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 가장 가까웠던 게임의 추락 <세컨드 라이프>
이제 잊혀졌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 이다.
미국의 린든랩에서 개발한 온라인 게임으로, 게임이라기 보다는 가상현실의 세계를 구축한 게임이었다. 게임을 했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깊이 가면 게임이라기 보다는 전문적으로 무언가 만들어내는 툴 같은 느낌을 받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맵은 인터넷 세계의 주소와 같은 이미지이며, 무엇이든지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 나가고 구축해 나가는 세상이었다. 게임에 정해진 루트는 없다. 처음에 간단한 조작방법을 숙지하고 나서는 유저들이 무얼 하든 내버려두는 세상이었다. 직접 디자인한 게임 아이템을 만들거나, 아이디어 상품도 개발할 수 있었다. 전세계 공통된 서버를 사용하여 언어적인 문제로 다른 사람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유저들이 직접 만든 실시간 번역기를 게임내 화폐로 살 수도 있었다.
또 게임내 화폐 “린든”을 직접 현금으로 바꿔 주기도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세컨드 라이프 세계안에서 사업에 성공하여 큰 돈을 거둔 사람들도 등장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미국과 일본등 전세계 기업들이 게임에 직접 진출하기까지 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가장 가상현실 세상과 가까운 게임을 만들어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맵은 유자가 돈을 주고 사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었다. 또 그 맵에 일부분을 다른 유저에게 임대해서 장사를 하거나 자신들만의 영역을 꾸밀 수 있게 했다. 수천가지의 맵이 존재하며, 다양한 컨셉에 맵들이 존재하여 유저들이 만들어 나가는 세상이었다. 영화관을 운영하거나, 콘서트를 열거나, 자신이 만든 아이템, 아이디어 상품등을 팔 수 도 있었다.
이렇게 이슈가 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기업들도 앞다퉈 진출하면 잠재력이 매우 높은 세계로 평가받았으나 현재의 세컨드 라이프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높은 잠재력 평가를 받은 이 거대한 가상현실의 세컨드 라이프가 어쩌다 추락했을까?
1. 언어
세컨드 라이프가 국내에 서비스 했을 때도 인터페이스의 상당수는 영어였다. 단순히 인터페이스가 영어였기 때문에 문제였던 게 아니라 게임 세계관에 영어의 비중이 너무나도 컷다. 세컨드 라이프는 소셜 커뮤니케이션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해결될 문제이지만, 전세계 무대로 하는 세컨드 라이프안에서는 영어권 사람들 중심으로 게임이 장악될 수 밖에 없다. 처음 하거나, 영어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세컨드 라이프에서 활동하기는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2.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과거에 세컨드 라이프 미국 버전으로 했을 때, 간단한 조작 방법을 익히고 나서는 위치도 모를 이상한 곳에 떡 하니 캐릭터가 서 있기만 했다. 그 뒤로 무얼 해야하는지 모른다. 퀘스트가 있는 게임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이후 국내에 서비스된 이후에도 여전히 간단한 조작법외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인터페이스도 영어중심이었다. 게임이 어렵고 , 너무 복잡했다. 세컨드 라이프는 앞서 말했지만 게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제작 툴이나 무언가 만드는 개발툴과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서, 그저 즐기러 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어려운 게임일 수 밖에 없었다.
3. 맵은 크고, 사람은 분산되 있는 세계
세컨드 라이프의 맵은 마치 인터넷과 같은 느낌이다. 주소창에 맵의 주소를 치면 해당 맵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맵이란 곧 땅이고 그 땅을 소유자가 꾸밀 수 있다. 또 하나의 맵이더라도 , 그 맵 주인에게 임대료 형식으로 일부 땅을 사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 수 있기도 했다. 문제는 너무 방대한 맵이 장점이기도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게임에서 사람들이 워낙 분산되 있고, 친목위주로 게임이 흘러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 록 초보자들은 진입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특히 대부분 맵들은 엄청 거대했지만 사람이 없어 황폐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이 없었다기 보다는 워낙 분산되 있으니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4. 물건 팔기도, 사기도 힘든 구조
세컨드 라이프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만든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실제 현금으로 바꾸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맵이 엄청나게 넓고 장사할 곳도 엄청나게 커서, 모두가 흩어져 , 소비하는 유저도 찾아가기가 매우 힘들고, 만족할만한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일종의 상점 형식으로 아이템를 사고 파는 거래소 같은 곳이 대부분인데,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또 아이템들의 가격에 대한 형편성 문제도 있다. 물가를 통제 한다던가 하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데, 티셔츠 하나라도 퀼리티가 떨어지는데 불구하고 어떤 곳에선 10린든, 또 어떤 곳은 높은 퀼리티인데 1린든등 아이템 가격들의 격차가 너무 컷다는 것도 문제였다.
5. 절제 되지 못한 세상(?)
워낙 자유로운 세상이다 보니, 건전하고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낸 유저들도 있지만 , 포르노와 같은 컨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가상의 섹스 서비스도 논란이 되었다. 주소창에 sex만 쳐도 관련 맵들이 수십가지가 나왔으며, 모두 돈을 주고 각종 성(?) 적인 서비스까지 있었는데, 심지어 매춘도 가능했다. (물론 가상의 아바타로..) 잔인한 고어 컨셉의 맵을 비롯하여 도박등이 등장하였고, 결국 이러다 보니 청소년의 서비스를 아예 중지해 버리고 청소년 서버까지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청소년 서버는 완전히 실패하고 만다.
사람들은 하지말라는 것에 더 하는지, 이런 각종 불건전한 서비스가 오히려 점점 더 거대해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앞서 말한대로, 맵이 워낙 많고 유저들이 분산되 있지만, 불건전 맵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6. 시대의 흐름
2008년 이후에 아이폰이 등장하고 스마트폰과 타블렛등이 보급률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터넷은 한차례 혁명기(?)를 맞이한다. 이때 트위터 페이스북등을 비롯하여 인스타그램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급격하게 인기를 끌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에 있던 세컨드 라이프가 더 위축되기 시작한다. 이 게임이 다른 게임과 달리 특이했었고, 많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거품이 사실상 빠지면서 인식도 안 좋아지게 되었다. 앞다퉈 진출했던 대기업들도 모두 철수하는 상황까지 맞이한다.
세컨드 라이프는 지금까지 가장 가상현실에 근접했던, 아니 이루어 냈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앞서나간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짧았지만 많은 이슈가 되었고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이었다. 현재까지는 가능성은 보여주었으나 결론적으로 실패라고 진단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서비스 중이라는 점과, 또 시대의 흐름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세컨드 라이프가 환경에 따라 계속 변화하면서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와우만 해도 스토리 라인이 있고 리니지만 해도 닥사레벨업사냥터가 있는반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