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은 옛 애인의 소식
지난해 여름 시즌에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했던 "위젯" 에서 메이플스토리의 후속작으로 등장해 3D 메이플스토리라고 큰 관심을 끌어 모았던 "카바티나스토리" 가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었다. 서비스 초기엔 메이플스토리의 후광을 업어서였을까? 그런대로 유저를 끌어 모으며 나름 선전을 하며 차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차 유저들은 이 게임을 외면하고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간다. 그리고 오늘 나는 우연히 어느 게임 홈페이지에서 카바티나스토리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안 좋은 소식. 이미 지난달 게임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는 비보였다.
▲ 2009년 12월 24일자 공지에 올라는 서비스 중단 공지 |
겉으로는 그럴 듯하게 잠정 중단이라는 말을 쓰며 재오픈 가능성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나 한번 내려 놓은 게임은 웬만해서 다시 내 놓지 않는 넥슨이기에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그 기본틀은 비교적 괜찮은 게임이기에 리뉴얼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성급한 판단은 내리지 않겠다.
왜 안 좋은 결말이 났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비교적 좋은 조건에서 출발한 카바티나스토리가 왜 오픈베타 서비스 개시 6개월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 이렇게 무너졌는지를 말이다. 당시 내가 체험해봤을 당시에는 메이플스토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3D 게임이지만 횡스크롤 방식이라 비교적 쉬운 게임 진행에 쉬운 조작법 그리고 귀엽고 깔끔한 그래픽 등이 인상적이었다. 캐쥬얼 게임으로서 그 기본 바탕은 크게 나무랄 점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유저들이 외면했겠지?
몇가지 패인을 분석해본다.
1. 퀘스트에 의한 형식적인 진행
"퀘스트의 양 = 게임성" 이라는 압박을 심하게 받았는지 거의 모든 맵이 퀘스트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막 오픈베타서비스를 하는 게임이 양질의 퀘스트로만 채우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퀘스트가 맵을 돌아다니며 단순히 몬스터를 잡아오라는 둥, 아이템을 구해 오라는 둥 무미건조 일색이었다. 결국 유저로 하여금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퀘스트라는 장치가 오히려 게임에 더 빨리 질리도록 하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다.
2. 박진감 부족한 스킬 밸런스
메이플스토리에서는 대부분의 스킬 쿨타임이 존재하지 않다. 평타의 비중은 극히 적고 스킬 일색의 부조화 플레이 스타일이었다면 카바티나스토리는 스킬에 쿨타임을 적용해 평타와 스킬의 비중을 적절히 맞춘 게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었다. 카바티나스토리는 3D 게임에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캐릭터가 활동하게 되있는 게임이었다. 평타에 비중을 어느 정도 다시 가져온 것은 좋았으나 스킬의 박진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3D 게임답게 그 이펙트나 스케일을 좀 더 키우는 게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좋지 않았을까?
3. 겉만 번지르르한 인스턴스 던전
카바티나스토리가 가장 내세우던 컨텐츠가 바로 인스턴스 던전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 때문에 많은 유저가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D 게임이라는 점을 활용해 메이플스토리에선 하기 힘들었던 것을 시도했는데 바로 던전 내에 어드벤쳐 요소를 삽입한 것이었다. 던전 내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또 하나의 모험을 하게 되는데 때로는 길을 막고 있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때로는 각종 트랩을 조심스럽게 피해 다니며 또 때로는 동료와 협동하여 퍼즐을 해결해야 하는 등 얼핏보면 괜찮은 컨텐츠로 보인다.
하지만 곳곳에 어드벤처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장치를 한 것등만 인상에 남을 뿐 전체적으론 너무 와닿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맛도 없고 짜임새있는 맛도 없었다. 보통 몬스터를 잡는 게 가능한 파티냐 아니냐만 중요했을 뿐 그 외엔 전혀 고려할 것이 없었다. 긴장감도 없고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그냥 퀘스트 해결하거나 아이템을 얻기 위한 관문정도?
마치며...
처음에 이 게임이 등장했을 땐 참 가능성이 있는 게임을 봤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고 보니 단점만 눈에 많이 띄게 되는 것 같다. 전체적으론 봤을 땐 가장 큰 패인은 매너리즘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카바티나스토리에는 타게임과 크게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것이 없었다. 기껏해야 기존에 있던 걸 좀 더 세련되게 변화시키는 등 개선한 정도? 기존의 것만 잘 조합하면 되겠지 하는 판단에 신선함은 안드로메다로 떠난 보낸 듯 하다. 혹시라도 다시 유저 앞에 등장하게 된다면 그때는 뭔가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게임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