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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던 지스타 2013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무사히 끝났습니다. 당초 볼 게 없다던 이번 지스타 2013은 막판 해외 업체들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져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해외 기대작들이 참가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국내외로 보다 활발한 홍보와 인지도를 키워야 할 듯 싶습니다.

그런데, 지스타 2013이 마무리 된 시점에서 유저들이 잘못 알거나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몰라도 전혀 상관 없지만, 이왕 세계 4대 게임쇼를 지향하는 지스타라면 알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들. 혹은, 당신이 지스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몇 가지를 풀어 놓겠습니다.


메이저 업체는 불참한 것이 아니다

많은 언론에 따르면 올해 지스타 2013은 NHN엔터테인먼트, 위메이드,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등 매년 참가했던 메이저 업체들이 불참해 김빠진 행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들이 불참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B2C가 아닌 B2B에 참여했기 때문이죠.

B2C(Business to Consumer)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일반 관람객들이 표를 끊고 행사장에 들어가 다양한 게임을 관람하고, 플레이하며 즐기는 장소가 B2C 입니다. 이에 반해 B2B(Business to Business)는 기업 간 거래를 말합니다. 비즈니스를 위해 실무자들이 만나서 미팅을 하는 장소로 보시면 됩니다. 즉, B2C는 소비자가 주체이고, B2B는 기업이 주체가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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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B2B. 실무자들이 대화를 하거나 미팅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메이저 업체들은 B2C가 아닌 B2B로 지스타 2013에 참가했느냐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는 현재 준비 중인 신작은 있지만 시연용으로 내놓기에는 부족하거나, 시연 버전을 따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는, 참가는 하지만 B2C의 참가 가격이 부담스러워 B2B를 선택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쇼는 다양한 게임을 보고, 즐기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영상 등을 통해 보여주기에만 그치고 자사의 부스를 찾아오는 유저들에게 즐길 거리를 내놓지 못한다면 굳이 B2C에 참가해 많은 돈을 들여가며 부스를 차릴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리고, B2C와 B2B에 부스를 차린다고 할 때의 가격 차이는 꽤 심한 편입니다. 우선, B2C의 경우 최소 40부스 이상으로 참가해야 하는데 독립부스 1부스 당 75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올해 블리자드와 헝그리앱이 100부스로 가장 큰 부스를 자랑했는데, 여기에만 7천 5백 만원이 들어갑니다. 즉, 자리세로만 7천 5백 만원이 들어간 것이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독립부스는 전시 면적만을 제공하기에 참가사가 직접 독자 시공으로 부스를 꾸미고 철거도 알아서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인원 투입 및 부스 건설을 더하면 1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게다가 각종 이벤트 상품과 연예인 및 부스걸 고용으로 들어가는 돈까지 더하면 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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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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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부스걸 고용까지 더하면 드는 돈이 상당히 많습니다

참고로 독립부스 외에 전시 면적과 기본 설비를 해주는 조립부스가 1부스 당 135만 원인데, B2C에서는 중소 게임사나 대학교 등을 제외하고 독립부스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각 업체들이 들고오는 게임의 컨셉에 맞게 부스를 꾸며야 유저들의 이목을 끄는데, 조립부스는 말 그대로 아무 치장 없는 그냥 평범한 부스라 B2B와 같은 곳에서만 사용되는 정도입니다. 

부스 가격 얘기가 상당히 길어졌는데, B2B로 넘어가면 이쪽은 최대 20부스 이상까지만 차릴 수 있으며 가격은 B2C와 같습니다. 대신, 조립부스에 6부스와 9부스를 패키지 형태로 준비해 1부스가 아닌 좀 더 큰 부스를 원하는 업체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6부스가 1,100만 원, 9부스가 1,500만 원으로 부스에 추가적인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추가금도 들지 않고 비즈니스를 상대로 자사의 게임을 홍보 및 광고하기 때문에 유저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나 부스걸도 필요 없습니다. 결국 B2B에 참여하는 것이 B2C에 비하면 가격적인 부담은 엄청나게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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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부스 기본제공내역, 1부스와 6부스 등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관람객은 B2B에 입장이 불가능 합니다. 아니 입장은 가능하지만, 20만 원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며, 참관객 동반인이라도 10만 원의 입장료를 받습니다. 지스타 2013의 B2C 입장료가 일반인 6천 원, 청소년 3천 원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입장료죠.

그럼 B2B는 누가 입장 하느냐. 당연히 비즈니스 명목으로 만남의 장소를 주선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국내외 각종 게임 업체 관계자들과 게임매체. 즉, 웹진 기자들이 출입합니다. 이들은 B2C에는 없는 다양한 게임들을 시연하고, 감상해 기사화하기 위해서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됩니다. B2B에서는 업체와 관람객들 사이의 접점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매체를 통해 자사의 게임을 알리는 용도로 활용하게 되는 것이고요.

