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서점에 가면 책장에 꽂혀있는, 혹은 잘 보이게 전시해 놓은 소설책의 분량에 놀라곤 한다.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에서부터 이름 모를 판타지 작가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소설책의 겉표지는 현란하기가 마치 급변하는 현대의 패션 트렌드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그 중에서 막상 지갑을 열어 구매력을 행사할 작품이 있는가 하는 의문에는 대답하기가 어렵다. 모두들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정말 멋지다고 말할 만한 이야기는 드물다.
현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작가들은 개인의 내면에 주목한다. 현대인의 내면적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은 아름답지만 멋지지는 않다. 그러나 대중들은 영화에서처럼 눈에 쉽게 보이고 보다 현란한 스토리를 원한다. 아마도 이 때문에 순수문학이 홀대받는 것은 아닐까? 댄 브라운이 지은 '다빈치 코드'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그에 힙입어 영화화가 진행되는 것은 그런 대중적인 욕구에 가장 근접한 까닭일 것이다.
사실 요즘 흥미있는 이야기는 무협지 혹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찾아볼 정도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모 문학상에 당선된 작품에 대한 설명 중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대륙을 오고가는 힘있는 스토리가 당선에 주효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이 수사적 기교는 뛰어났지만 그 이야기의 흡인력이 없이 개인의 신변잡기에만 주목한 것과 비교가 되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개성강한 고전 소설속의 영웅들이 그리워질만 하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모험심을 자극할 이름없는 섬이란 없다. 새로운 대륙은 나타나지도 않으며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눈이 하나뿐인 퀴클롭스가 뱃사람들을 간식삼아 먹지도 않는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콘크리트 빌딩의 유리창 안에 갖혀있는 것 같다. 요즘의 판타지 소설은 공식화된 여러 아이템의 집합소일 뿐 식상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설은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틀에 갖혀있다.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퀴클롭스(Cyclops).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의 상황과는 다르게 게임에서는 상상력이 인간의 자유롭게 날개를 편다. SF건 판타지이건 그 장르는 제한이 없다. 구현에 따른 기술적인 제약이 존재할 뿐 '과연 이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우리는 DOOM 에서 괴물이 되어버린 동료와 싸워야하고, Half-Life2 에서 외계인에 대한 레지스탕스 운동을 할 수 있다. 이들은 허무맹랑하지만 충분한 매력이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수 많은 어드벤쳐 게임은 현대적 상상력의 한계에 의해 소설이 보여주지 못하는 이야기와 영화가 기술적 / 시간적 제약에 의해 들려주다만 이야기를 완성하여 보여준다.
어드벤쳐형 게임들의 매력있는 스토리는 아쉽게도 온라인 게임에 이르러서는 많이 축소되었다. 게이머 상호간의 커뮤니티가 주는 매력이 그것의 부족분을 채우고도 남음이다. 많은 게임들이 간단한 배경설명으로 그들의 스토리를 얼버무리지만(사실 대부분의 스토리는 전혀 매력이 없다.) 게이머들 스스로 기획자가 던져놓은 화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간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재미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각 길드간의 반목일 수도 있고 게이머가 구성한 국가간의 전쟁일 수도 있다. 단순히 살인자를 피하기 위한 피말리는 과정일 수도 있다. 누구도 잡아보지 못한 용을 잡아 드래곤 슬레이어라 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야기는 게임이 설정해놓은 기본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게임이 Sci-Fi 배경이라면 게이머들은 용을 구경하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반대로 판타지에서 전투기를 찾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게이머들은 게임의 배경스토리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의 배경이 제대로 잘 설정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주어진 범위안에서 최대한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될 만하느냐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실망하게 된다. 사실 우리 게이머들 중 여러 온라인 게임의 배경 스토리를 제대로 살펴보는 이들의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단지 다운로드, 설치, 회원가입, 로그인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과정만을 반복하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부류가 많아서인지 개발사 측도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단지 홈페이지에 간단히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배경설정은 완료된다.
이 이유에서일까? 이 게임에서 하던 이야기는 저 게임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아야하는 것은 게이머로서도 고역이다. 이렇게 되자 비판이 나온다. 비슷비슷한 게임들은 그만. 하지만 얼마전에 오픈한 게임조차도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겉표지가 화려하다고 재미있는 소설책은 아니다. 줄거리가 어떤 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특별한 게임시스템이나 뛰어난 그래픽이 재미있는 게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겉표지가 화려한 판타지 소설이 반드시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과 같다. 게이머들이 이어받을 이야기를 얼마나 잘 꾸몄냐도 재미의 요소에 포함된다. 단순히 A4 용지 하나도 다 채우지 못하는, 혹 채운다고 하더라도 흡인력이 없는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란 무리가 있지 않을까?
