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알 것 좀 알고, 그 것에 대해서 이야기도 곧잘 하는 게이머의 눈으로 볼 때 가끔씩 말도 안되는 뉴스거리들이 등장할 때가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게임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기사거리를 쏟아내는 일간지나 웹진, 방송을 보면 때때로 화가 날 때도 있을 것이다. 특히 게이머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잘못된 정보라도 있다면 그 기사를 쓰거나 방송을 내보낸 해당 언론은 성난 게이머들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얼마 전 '리처드 게리엇이 스타크래프트 개발자'라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모 방송의 게시판은 게이머들의 질타로 가득 채워졌었다. 울티마 온라인을 누가 만들었는지, 혹은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가 어느 곳인지를 아는 게이머들은 어떻게 공중파에서 이러한 잘못된 사실을 여과없이 내보낼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했다. 후에 관계자의 해명이 이어지기까지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보면 아직도 일반 대중에게 게임이란 것은 먼나라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그나마 잘 알려진 축에 속한다. 공중파가 아닌 일반 지면이나 인터넷 웹진의 경우 게이머들에게 노출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가 많다. 예전 모 일간지에서 '공성전의 원조는 L모 게임이며 해외의 D모 게임을 비롯한 많은 게임이 L모 게임에서 상당부분 영향을 받았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는데 당연히 '좀 안다는' 게이머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스스로 전문적이라고 포장하는 게임언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최초', '국내최초' 등의 미사여구로 치장한 기사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그러한 기사들의 경우 겉은 화려하지만 들여다보면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경우 그러한 기사는 가십(Gossip)성으로 치부하며 심심할 때 읽어보는 정도로 여긴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정보를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접하게 될 때의 파급효과이다. 예를 들어 어떤 게임이 해외 언론에서 극찬을 받았다는 기사가 있다면 그 개발사나 게임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해외 언론이 공신력없는 조그만 웹진이라면, 혹은 그 언론의 해당 기사 원문에서 호평한 부분만을 재편집해 기사화했다면 그 기사는 잘못된 것이다. 해외 퍼블리셔와 실계약은 없이 수출상담만 진행했는데 수출상담 실적 몇 백만불이라는 기사가 나간다면 그 '수출상담'의 의미를 모르는 이들의 경우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그러한 장밋빛 기대심리에 따라 해당 개발사의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게이머들은 이러한 잘못된 게임정보를 제공하는 언론들에 대해서 불만을 털어놓으며 '차라리 내가 기사 써주겠다'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게이머의 눈으로 보는 게임소식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잘못되거나 과장된 정보를 끊임없는 재생산해내는 게임언론을 눈여겨 보아온 이들의 경우 몇몇 언론에 대해서 '찌라시'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해대기도 한다.
그들 게이머들이 '찌라시'라고 일컫는 게임언론 중에서는 특정 업체의 홍보물로 착각할 정도로 많은 지면을 특정 게임에 할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PC방에서 많이 읽히는 오프라인 게임주간지를 발행하는 모 신문사의 경우 자사와 관련한, 특정게임의 팬사이트 기사를 지면에 게재하며 의도적인 경쟁작 깎아내리기도 서슴치 않는 행태를 보인다. 특히 지난 몇 주간 계속된 경쟁작 깎아내리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돈받고 기사쓰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이다. 이 신문을 구독하는 이들은 기사 중 언급된 특정게임에 자칫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가 있다.
사실을 전달해야하는 기사에 어떠한 의도가 숨어있다면 일간지 전면광고를 빌어 기사처럼 위장한 광고들과 무엇이 다를까? 매일매일 현관문에 덕지덕지 붙여지는 전단지의 그 현란한 글자들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몇몇 게임언론의 행태에 대해서 비판하는 게이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각 게임관련 사이트에서는 그러한 말도 안되는 기사들에 대해서 항의하고 비판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그동안 마땅한 감시장치가 없었던 게임언론에 대해서 게이머들 스스로가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걸리지 않는 최면을 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몇몇 게임언론. 이들에 대한 가장 확실한 비판은 바로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관심이다. 좀 더 좋은 기사를 원한다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찌라시 : ちらし[散らし] (1) 어지름. 흩뜨림. (2) 전단. 삐라.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