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써 봅니다.
아직 만 스무 살 시각이라 생각이 깊지도 못하네요.
평소 독서와는 담 쌓은 사람이라, 겨우 책 한두권 읽고 끄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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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 사람조차도 온라인 게임은 게임으로 보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명(名)작 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 얼마나 될까?
"아~ 그 게임, 재미있지!" 라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게임.
그런 게임은 얼마나 될까?
최근 <온게임넷 랭킹쇼>라는 방송을 자주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게임관련된 다양한 테마로 랭킹을 구성하여 퀴즈로 맞혀보는 형식인데,
화이트데이, 슈퍼마리오, 소닉, KOF, 스노우볼 등 아케이드나 비디오 게임이 랭킹에 자주 올라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인기 있는 유명한 온라인 게임들이 TOP 순위에서 보이기는 매우 어려웠다는 점에서 많이 의아해 했다.
필자는 일본에 관심이 있어서 일본의 게임 시장 동향을 자주 알아보고 있고
일본인들에게도,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많다고 하면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데,
보통 "온라인 게임이 어떤 게임인가요?" 라고 일본인들이 묻는다.
일본의 비디오 게임 시장을 생각했을때 온라인 게임에 대해 생소할 것이 분명하므로 이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 물음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필자는 이렇게 답했다.
"果てのない、エンドレスなゲームです。(끝이없는, 엔드레스의 게임입니다.)"
그러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에~ 끝이 없다니, 그런 게임이 재미가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
비디오나 CD형태의 게임과 비교했을때 가장 두드러지는 온라인 게임의 특징은 사회성이다.
물건을 사고 파는 경제활동, 채팅 등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상호교류가 그대로 가능한 가상의 세계이다.
이런 사회성 때문에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심각한 사람들도 존재하며, 심하게는 중독현상이 나타난다. 중독의 원인을 온라인 게임의 이런 점에서 꼽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비디오 게임에 빠져 집에서 게임을 완전 분해할정도로 하고 보는 오타쿠 개념이 발생한 일본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이런 사람들은 게임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금거래도 가능하며,
온라인 게임을 재미 목적이 아닌 현실에서의 돈벌이 수단으로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즉, 게임을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돈벌이수단(직업, 일)이나 사교활동의 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2. 게임은 하나의 종합예술작품이다
게임 기획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게임 아키텍쳐 & 디자인>이라는 책에서는
기획자는 자신이 소설가가 되었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게임은 기획하는 사람의 구상에 따라 음악, 미술, 배경이야기 등이 모두 합쳐진 하나의 종합예술작품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획 활동을 할 수 있다.
그 중 조작감이라는 외적인 작용을 제외한, 게임 내부 세계의 모든 요소를 표현하는 것이 배경이야기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배경이야기를 중요시 하는 유저는 거의 없고 오히려 스토리가 나와 잠시 게임 흐름이 정지되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
아마 스타크래프트의 경우도 싱글플레이 미션하던 중 스킵역할을 하는 ESC 키를 한 번이라도 눌러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Neople 사의 Dungeon & FIghter - "고통의 마을 레쉬폰" 퀘스트 수행 中
필자의 게임 캐릭터에서 가져온 스크린샷이다.
이런 대화내용은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 클래스마다 다르도록 만들어졌는데,
(즉, 여기서는 고통의 마을 레쉬폰에 관한 각 클래스의 스토리가 따로 존재한다)
실제로 이런 퀘스트 NPC 대화과정은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대충 엔터를 입력하여 스킵한다.
자신이 왜 보스를 상대해야하는지, 알지 못 한 채, 아니 관심 조차 두지 않은 채 플레이한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TOP 클래스를 달리고 있는 이 게임조차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스토리 덕분이라고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결코 그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의 잘못이 아니다.
조작감과 사회성이 중요시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 자체가, 게임의 예술성을 많이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성이 중요시 되는 온라인 게임은 명작이라고 기억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유저가 한 건 게임을 안(know) 것이지, 느낀(feel)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은 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며, 느낌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식은 꾸준히 플레이하지 않는 이상 그 지속성에 한계가 있지만,
느낌은 한 번 강한 자극을 받고 나면 더 이상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남는다.
