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소 에세이글 비슷하게 블로그로 업로드 해오다가,
좀 더 전문적인 지적을 받아보기 위해 이곳에 가입하고 쓰는 첫 칼럼글입니다.
허접한 부분 많을 것 같네요 지적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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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텍은 최근 스타크래프트 2 리그(GSL)의 개최 소식을 발표했었으나,
기존하는 스타크래프트 1 리그의 인기에 비해서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1. 스타크래프트 2 리그(GSL)의 실패,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2가 한국에 발매되었을 시점으로 돌아가서, 분명 이 때는 김성제, 박상익, 임요환, 이윤열 등 현존하던 많은 스타 1 프로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 2의 리그를 위해 전향하였다.
- 과거 레인보우 프로토스 라는 닉네임으로 스타1 프로게이머 활동을 했지만 현재는 스타2로 전향하여 주종족 테란으로 활동 중인 김성제 선수(이미지 출처 : Naver)
중계하는 입장에서 스타 2가 스타 1에 비하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옵저버 시스템을 선보였고,
스타 1에서 사용하던 "옵저버맵" 이라는 플레이 맵을 따로 제작하지 않고도 바로 옵저빙이 가능하며,
시선 각도를 자유롭게 변경하여 좀 더 동적인 옵저빙이 가능하게 되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 된 옵저빙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충분해보였다.
하지만 몇 번의 GSL을 거치고, 발매한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인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 시스템은 스타 1 리그에서보다 우월한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2. 관객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다
스타1을 지금껏 해오다가 스타2를 플레이 해 본 사람이라면,
스타2에서 플레이 하기 훨씬 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원을 채취하여 편대를 구성하는 바탕을 만들어 내는, "일꾼"이라 불리는 유닛은
스타1에서 보다 생산 직후 채광을 하도록 AI가 상향되어 플레이어가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유닛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다른 유닛들도 AI가 향상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컨트롤을 하지 않아도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스타1 유저들이 스타2로 넘어갈 때에는 오히려 "쉽다" 라는 느낌을 받을정도로 적응이 빨랐고, 반대로 스타2로 전향한 유저들이 다시 스타1을 하려고 하면 "어렵다"라고 느끼며, 한창 스타1을 플레이하던 실력을 잊고 서툴어진다.
그러면 스타2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스타2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유닛간의 상성관계이다.
한 유닛만 생산해서 상대를 제압하던 스타1에서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추적자(프로토스)는 불곰(테란)을 이길 수 없지만, 추적자 편대에 파수기와 불멸자를 소수 섞어주면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불멸자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유령을 생산하면 테란이 이기게 된다"
이렇게 어떤 것은 어떤 것에 약하다, 강하다 라는 상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전투에서의 승패는 상성관계에 따른 유닛의 조합이 우선적으로 결정한다.
조합하고 나면 전투 직전까지의 유닛의 배치가 다음을 결정한다.
이후는 AI에 맡기면서 전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심한 손상을 입은 유닛을 후퇴시키는 등의 마이크로 컨트롤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행이 스타1에 비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유닛이 전체적으로 AI가 높아져 컨트롤요소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마이크로 컨트롤이 크게 의미가 없어진다.
종합해보면, 유닛의 조합, 유닛의 배치, 언제 전투를 하는가? 그것이 스타2 승부결정의 전부이다.
이런 양상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기 보다는 적절하게 조합하고 적절하게 배치하는, 타이쿤 게임과 다를 것이 없다. 이 유닛을 어떻게 활용할까? 보다는 어떤 유닛을 생산할까? 이다.
스타2에서의 임요환 선수에게는 "벤시"라는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유닛이 있다.
임요환 선수가 이 유닛 소수를 생산해서 적진을 교란하여 승리를 이끌어내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벤시의 대사인 "엔진 소리 죽이는데!" 는 임요환 선수를 응원하는 목소리의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은 게임 경기를 보며, 아니 엄밀히 말해서 실시간 게임 플레이 동영상을 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박수를 보낼까?
과정이다. 사람들은 과정에 중시한다.
유닛 잘 조합해서 싸워서 누가 이겼는가는 보는 사람입장에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싸웠는가가 중요하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승리라는 결과에서,
야구 광팬에게 9회말 연장전 끝에 만들어진 10대 9 스코어의 역전승과, 7회 10대 0 콜드게임 승, 어느 쪽을 보길 원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이다.
