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내에는 라이트 게이머가 많다고 한다. 흔히 라이트 게이머들의 특징을 들어 '기준없는 게임선택', '게임 비평의 얕음'을 말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그들이 여러가지 게임을 즐겨보지 못한 채로 천편일률적인 방식의 온라인 게임에 먼저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내 게임시장이 현재와 비교해 그 규모가 작았던 시절, 시장은 패키지와 콘솔로 양분되어 있었다. 그 당시 대다수 게이머들은 게임의 구매에 무척이나 신중했다. 혹여 자신의 기준에서 재미없는 게임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큰 낭패감을 맛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대부분이 빠듯한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수입이 있는 직장인들도 그 낭패감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본질은 동일하였다. 또한 금쪽같은 용돈을 들여 구매한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리 난해한 게임이라도 설명서를 수십번씩 보면서, 어떤 경우에는 영어사전을 뒤져가며 또는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수 많은 밤을 지새웠던 그 집념의 기억들은 그 당시 게이머들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과 더불어 온라인 게임산업이 기지개를 펴면서 그러한 기억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사항 없음'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수많은 매체에서 선전하는 수백가지 게임들 중 클릭 몇 번으로 자신이 수개월 이상 플레이할 게임이 정해지는 것이 요즘의 게임 선택 방식이다. 잘못 고르면 어떻게 할 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재미없다면 또 다른 게임을 찾아가면 될 뿐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수많은 무료 게임들이 그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선도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라이트 게이머들이 현재 게임시장의 트렌드이다. 게임을 돈을 주고 즐긴다는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베타족들과 패키지 게임에서의 감동적인 엔딩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게이머들, 24시간 내내 몹과의 전투를 지겨워하면서도 즐기는 온라인 게이머들이 한국 게임 소비계층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비교적 소수로 밀려난 게이머들은 자칭 타칭 매니아로 불리고 있으며 그들이 즐기는 게임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 어렵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다 등등의 이유로 외면받기 십상이다.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거리가 되었던 일을 한번 살펴보자. 하드고어라는 독특한 이미지와 게임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JC 엔터테인먼트의 '프리스트'가 최근 기존의 색채를 버리고 '몰개성적'인 라이트 게임들의 대열에 '러쉬'해 들어갔다. 개발사 내부의 구체적인 정황은 모르겠으나 그들이 판단하기에 한국 시장내에서의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러쉬'의 결정에 가장 주효한 듯 하다. 프리스트를 즐기던 게이머들은 시장내에서 비교적 매니아로 취급받던 터라 그들의 협소한 시장가치에 게임을 맡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매니아들은 이런 사람들이 아니다
프리스트 외에도 뛰어난 게임성을 인정받은 외국계 온라인 게임을 비롯, 국내에서 독특한 색채를 가진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일부 소수의 '매니아'들만 즐기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 그들, 집념의 게이머들이 그러했듯이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보고 동료에게 물어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재미'를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그들 게임에서 공통 요소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이러한 '노력'의 의미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물론 어떤 이들은 게임을 쉽게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한다. 그 말은 맞다, 그러나 그 쉽게 만든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가? 단순히 인터페이스의 난해함으로 그들 게임이 외면 받는 것은 아니다. 노력에 따른 재미의 정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노력만큼의 보상은 달콤한 것이었다. 대다수 게이머들이 그런 노력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노력 뒤의 재미라는 보상마저 노력에 드는 피곤함 만큼이나 평가절하한다.
최근 리니지2의 북미 상용서비스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몇몇 국내 웹진에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현지 게이머들의 여론도 비판적이다. 국내 게임들이 게임 후진국이라 평가받는 아시아에서는 선전하지만 선진국들에서는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이트 게이머들의 비율 차이라 본다. 쉬운 인터페이스와 번쩍번쩍하는 그래픽으로 온라인 게임 초심자들이 주축이 된 라이트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는 있겠지만 일반 및 매니아 게이머들을 유혹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오래 전 부터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들을 즐겨온 그들이 겉만 번지르르한 게임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겠는가?
그렇다면 문제는 대다수 국내의 라이트 게이머들? 맞다. 그러나 그 접근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대다수'라는 말에 접근해야 하며 '라이트'라는 말에 신중해야한다. 그리고 국내에 라이트 게이머들이 넘쳐나게 된 까닭은 무엇인지를 전제해야 한다. 그들은 소비자이지 비난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컨텐츠 소비의 한 가운데에 온라인 게임산업이 있다. 여기 저기 게임관련 매체가 등장하고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등장하는 게임의 수가 많을 수록 게이머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서 요즘엔 인터넷 활용인구 중 게임 한 두가지 안 즐겨본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시대가 요구하고 부여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한 컨텐츠인 온라인 게임 산업, 하지만 그들의 색은 어떠한가? 어떤 이들은 다들 똑같은 색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아온 라이트 게이머들은 이들 한가지 색의 게임들에 너무 적응을 잘하고 있다. 어쩌면 온 세상이 같은 색으로 보일 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새 색맹이 되어 새로운 색깔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고인 물은 썪는다
'고인 물은 썪는다'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물이 흘러들어와야 신선함과 깨끗함이 유지된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없다는 것은 더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말과 같다. 그렇지만 새로운 물과 색이 어울려들기는 지금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것은 몇몇 개발사나 커뮤니티를 주도하는 논객들, 웹진들의 힘으로 바꾸기에는 너무나 큰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수가 바위를 뚫고 석순을 만들어 내듯 서서히 변해갈 것이다.
같은 문화산업인 음반 산업을 살펴볼 때도 게임계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에 쉽게 띄는 이들이 라이트한 10대들을 현혹하며 자주 우리 눈에 보이는 동안,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가는 음악인들이 있다. 그들 또한 문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양한 색이 공존하는 문화가 건강하며 또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게임산업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비록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색을 볼 줄 아는 게이머들을 많아지게 하는 것이 국내 게임의 경쟁력에 일조할 것이라 본다. 그것은 어느 한 쪽의 책임은 아니지만 웹진 및 게임 팬사이트, 커뮤니티 등이 앞장서야 할 일일 것이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비록 하나씩 떼어놓고 볼 때에는 밋밋하지만 그들이 모여 만든 무지개는 아름답다.
[온라이프21 - www.OnLife21.net]
어릴적에 저 역시 한글이 아닌 영어, 일어로 된 게임을 하면서 학습적으로 게임을 했었습니다. 설명은 위에 포함되있으니 넘기고
하지만 지금 국내 게임환경에서는 이제 학습적인 측면이 거의 없는 흔히 말하는 라이트 유저층 위주로 게임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나쁘다 아니냐는 소모적인 논쟁이 될것이고,
결론은 ㅡㅡ;;;;; 게임이 학습적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유저 입장에서 즐길수있으면 그것으로 게임의 본분은 다 한것일테니까요.
핵심은 라이트한, 대중적인 온라인게임 문화에 어떤 게임을 제공하여 어떤 플레이 환경을 만드느냐 아니겠습니까?
좋은 게임 나쁜 게임 구분이 아닌, 어렵고 수준높은 게임 쉽고 질낮은 게임 이런식으로 구분하는게 아닌 얼만큼 즐길수있는 게임이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대중적인 유저층 형성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해석하는건 조심스럽네요 저로선~ 아 그러고보니 위에서도 설명한 말이군 ㅎㅎㅎ
현실적으로 모두 마니아가 될순없는것이고 ㅡㅡ;; 흐 흐 흐
아무튼 쭉 지켜보면서 생각해볼 얘깃거리네요.
잘 읽고 잘~~ 느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