보통 예술작품을 접하고 나면,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명작이 자주 나오는 CD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의 경우, 일단 파이널 스테이지까지 완수하고 나면,
그 때까지의 스토리가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 자신은 마치 이야기 하나 읽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되기 이전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도 한편으로는 영화와 같은 스토리 전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2의 미션을 모두 클리어 한 사람이라면 아마 다음 시나리오가 어떨지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완수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아니, 그 이야기의 끝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며,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그 이야기를 완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Endless, 끝이 없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클리어 하고 나서는 그 게임타이틀을 "소장" 하는 달성감을 느낄 수 있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 후 형상화하여 다른 게이머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정도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게임 내에서 아무리 강력한 아이템으로 치장해도, 그것이 현실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면 그런 달성감은 맛볼 수 없다.
자신의 게임을 증명할 증거를 현실에서가 아닌 해당 게임 속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온라인 게임의 한계인 것이다.
오히려 제작 환경 한계에 부딪혀 스토리의 끝이 존재할수밖에 없는 모바일 RPG나,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이 더 확실하게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에서는 드물게나마 명작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06년 모바일 RPG의 혁명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영웅서기> 시리즈. (위 이미지는 그 중 2 편의 빙해의 검사)
탄탄한 스토리와 획기적인 스토리 전개방법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해를 거듭하여
2,3,0,4 후속작이 꾸준히 등장했으며, 한창 인기를 끌 당시 커뮤니티에서는
각 등장 캐릭터들의 인간상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스토리에 감격을 받은 많은 플레이어들은 3편에 걸친 전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을 예상해보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예술성은 이미 거의 배제되었다. 그러한 온라인 게임은 하나의 "작품"으로서는 절대 수출이 되지 않는다.
유저조차도 대부분이 그 스토리를 모르고 있는데 "이 온라인 게임 스토리 마음에 드네. 이 게임이 영화화 된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할 수는 있을까?
산업 규모는 압도적으로 크지만, 명작이라는 개념 앞에서라면
온라인 게임은 모바일 게임보다 못한 꼴이 되는 것이다.
3. 逆 온라인 현상이 필요하다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된 현재에서 약 1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봐야 <바람의나라>, <리니지> 정도였다.
회선 한계가 있던 당시에는 CD 게임도 유행했다.
일부 만화/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일본의 KOF97 등 아케이드 게임을 CD형태로 판매하기도 하였고,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세트 메뉴의 상품으로 인기 드라마를 게임으로 만든 CD를 끼워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CD 게임 시장은 머지않아 무너졌다.
그 원인은 불법다운로드.
스타크래프트는 말할것도 없고, 명작이라고 하던 여러 CD 게임들도 인터넷 전체로 퍼져나가버렸다.
다운로드는 따로 과금이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이 없으니 무너질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CD 게임시장을 부활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 형태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X-BOX 360이나 Wii 등 그 하드웨어는 존재한다.
컴퓨터와는 독립된 기계이기 때문에, 불법 복제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미 명작이라고 할 만한 게임들이 충분히 발매되어 이 얘기는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여기서 할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그 시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X-BOX 360은 우리나라 회사의 제품이 아니며, 거기서 플레이하는 명작 게임들도 외국 것이다.
우리나라가 게임 산업강국인가? 아니다.
좀 더 정확히는 온라인 게임을 잘 상업화 하여 잘 마케팅한 나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중국/일본의 동아시아권에서만, 그것도 소수 집단에서만 유효하며
해외 게임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의 경쟁력은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 쪽으로의 진출을 고려해야한다.
필요하다고 말하는 逆 온라인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게임 산업에서의 逆 온라인 현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치 책을 한 권 쓰듯, 영화를 한 편 제작하듯, 명작이라고 생각할 만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서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을 한층 두텁게 하여 해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할 것이다.
뛰어난 그래픽이 많은 포인트를 따고 들어갔다고 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조그마한 회사도 실사못지않는 그래픽을 서비스하고
그런게 당연하다못해 식상하다고 느껴질때
과연 그때도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 강국일지에 대해선 미지수일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