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을 하다 보면 참 "정석" 이란 게 많다.
스탯의 정석
스킬의 정석
장비의 정석 등등
이건 뭐 수학의 정석을 팠으면 됐지 게임에서까지 정석을 파야 되는 고야? 이미 먼저 겪은 게임 선배들이 닦아 놓은 가장 효율적인 길, 방법이라는 이름 하에 너도 나도 시행착오을 최소한으로 하여 게임 플레이를 용이하게 하고 싶은 바람에 여러가지 이름의 정석은 널리 널리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님하 스킬찍는 방법 좀 알려 주셈!"
"님하 스탯찍는 방법도 알려 주시면 감사 감사!"
알려 주면 그냥 참고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똑같이 따라만 한다. 복사기에서 복사해 똑같이 찍혀 나오는 종이, 공장에서 같은 기계에서 똑같이 생산되는 공산품 등과 마찬가지로 겉모습만 약간 다를 뿐 사실상 똑같은 캐릭터가 양산이 된다.
"나는 자유도 높은 게임을 원한다" 다고 하면서도 왠지 남들이 많이 하는 방법을 알아 내고 쓰질 못하면 또 왠지 나만 뒤쳐지는 것 같고 손해보는 것 같은 느낌에 안절부절한다. 그래서 자연히 정석이란 것에 손을 댄다. 그야말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개발사의 책임이 더 크다.
물론 이에 대해선 유저들만 가지고 뭐라할 순 없다. 개발사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이 정석만을 찾는 그런 성향을 갖도록 환경을 만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스킬을 보자.
겉모습만 스킬트리지 실제로 겪어 보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누구나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단조롭고 개성을 가질 수 없는 스킬 구성을 가진 게임들이 참 많은 걸 알 수가 있다.
그럼 뭐하러 레벨업 할 때마다 스킬 포인트 주고 일일이 찍게 만들어? 그냥 레벨업할 때마다 알아서 자동습득되게 만들어 놓지! 뭐 스킬 찍을 때 실수라도 하길 바래서 스킬 초기화 같은 유료아이템 팔아 먹을라고 그러나?
스킬풀을 풍부하게~
스킬이란 것을 만들고자 한다면 기왕이면 유저들로 하여금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끔 스킬풀을 풍부하게 하면 안 될까? 풍부한 스킬풀 안에서 유저가 다양한 스킬트리 선택을 할 수 있음으로써 보다 흥미진진한 게임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덤으로 타유저와는 차별화되는 본인 만의 개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킬의 수가 많아지고 특성이 다양해짐으로 인한 문제점을 걱정할 수도 있겠다. 밸런스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게임들이 단조로운 스킬 구성을 선호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정체되어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들의 스킬 시스템
하지만 우리나라 온라인게임들을 보자. 디아블로가 스킬 트리 시스템으로 큰 충격을 준 이후에 단순히 이것을 모방하기만 했지 뭐라도 발전시켜 온 게 있었나? 물론 작고 세세한 부분에선 조금씩 개선해 왔다고는 생각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전혀 발전된 게 없이 정체만 해 왔다.
서로가 상대방에 대한 모방만을 일삼아 왔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단 것이다. 이건 분명히 반성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유저 또한 그렇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냥 일방적으로 세뇌만 되어 왔지. 별다른 비판을 하지 못 하고 방관만 해 왔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은 그 옛날 온라인게임 시장 초기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뭐 밸런스 조정이 쉽지 않다고 단조로운 구성을 선호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성숙해 왔음에도 스킬만 제자리? 과감하게 연구하고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점차 유저와 운영자의 상호 작용이 중요시되는 이때 좋은 시사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유저가 적절한 의견을 제시하면 운영자가 잘 판단해 그 의견을 피드백해서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간 단지 의지가 없었을 뿐이다. 정석이 일반화되는 게임들은 이제는 지양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