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美) 육군이 개발한 AA(America Army) 온라인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실제 미국 포트 베닝(Fort Benning) 훈련소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을 만큼 뛰어난 사실성을 자랑하는 이 게임은 기존의 비슷비슷한 FPS 류에 식상한 많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 게이머들의 반응은 비교적 신기하다는 평이다. 일반 게임개발사가 아닌 군에서 게임을 개발한 것도 그렇거니와 실제 분대전투 교본에 기반한 플레이 역시 뛰어나 비교적 부정적인 군의 이미지를 쇄신할 만하다는 평가이다.
사실, 군과 게임의 관계는 무척이나 오래되었다. 둠(Doom) 이라는 게임을 기억하는가? 1993년 이드(ID)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이 게임은 당시 쉐어웨어 다운로드 방식을 선보이면서 전세계적으로 1,500만부가 다운로드 되었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처음 일반 게이머를 대상으로 판매되었던 이 게임은 당시 미국 해병대의 집단 전투훈련을 위한 군사 시뮬레이션으로 채택되었다. 값비싼 3차원 시뮬레이터 대신에 불과 수십 달러의 게임으로 군사훈련을 한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IT 기술은 군사기술에서 파생된 것이 많다. 흔히 가상현실이라 통용되는 기술들은 과거 군사용 시뮬레이터에서 기원한 것이다. 실제 전장을 3차원으로 표현하기 위해 현재 사용되는 그래픽 구현의 기술들이 고안되었고 수정되어왔다. 이러한 VR(Virtual Reality : 가상현실)의 실제적 구현은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링크 주니어(E. A. Link, Jr.)라는 엔지니어는 최초의 비행 시뮬레이터를 개발하였다. 그는 이 장치에 대해 '비행 훈련생을 위한 훈련기구와 오락기구의 혼합'이란 명칭으로 특허를 출원하였는데 현대에 이르러 많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값싼 FPS 게임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비단 DOOM 의 경우만은 아닌 듯 하다
더 안전하고, 더 경제적인 군사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 혹은 흔히 C4I 로 통칭되는 지휘통제통신전산정보체계의 구축을 위해 고안된 기술들을 현대의 게임들에서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매년 언론에 보도되는 한미연합 을지 포커스 렌즈(UFL)을 비롯한 여러 군사 훈련에서 실시되는 워게임은 온라인 게임의 클라이언트 - 서버 모델과 닮아있다.
두 집단으로 나뉘어진 군 병력은 BCTP(Battle Command Training Plan) 장비의 도움을 빌어 실제 전시에 따라야 할 작전계획을 숙지하게 된다. 병사들은 모니터 앞에서 인사, 정보, 작전, 군수 등을 담당하는 각 장교들의 지시에 따라 키보드를 두드리고 이들 병사들이 입력한 명령들은 중앙 서버로 전송되어 이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적군의 상황과 유기적으로 반응한다. 동시접속자 수 백명의 온라인 게임이라 불러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한편, 구소련의 붕괴로 촉발된 냉전의 종식은 필연적으로 군사비의 삭감을 가져오게 되었는데 이는 많은 군사용 기술들의 민간으로의 이전을 촉진시켰다. 특히 1990년대에 이르러 록히드 마틴, 보잉 등의 군수용 항공기 제조사들은 떨어진 군의 수요 때문에 그동안 개발해오던 군사용 비행시뮬레이터의 기술을 민수용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오락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이러한 기술을 게임산업으로 유입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게임기술과 군사용 기술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최근에는 게임개발사들이 군사용 시뮬레이터를 보급하기도 한다. 비록 워게임 시스템 구축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정통적으로 대기업 산하 개발사들이 도맡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시뮬레이터 개발등은 중소 게임개발사들이 수주하기도 한다.
미 육군에서 제작한 AA 온라인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제작한 게임들의 경우에도 군사적인 요소를 상당수 차용하고 있다. 정통적인 비행 시뮬레이션은 물론이거니와 해외게임들 중 팀기반의 PvP가 활성화된 게임의 경우 현대전의 특징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비교적 매니악하다고 평가받는 게임들 중 PlanetSide 라는 게임의 경우 현대 전장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포병의 포격이 이어진 후 전차부대가 진격을 하면 항공기는 근접지원을 하며 차량을 앞세운 기계화 보병이 작전지역을 점령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듯 현재에 이르러서도 군과 게임의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을 통해 모의 군사훈련을 받는 일도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개발되고 있는 게임 혹은 출시일을 기다리고 있는 게임들에게서 군사적인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국내 게이머들의 반응은 비교적 신기하다는 평이다. 일반 게임개발사가 아닌 군에서 게임을 개발한 것도 그렇거니와 실제 분대전투 교본에 기반한 플레이 역시 뛰어나 비교적 부정적인 군의 이미지를 쇄신할 만하다는 평가이다.
