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공대.. 같은공대생임으로 어느정도 공감이; 캐웃겨요ㅋㅋ

================== 두 달만에 개털 됐다 ===============


내가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땐

나에겐 두 명의 여자동기가 있었다.


그리고 2학년 1학기.

다른 과로 전과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단 한명도.... 남아있질 않다.


산업공학과, 응용화학공학과 같은 경우는

과의 특성상 별다른 노력 없이도

평균 10:1 이라는 매우 높은 남녀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토목공학부, 기계공학부는

지구환경시스템, 기계항공우주공학 등등으로 이름을 바꿔서

과의 정체를 숨겨가며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여전히 여자가 없다.


대체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됐는가?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공대 여학우에 관한 슬픈 전설이다.


============= 눈물 없이는 눈이 건조합니다. =============

정말로 여학우의 씨가 말랐던

1990년대 초반.

기계공학부에 천재지변이 일어났다.


---12년 만의 여학생 입학!!!---


그녀를 환영하기 위해

1천의 동문과

오백의 재학생과

일백의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모여

플랜카드를 걸고 팡파레를 울렸다.


어안이 벙벙해서 정문을 들어선 그녀를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한 기계공학부 동문회장은

그녀의 손을 덥썩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숙사, 학비, 기타 유흥비 모~두 대줄테니

제발 졸업만 무사히 하게....==


-2천 공대인의 희망.-

-프린세스 오브 사이보그.-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모든 공대생의 위에 존재했던 그녀.


그녀는 연예인 싸대기 왕복으로 후드려 칠 외모와

슈퍼 초 울트라 다이너마이트한 몸매,

순진하고, 착하고, 귀염성 있는 성격에

빵빵한 집안까지

그 어느 것도 만족시키지 못했음에도.....


그저 피가 제대로 흐르고,

XX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지구에 온 목적과 상관없이 공주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떠났다.


==난 역학이 싫어요!!


라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그녀가 떠나가고 2년 후.


======== 금속공학과 금속공주 탄생========


강철의 프린세스가 나타났다.

프린세스 오브 사이보그에 비하면 그 강도가 약했지만

이 또한 엄청난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퍼졌던

각종 근거없는 소문들.


== 무지하게 예쁘다던데.
== 아주 그냥 보는 수간 뻑 간데.


보통, 이런 소문들이 사실일 확률은

동전을 던졌을 때 동전이 접힐 확률이나

볼펜을 던졌을 때 빨간 볼펜이 검은색이 될 확률과 비슷하지만....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이런 일을.... 기적이라 부른다.


그녀가 입학인 이후

엄청나게 사기가 충만했던 메탈공돌이들은

그 해 공대 대항 축구, 야구, 농구대회에서 우승했고

그녀를 행운의 여신으로 떠받들며

하나의 종교단체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오~ 공주님~ 우리를 이끌어주소서!!’


그렇게 그녀는 수많은 신도들의 허신과 봉사 속에

있는 것도 몰랐던 과제가 낸 걸로 되어있고

리포트 쓰려고 폼 잡고 있으면

어느새 완성본들이 주위에서 쏟아지는

불로소득, 영생불사,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었다.


하지만 평소 말이 없고 수줍음이 많았던 그녀는

‘Girl or Not' 밖에 생각지 못하는 단세포 생물들의 공격 앞에

몹시 부담감을 느끼는 듯 했고

그동안 남성들만의 공간으로 존재하던 공대 안에서

평소 생활에도 많은 불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강공(강철공주) - 실례합.... 끼야아아아악!!

공돌이들 - 끄아아아악!!!


여름철, 연구실에서 사각팬티 하나만 걸친 채

다리 사이로 부채질을 팍팍 해가며

충혈된 눈으로 모니터를 노려보던

쿠리쿠리한 공돌이들은

간혹 일어나는 그녀의 방문에

똘똘이가 단열수축하고 거시기털이 바짝 서는

경악할 사태를 맞이해야 했고

강공 또한 급격한 시력 저하로 인해 괴로워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와 다른 공돌이들간에는

차마 극복하기 힘든 균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우린... 같은 공대 아래 존재하기엔 너무 달라==


그리고 다시 2년.

결국 그녀 또한 공대 적응에 한계를 느끼고....


