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PC방에서 게임삼매경에 빠져있는데 경찰관들이 들어온 모양이다. 뒤에서 갑자기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흠칫 놀랐다. 게임 속 상황이 다급하여 한 손으로 신분증을 꺼내 주면서 다른 손으로는 키보드를 연신 눌러대는 상황이 조금 민망했다. 인적사항을 조회하던 중 한 경찰관이 게임을 보고 아는 척을 한다. '나도 예전에는 게임 많이 했었는데...... 이 건 처음 보네?'. 오, 의외인데라고 생각하며 웃으면서 몇 마디 설명해주었다.
게임이 일반 국민의 생활로 파고듦에 따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사이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를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국민게임으로 불리우는 몇 몇 게임의 경우는 그것을 모르면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다. 가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의 기사에서 보듯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많은 이들이 즐기는 게임에서 자신의 직업이나 학력, 나이는 그다지 중요치 않게 보인다. 사실 그것을 알 필요도 없다. 자신의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혹은 직장내에서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말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도 그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알고 싶은 것은 '저 사람은 게임을 잘하나?' 혹은 '레벨은 어느 정도인가' 라는 것이다.
사회에서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면 주머니에는 돈 한 푼 들어있지 않은 '걸인'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모든 것이 서투르고 생소하다. 설명서를 읽어보아도 생소한 낱말 투성이라서 원어로 된 전공서적보다 난해하다. 염치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매달리는 주변의 초보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까?' 라며 갈등을 겪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파티플레이가 많은 요즘의 게임들에서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고 게임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무렵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초보들에게 이것은 어려운 관문 중의 하나이다. 모든 것이 서툰 초보에게 관대한 사람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개중에는 아예 드러내놓고 초보들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많은 국내 게이머들이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는 일에 인색하지만 모른다는 것에 관용을 베푸는 것조차도 인색한 게이머들 또한 많다. 게임 속의 지명이나 NPC의 위치, 혹은 그 곳까지 가는 길을 알지 못해서 무시를 당한 적이 있는가? 실수를 계속하여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파티에서 쫒겨난 적이 있는가? 채팅창에 비교적 쉽지만 초보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질문을 하여도 다들 저마다의 이야기만 나눌 뿐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고 분통 터뜨린 적이 있는가?
너그러울 관(寬)
이러한 초보들의 고난은 비교적 알아야할 것이 많은 해외게임에서 두드러진다. 흔히 뉴비와 올드비로 양분되는 이들 게임의 사용자 계층은 둘 사이의 심각한 단절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신기하게도 초보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계층은 존재한다. 누가 조금 더 초보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자신이 조금 덜 초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들이 초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이미 많은 경험을 쌓은 게이머들처럼 행동한다. 또한 일부 올드비들의 경우 해외게이머들의 좋지 않은 점을 그대로 답습하여 그들만의 세계를 건설하는데 여념이 없다. 초보들에게는 'NOOB'이라 부르기를 서슴치 않는 경우도 많다.
비교적 쉬운 국내게임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은근히 으스대는 게이머들에게 짜증이 난 적이 있을 것이다. 잘 모른다고 핀잔을 듣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들어본 일도 많을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게임속에서 가진 자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행동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사회에서 보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게임에 대해서 많이 안다는 것은 많은 온라인 게임에서 권력처럼 작용한다. 여러 팬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권력의 핵심에 자리하듯 온라인 게임이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 정보를 가진 이들이 관용이라는 단어에 인색하다면 게임속의 사회는 각박해지기 마련이다.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한, 그러나 그 실천에 있어서는 전혀 식상하지 않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은 게임 속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온라인 게임 속에서 게이머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현실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는 점이다.