언제 전세가 뒤집힐지 모르는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야 "볼 맛이 난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WBC 경기에서,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일본팀과의 경기를 보고 싶어했을까?
역사적 배경도 있었겠지만, 야구 실력만 놓고 보면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견줄만한 강팀이었기 때문이다.
야구 전혀 알지 못하던 국가와의 경기, 동네 야구단과 맞붙은 듯 콜드게임 스코어 경기를 볼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이기고 있는 입장에서도, 어차피 안봐도 이기겠지 하면서 채널을 돌려버리는게 관객이다.
과정이 재미가 없으면 결과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요환 선수의 소수의 벤시 컨트롤이 특히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사람들은 이런 "컨트롤"이라는 과정에 집중한다.
스타2에도 컨트롤이란 있다. 스타1에서의 컨트롤 맵의 인기를 증명하듯, 스타2에서는 아예 컨트롤 맵 형식으로 플레이 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막상 방에 입장해보면, 입장이 매우 쉽고, 플레이 하는 사람이 좀처럼 안 보인다.
이것은 컨트롤을 하더라도 상성관계가 매우 뚜렷하기 때문에 상성을 뛰어넘는 컨트롤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역상성을 만나면 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고, 상성을 만나서 이기더라도 해냈다는 달성감이 많이 부족하다.
반면 "거신 서바이벌" 이라는, 거신이라는 하나의 유닛을 가지고 일정시간 생존하는 형태의 맵은 속도감있이 있어 해냈을 때의 달성감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도, 채광하여 편대를 형태의 게임이 아닌 이상, 컨트롤로 달성감을 얻는 쪽을 선호한다.
하물며 보는 사람은 어떨까?
"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러왔는데 막상 보니 맹독충이 정말 쎄네? 저 많은 해병들을 순식간에 지워버리다니, 원래 해병이 맹독충에 약하구나 저건 컨트롤로도 안되는 거고, 그러니 이기지. 에이 싱거워."
이런 식으로 느낀다. 전투전의 유닛 조합을 비교해 보고,
미리 전투 결과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이다.
관객은 이런 예측 가능한 플레이를 보러온게 아니다.
스타1 리그의 인기가 아직도 강한 이유는 플레이 난이도가 스타2에 비해 높고,
상성을 극복할 수 있는 플레이가 가능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리그중에 스타1말고도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들이 있다.
철권 리그(액션, MBC게임), 카트라이더 리그(레이싱,온게임넷), 던전앤파이터 리그(액션,온게임넷), 서든어택(FPS, 온게임넷)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조작 요소가 상당히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모이고, 스타1 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끌어내고 있다.
조금의 조작 실수만 생겨도 전세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도 언제든 보는 재미가 있다.
관객은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3. 보여주기 위한 게임과 하기 위한 게임은 다르다
분명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해주는 그레텍보다 TV로 보여주는 방송사가 홍보효과면에서 우월하고, 접근성도 뛰어나다는 외적 요인도 있다.
아마 두 게임방송사에서 스타1 다루는 것만큼 스타2를 다루면 스타2도 그 리그도 인기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스타1 리그가 아니더라도 던전앤파이터, 철권, 카트라이더 리그 등의 스타1 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둔 것을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리그 실패의 원인은 게임 그 자체에 있었다고 누구든 추측해볼 수 있다.
게임 리그를 진행한다면 보여주기 위한 게임으로 선택하여야 한다.
보여주기 위한 게임과 하기 위한 게임은 다르다.
분명 스타2는 더 쉽고 간편하고 이펙트도 화려해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좋지만
그런 플레이어 혼자 느끼는 재미는 관객에게는 절대 전해지지 않는다.
가수는 노래를 하는 직업이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 노래를 전달하는 직업이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하는 직업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게임을 전달하는 직업이다.
관객을 매료시키지 못하는 게임의 중계화면은 저퀄리티의 "동영상"일 뿐이다.
스타2는 스타1에 비해 더 많이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전달해주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가?
왜 벤시가 임요환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는지, 잘 생각해보면,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온다.
스타2 리그의 실패는 발매된 그 시점에서부터 이미 예상가능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상성도 2개밖에 없으니 ... 집정관처럼 왜있는지 모르는 유닛도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