만약 재미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먼저 그 게임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식상한 판타지 소설이라면 바로 퇴짜를 놓아도 좋다. 신변잡기같은 이야기라면 더더욱! 우리는 재미있는 소설책을 고를 줄 알기 때문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현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작가들은 개인의 내면에 주목한다. 현대인의 내면적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은 아름답지만 멋지지는 않다. 그러나 대중들은 영화에서처럼 눈에 쉽게 보이고 보다 현란한 스토리를 원한다. 아마도 이 때문에 순수문학이 홀대받는 것은 아닐까? 댄 브라운이 지은 '다빈치 코드'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그에 힙입어 영화화가 진행되는 것은 그런 대중적인 욕구에 가장 근접한 까닭일 것이다.
사실 요즘 흥미있는 이야기는 무협지 혹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찾아볼 정도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모 문학상에 당선된 작품에 대한 설명 중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대륙을 오고가는 힘있는 스토리가 당선에 주효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이 수사적 기교는 뛰어났지만 그 이야기의 흡인력이 없이 개인의 신변잡기에만 주목한 것과 비교가 되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개성강한 고전 소설속의 영웅들이 그리워질만 하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모험심을 자극할 이름없는 섬이란 없다. 새로운 대륙은 나타나지도 않으며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눈이 하나뿐인 퀴클롭스가 뱃사람들을 간식삼아 먹지도 않는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콘크리트 빌딩의 유리창 안에 갖혀있는 것 같다. 요즘의 판타지 소설은 공식화된 여러 아이템의 집합소일 뿐 식상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설은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틀에 갖혀있다.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퀴클롭스(Cyclops).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의 상황과는 다르게 게임에서는 상상력이 인간의 자유롭게 날개를 편다. SF건 판타지이건 그 장르는 제한이 없다. 구현에 따른 기술적인 제약이 존재할 뿐 '과연 이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우리는 DOOM 에서 괴물이 되어버린 동료와 싸워야하고, Half-Life2 에서 외계인에 대한 레지스탕스 운동을 할 수 있다. 이들은 허무맹랑하지만 충분한 매력이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수 많은 어드벤쳐 게임은 현대적 상상력의 한계에 의해 소설이 보여주지 못하는 이야기와 영화가 기술적 / 시간적 제약에 의해 들려주다만 이야기를 완성하여 보여준다.
어드벤쳐형 게임들의 매력있는 스토리는 아쉽게도 온라인 게임에 이르러서는 많이 축소되었다. 게이머 상호간의 커뮤니티가 주는 매력이 그것의 부족분을 채우고도 남음이다. 많은 게임들이 간단한 배경설명으로 그들의 스토리를 얼버무리지만(사실 대부분의 스토리는 전혀 매력이 없다.) 게이머들 스스로 기획자가 던져놓은 화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간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재미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각 길드간의 반목일 수도 있고 게이머가 구성한 국가간의 전쟁일 수도 있다. 단순히 살인자를 피하기 위한 피말리는 과정일 수도 있다. 누구도 잡아보지 못한 용을 잡아 드래곤 슬레이어라 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야기는 게임이 설정해놓은 기본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게임이 Sci-Fi 배경이라면 게이머들은 용을 구경하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반대로 판타지에서 전투기를 찾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게이머들은 게임의 배경스토리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의 배경이 제대로 잘 설정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주어진 범위안에서 최대한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될 만하느냐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실망하게 된다. 사실 우리 게이머들 중 여러 온라인 게임의 배경 스토리를 제대로 살펴보는 이들의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단지 다운로드, 설치, 회원가입, 로그인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과정만을 반복하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부류가 많아서인지 개발사 측도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단지 홈페이지에 간단히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배경설정은 완료된다.
이 이유에서일까? 이 게임에서 하던 이야기는 저 게임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아야하는 것은 게이머로서도 고역이다. 이렇게 되자 비판이 나온다. 비슷비슷한 게임들은 그만. 하지만 얼마전에 오픈한 게임조차도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겉표지가 화려하다고 재미있는 소설책은 아니다. 줄거리가 어떤 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특별한 게임시스템이나 뛰어난 그래픽이 재미있는 게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겉표지가 화려한 판타지 소설이 반드시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과 같다. 게이머들이 이어받을 이야기를 얼마나 잘 꾸몄냐도 재미의 요소에 포함된다. 단순히 A4 용지 하나도 다 채우지 못하는, 혹 채운다고 하더라도 흡인력이 없는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란 무리가 있지 않을까?
만약 재미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먼저 그 게임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식상한 판타지 소설이라면 바로 퇴짜를 놓아도 좋다. 신변잡기같은 이야기라면 더더욱! 우리는 재미있는 소설책을 고를 줄 알기 때문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