사실, 군과 게임의 관계는 무척이나 오래되었다. 둠(Doom) 이라는 게임을 기억하는가? 1993년 이드(ID)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이 게임은 당시 쉐어웨어 다운로드 방식을 선보이면서 전세계적으로 1,500만부가 다운로드 되었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처음 일반 게이머를 대상으로 판매되었던 이 게임은 당시 미국 해병대의 집단 전투훈련을 위한 군사 시뮬레이션으로 채택되었다. 값비싼 3차원 시뮬레이터 대신에 불과 수십 달러의 게임으로 군사훈련을 한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IT 기술은 군사기술에서 파생된 것이 많다. 흔히 가상현실이라 통용되는 기술들은 과거 군사용 시뮬레이터에서 기원한 것이다. 실제 전장을 3차원으로 표현하기 위해 현재 사용되는 그래픽 구현의 기술들이 고안되었고 수정되어왔다. 이러한 VR(Virtual Reality : 가상현실)의 실제적 구현은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링크 주니어(E. A. Link, Jr.)라는 엔지니어는 최초의 비행 시뮬레이터를 개발하였다. 그는 이 장치에 대해 '비행 훈련생을 위한 훈련기구와 오락기구의 혼합'이란 명칭으로 특허를 출원하였는데 현대에 이르러 많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값싼 FPS 게임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비단 DOOM 의 경우만은 아닌 듯 하다
더 안전하고, 더 경제적인 군사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 혹은 흔히 C4I 로 통칭되는 지휘통제통신전산정보체계의 구축을 위해 고안된 기술들을 현대의 게임들에서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매년 언론에 보도되는 한미연합 을지 포커스 렌즈(UFL)을 비롯한 여러 군사 훈련에서 실시되는 워게임은 온라인 게임의 클라이언트 - 서버 모델과 닮아있다.
두 집단으로 나뉘어진 군 병력은 BCTP(Battle Command Training Plan) 장비의 도움을 빌어 실제 전시에 따라야 할 작전계획을 숙지하게 된다. 병사들은 모니터 앞에서 인사, 정보, 작전, 군수 등을 담당하는 각 장교들의 지시에 따라 키보드를 두드리고 이들 병사들이 입력한 명령들은 중앙 서버로 전송되어 이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적군의 상황과 유기적으로 반응한다. 동시접속자 수 백명의 온라인 게임이라 불러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한편, 구소련의 붕괴로 촉발된 냉전의 종식은 필연적으로 군사비의 삭감을 가져오게 되었는데 이는 많은 군사용 기술들의 민간으로의 이전을 촉진시켰다. 특히 1990년대에 이르러 록히드 마틴, 보잉 등의 군수용 항공기 제조사들은 떨어진 군의 수요 때문에 그동안 개발해오던 군사용 비행시뮬레이터의 기술을 민수용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오락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이러한 기술을 게임산업으로 유입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게임기술과 군사용 기술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최근에는 게임개발사들이 군사용 시뮬레이터를 보급하기도 한다. 비록 워게임 시스템 구축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정통적으로 대기업 산하 개발사들이 도맡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시뮬레이터 개발등은 중소 게임개발사들이 수주하기도 한다.
미 육군에서 제작한 AA 온라인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제작한 게임들의 경우에도 군사적인 요소를 상당수 차용하고 있다. 정통적인 비행 시뮬레이션은 물론이거니와 해외게임들 중 팀기반의 PvP가 활성화된 게임의 경우 현대전의 특징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비교적 매니악하다고 평가받는 게임들 중 PlanetSide 라는 게임의 경우 현대 전장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포병의 포격이 이어진 후 전차부대가 진격을 하면 항공기는 근접지원을 하며 차량을 앞세운 기계화 보병이 작전지역을 점령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듯 현재에 이르러서도 군과 게임의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을 통해 모의 군사훈련을 받는 일도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개발되고 있는 게임 혹은 출시일을 기다리고 있는 게임들에게서 군사적인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위안이 되는말이군...울나라에서도 이렇게 되면...좋겠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