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맞아보니 

[서울신문]31일 밤 11시 정부중앙청사 사거리 청와대 진입 도로 부근. 전경버스 두 대가 차도를 가로로 막았다. 시민들은 ‘앞으로 앞으로’ 노래를 합창하며 청와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민들 뒤쪽에서 사다리 2개가 앞으로 옮겨져 전경버스에 놓였을 무렵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살수차에서 갑자기 물이 살포됐다.
 
소방호스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거센 물줄기는 시위대 한 명 한 명을 직접 겨냥했다. 가히 ‘조준 사격’이라 할 만했다. 태극기를 들고 있던 고려대 학생은 물대포를 맞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여기저기서 절규가 빗발쳤다. 여성들은 “그만 뿌려요.”라며 애원했다.
 
촛불행진을 취재하던 기자의 머리 위로도 물대포가 쏟아져 내렸다. 물대포를 맞아 보니 물이 아니라 우박을 맞는 것처럼 머리가 아팠다. 시민들과 서로 부둥켜 안았지만 찬 기운이 뼛속까지 전해졌다.
 
초여름인데도 온몸이 얼어붙고, 덜덜 떨렸다. 팔다리는 굳은 듯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전경들은 계속해서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남성들은 여성들을 에워싸고 보호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뒤집어쓴 시민들은 살속을 파고드는 한기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밤 기온은 찼지만 촛불행진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세찬 물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리를 지켰다. 어디선가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0시58분쯤 한 시민이 다시 전경버스에 올라갔다.2명의 시민들이 연이어 올라갔다. 전경들은 버스 위에서 시위하는 시민들을 향해 집중적으로 물대포를 날렸다. 물줄기를 맞으며 버티는 시민들을 향해 전경들이 다가갔다. 그러자 예비군 등 10여명이 우르르 버스 위로 올라갔다. 시민들은 ‘쏘지마’,‘때리지마’를 연호했다. 예비군들이 나서 버스 위의 상황을 정리했다.
 
 물로 불을 끄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물대포는 성난 촛불의 기세를 꺼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기름이 돼 더 큰 촛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되는 듯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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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땅의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 있다
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 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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