타락해 버렸다.


강공 - 아...씨..... 배 아파.

공돌이
- 응? 왜? 혹시 아까 실험실에 있던 우유 마셨냐?

그거 유통기한 한 달쯤 지난 건데?


강공 - 내가 미쳤냐 그걸 먹게! 생리다! 왜!!

공돌이 - 아... 난 또.

강공 - 누구 생리대 남는 거 없냐?

공돌이
- 야, 찾을 걸 찾아야지....

그거 내용물이 Super absorbent polymer였나?

셀룰로이드 같은 걸로 합성해다 줘?


강공 - 아씨.... 농담하지 말고, 나 뭐쓰는 지 알지? 좀 사다 줘라.


..........

이런 종류의 대화는 약과다.


강공 - 실례한다.


3년 째 여름.

노크도 없이 당당히 연구실 밀어붙이는 그녀.

안에는 당연히....사각팬티에 이하중략된 공돌이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공돌이2 - 어, 왔냐?

공돌이3 - 끄아아아아악!!!

강공 - 아 귀청이야.... 쟤 왜 저려나? 새로 왔냐?

공돌이2 - 응, 신입생들인데 아직 적응이 안 됐다.


........ 이런 걸 바로 진화(進化)라고 한다.


강공
- 응?! 이것들이 나 없을 때 지들끼리 라면을 끓여 먹어?!

이리 내놔!! 후루루루루루룹!!!


- 여긴 왜 여자 화장실이 없냐? 잠깐만 실례하자.


그녀가 이렇게 타락하고 난 후

입학 초기에 그녀를 따라다니던 수많은 혜택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과제를 하기 위해 같이 밤을 새고

시험기간이 되면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당당히 공대 건물 사이를 누비던 그녀의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공대의 일원.... 공순이의 표준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시간은 흐르고 흘러 21세기가 되었고

공대의 상황은 많이 변했다.

남녀 지원 비율이 3:1 에 육박하는 학과들도 간혹 있고....

적어도 10년씩 여학생이 안 들어오는

그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계속되는 이공계 기피.

특히!!! 왜 여학생들은 공대를 기피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답을 하기 위해

우리는 인류 발생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뇌의 용량이 500~600cc정도 밖에 안 되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직립보행을 통해

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는 곧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에렉투스로의 급속한 진화를 가져왔다.

호모 에렉투스는 불과 무기로 대표되는 도구 사용을 통해

보다 나은 생활과 수렵활동을 영위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전 과정을 근거로

내가 아는 두 여학생에게 왜 공대를 피하냐고 물어본 결과

수학이랑 과학이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라고 한다.


........... 아, 그렇구나.


확실히 공대는 수학, 역학 두 가지 학문만으로도

사람을 반쯤 미치게 만들어 놓는다.


고등학교 때

‘모든 마찰은 무시한다고 할 때,
물체A가 바닥에 떨어진 위치P는
시작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이런 식의 문제를 척척 풀며

나름대로 물리에 자신이 있다고 하던 사람도

-반경r을 가진 구형 물체A가 밀도p, 점도u를 갖는 유체X 속에서
회전하지 않고 진행한다고 할 때 낙하한 위치 P는 시작점에서....

이런 문제를 보고 나면.... 혹은....

-반경r을 가진 구형 물체A가 밀도p, 점도u를 갖는 유체X 속에서
지표에 평행한 방향으로 속도 v로 발사되어
물체가 지표에 평행하고 진행방향에 수직한 축을 중심으로
각속도w로 회전할 때와 회전하지 않을 때 낙하한 위치P와 P`의 차는?

이런.... 희안 같잖은 문제를 접하고 나면

삶이 참 외롭고 고달프다고 느끼게 된다.


확실히 여학생들에게

이런 계산의 지옥은 고통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이건 차별이나 비하가 아니라 일반적인 차이다.)

하지만.... 본인의 동기 중에서

수학 시험 중 6회 중 3회 톱을 차지했던 사람은 여자였고

역학 시험 12회 중 12회 꼴지를 했던 사람은 남자였다.....
(나는 아니다)


부디, 도전하기도 전에 절망하지 말고

공대에 와서 공주가 되어라.

소오녀여~ 공주가 니나레(evangelion 공대판 오프닝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