어디에선가 '게임이 남기는 것은 아이템도 아니고 레벨도 아니라 자신을 친구로 등록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본 적 있다. 만약 자신이 아는 것이 많거나 레벨이 높다고 우리들을 무시하거나 으스대는 사람을 본다면 가볍게 '/차단'을 눌러주자. 그 사람의 차단 횟수가 높아질 동안 우리는 '/친구'를 많이 만들어보자.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즐거움은 다른 사람과 같이 즐기는 것이니 말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게임이 일반 국민의 생활로 파고듦에 따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사이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를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국민게임으로 불리우는 몇 몇 게임의 경우는 그것을 모르면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다. 가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의 기사에서 보듯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많은 이들이 즐기는 게임에서 자신의 직업이나 학력, 나이는 그다지 중요치 않게 보인다. 사실 그것을 알 필요도 없다. 자신의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혹은 직장내에서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말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도 그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알고 싶은 것은 '저 사람은 게임을 잘하나?' 혹은 '레벨은 어느 정도인가' 라는 것이다.
사회에서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면 주머니에는 돈 한 푼 들어있지 않은 '걸인'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모든 것이 서투르고 생소하다. 설명서를 읽어보아도 생소한 낱말 투성이라서 원어로 된 전공서적보다 난해하다. 염치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매달리는 주변의 초보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까?' 라며 갈등을 겪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파티플레이가 많은 요즘의 게임들에서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고 게임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무렵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초보들에게 이것은 어려운 관문 중의 하나이다. 모든 것이 서툰 초보에게 관대한 사람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개중에는 아예 드러내놓고 초보들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많은 국내 게이머들이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는 일에 인색하지만 모른다는 것에 관용을 베푸는 것조차도 인색한 게이머들 또한 많다. 게임 속의 지명이나 NPC의 위치, 혹은 그 곳까지 가는 길을 알지 못해서 무시를 당한 적이 있는가? 실수를 계속하여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파티에서 쫒겨난 적이 있는가? 채팅창에 비교적 쉽지만 초보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질문을 하여도 다들 저마다의 이야기만 나눌 뿐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고 분통 터뜨린 적이 있는가?
너그러울 관(寬)
이러한 초보들의 고난은 비교적 알아야할 것이 많은 해외게임에서 두드러진다. 흔히 뉴비와 올드비로 양분되는 이들 게임의 사용자 계층은 둘 사이의 심각한 단절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신기하게도 초보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계층은 존재한다. 누가 조금 더 초보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자신이 조금 덜 초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들이 초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이미 많은 경험을 쌓은 게이머들처럼 행동한다. 또한 일부 올드비들의 경우 해외게이머들의 좋지 않은 점을 그대로 답습하여 그들만의 세계를 건설하는데 여념이 없다. 초보들에게는 'NOOB'이라 부르기를 서슴치 않는 경우도 많다.
비교적 쉬운 국내게임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은근히 으스대는 게이머들에게 짜증이 난 적이 있을 것이다. 잘 모른다고 핀잔을 듣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들어본 일도 많을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게임속에서 가진 자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행동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사회에서 보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게임에 대해서 많이 안다는 것은 많은 온라인 게임에서 권력처럼 작용한다. 여러 팬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권력의 핵심에 자리하듯 온라인 게임이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 정보를 가진 이들이 관용이라는 단어에 인색하다면 게임속의 사회는 각박해지기 마련이다.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한, 그러나 그 실천에 있어서는 전혀 식상하지 않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은 게임 속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온라인 게임 속에서 게이머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현실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는 점이다.
어디에선가 '게임이 남기는 것은 아이템도 아니고 레벨도 아니라 자신을 친구로 등록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본 적 있다. 만약 자신이 아는 것이 많거나 레벨이 높다고 우리들을 무시하거나 으스대는 사람을 본다면 가볍게 '/차단'을 눌러주자. 그 사람의 차단 횟수가 높아질 동안 우리는 '/친구'를 많이 만들어보자.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즐거움은 다른 사람과 같이 즐기는 것이니 말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정말 뭐 물어보면 자기들하던 얘기계속하시는
분들도 꽤 있음 ㅠㅠㅠㅠ
근데, 요즘마비하는데, 마비는 꽤나 매너가
좋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