따라서, 올해 메이저 업체는 불참한 것이 아니라 B2C는 불참했지만 B2B에는 참가했다고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스타 방문객 수는 오차가 심하다

게임쇼의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참가사들이 들고온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느냐 하는 것과 행사가 진행 되는 동안 참가한 방문객 수입니다. 

올해 지스타 2013은 총 188,707명이 다녀가며 작년의 187,148명을 간신히 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도 그렇고, 작년도 그렇고, 지금까지 실시된 지스타의 방문객 수는 거품이 꽤 많습니다.

간혹 지스타의 총 방문객 수가 해외 유명 게임쇼보다 많으면 이를 통해 지스타의 우수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방문객 수를 비교한다고 하면 비교 주체가 어느 정도 비슷해야 말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일정과 입장료, 무료 티켓 등의 유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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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가 꽤 심한 작년과 올해의 지스타 방문객 수

일정부터 따져 보겠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도쿄 게임쇼는 올해 9월19일부터 열려 22일 폐막 했습니다. 게임스컴 2013은 8월21일 개막해 25일까지 진행됐고요. 게임스컴이 지스타나 도쿄 게임쇼와 비교해 일정이 하루 깁니다. 그런데, 도쿄 게임쇼는 19일과 20일, 게임스컴은 21일이 비즈니스 데이였습니다. 비즈니스 데이란 업계 관계자와 게임매체만 입장할 수 있는 날로써 미디어의 원활한 취재를 돕고, 업계 관계자들에게 우선권을 제공해 주는 것이죠. 

하지만, 지스타에는 비즈니스 데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첫 날부터 일반인도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방문객 숫자가 차이나기 마련입니다.

입장료의 차이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도쿄 게임쇼는 초등학생 이하는 무료로 입장하고, 중학생 이상은 당일 입장으로 1,200엔(한화 약 12,000원)을 지불합니다. 도쿄 게임쇼의 입장객 수에 초등학생도 포함시키는지 확인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추산된 결과값을 보면 추가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임스컴의 입장권은 32유로(한화 약 45,000원)며, 바우처 코드를 활용하면 15 유로(한화 약 21,000원)에 구입이 가능합니다. 지스타의 입장료 6천 원에 비하며 도쿄 게임쇼는 2배의 가격, 게임스컴은 무려 7배의 가격이 넘습니다. 게다가 도쿄 게임쇼와 게임스컴은 지스타만치 무료 티켓을 자주 뿌리지 않습니다. 올해 지스타는 이런 현상이 적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게임포털과 웹진에서 지스타 무료 티켓을 말 그대로 엄청나게 뿌려댔습니다. 때문에 몸만 가면 그냥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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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료 티켓은 예년과 비교해 꽤 적었습니다

장황하게 떠들었는데,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단순 입장 수로 게임쇼의 흥행을 가리면서 해외 유명 게임쇼와 비교하는 것은 미련한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굳이 방문객 수를 따진다 해도 올해 게임스컴에는 34만 명이 다녀갔고, 도쿄 게임쇼에는 27만 명이 다녀가 지스타는 관람객 숫자로 따지기도 민망한 실정입니다.


4대 게임쇼가 되기에 아직은 무리

현재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열리는 게임쇼의 숫자는 꽤 많습니다. E3, 게임스컴, 도쿄 게임쇼가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리고 있는 가운데 지스타, 타이페이 게임쇼, 차이나조이가 있고 개발사 자체적으로 블리자드에서 블리즈컨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한참 아래로 내려다 봤던 중국과 대만 게임 시장도 점점 커지면서 차이나조이와 타이페이 게임쇼도 무럭무럭 성장 중입니다. 

올해 지스타는 정말 볼 게 없는 가운데 블리자드가 없었다면 역대 최악의 지스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혹자는 '블리자드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할 정도며, 사실 블리자드는 블리즈컨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기에 굳이 지스타에 무리해서 참가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게임쇼의 꽃은 각 게임사들이 들고온 게임인데, 특정 업체의 기대작에 의존한 모습을 보면 게임쇼라고 불리기에도 아까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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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대작들을 들고온 블리자드

지스타를 주관하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의 방식도 문제가 많습니다. 요즘처럼 정부의 각종 게임 규제와 게임사들이 매년 게임쇼에 참가한 만큼의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해 보이콧 형식으로 불참을 선언했다면, 참가비 할인을 대폭 강화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보다 많은 업체들을 B2C로 이끌어 방문객들의 흥미를 자극했어야 했습니다. 

다가오는 2016년까지 부산에서 지스타 개최가 확정된 가운데 과연 내년 지스타는 어떤 모습일까요. 부디 관람객들의 관람 수준도 개선되고, 국내의 많은 업체가 자사의 기대작을 첫 공개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으며, 해외 유명 업체들도 서로 참가하려는 그런 게임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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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의 참관 매너, 흥행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지스타 2013



Who's 완소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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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바일 게임에 급관심...
Comment '1'
  • ?
    미래 2013.11.18 22:15
    우리나라 어느 행사를 가도 관람객의 추태는 항상 같죠

포인트 안내 - 글 작성: 30 / 댓글 작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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