야시시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