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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당한 의자 귀신 드립과 습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오래전, 어느 여름날.

열심히 라디오에 귀 기울이며 DJ의 재치있는 입담과 신나는 음악 등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해당 방송의 어느 코너에서, 여름이고 하니 납량 특집으로 짤막하지만 무서운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는 것이었다.

그런 거에 좀 겁이 많던 나는 왠지 꺼려 졌지만 그 뭐랄까? 인간 고유의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무서울 거 같으면서도 왠지 보고 싶은 그런 묘한 심리때문에 결국엔 계속 이어 듣게 되고 말았다.

그러다 현재까지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어떤 짧디 짧은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그림1.jpg

"잘 때 절대로 책상에 의자를 잘 집어 넣고 자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당신이 잘 때 귀신이 의자에 앉아 당신의 자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을 겁니다."

우습지만 이 후에 나는 자려고 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머릿 속에서 상기시키며 의자를 항상 집어 넣고 누웠다. 이 행동은 십년도 더 지난 지금 시점까지 이르고 있다.

우스운 건 분명 이 같은 행동이 얼마 간 까지는 정말 귀신이 의자에 앉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공포심에서 비롯됐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흘러가자 그런 생각보다는 단순히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냥 자야겠다고 생각하면 마치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 것마냥 자연스럽게 의자를 집어 넣는 것이 된 것이다. 마치 습관처럼.

 

#2. 익숙한 스킬 배치와 습관

 던파라는 게임은 액션 게임이라 스킬의 종류가 많은 편이고 또 상당히 중요하고 민감하다. 이 스킬을 보다 쉽게 사용하기 위해 "스킬 단축창" 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유저의 기호에 맞게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게 관건이다. 그리고 개인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의 스킬이라고 해도 유저마다 그 배치가 다르게 마련이다.그림6.jpg

또한 그렇다. 나의 컨트롤 특성에 맞게 스킬 단축창을 활용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되고 편하다고 생각되는 배치를 확정해서 사용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사용하는 캐릭터에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는 상황이 발생해 스킬 단축창에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 또한 발생한 적이 있었다. 스킬 단축창의 갯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마냥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또 스킬마다 키보드의 어느 쪽 키를 사용하느냐가 내 고유 컨트롤 스타일과 맞물려 효율이 틀려지는 이유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존의 스킬 단축창 배치를 조정해야만 했다. 본래 배치 형태에서 상당히 바뀐 새로운 배치 형태는 낯설었지만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려면 빨리 익숙해 져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사냥 중에 엉뚱한 스킬들이 난사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머릿 속에서 생각하는 스킬과 내 손이 반응하는 스킬이 달랐던 것이다. 이전 스킬 배치 형태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머릿 속과는 다르게 이전 배치 형태에만 반응했던 거였다.

이후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결국 새로운 형태에 익숙해져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새삼스럽게 습관의 무서움을 깨달을 수 있던 계기였다. 쭉 해 오던 것을 어느 순간 갑자기 바꿔야 하는 게 생각처럼 쉽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

 

 

#3. 게임의 부작용과 습관의 관계

내가 습관에 관한 위의 두가지 이야기를 굳이 꺼낸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게임과 관련된 부작용들에 관해 말하고 싶어서이다. 상당수 부작용들이 안 좋은 습관에 의해 이뤄지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의 두 사례에서 보듯 뭐든지 한번 습관으로 굳혀지면 오래도록 이어지고 또 바꾸기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되도록이면 빨리 본인이 이를 의식하고 고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게임 내 욕설에 관한 것.

우리는 게임 속에서 인지하든 못 하든 수많은 욕설을 접한다. 또 직접 하기도 하고. 이는 아이나 성인 구분할 것도 없다. 철저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다 보니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나마 욕설 필터링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것마저 없다면 참 가관이었을 것이다.

욕설도 습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분 내키는대로 막 내뱉다가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막 튀어 나오는 게 욕설이다. 현실에서 그런 사람들 많이 보지 않았는가? 무슨 말을 하든 욕이 섞여 있다. 게임 속은 더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아무한테나 무턱대고 기분대로 욕을 해댄다. 필터링까지 교묘히 비껴 가면서 말이다. 우습지만 필터링을 비켜가는 것도 습관이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림5.jpg

문제는 이 같은 욕들을 성숙하지 못한 저연령층이 그대로 받아 들인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하고 컴퓨터가 집집마다 보급된 현재엔 저연령층도 어렵지 않게 발달된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게임 상에서 누군가 막 해대는 온갖 욕설에 저연령층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다.

그냥 그대로 배우는 것이다. 어린 나이엔 뭐든지 쉽게 쉽게 받아 들인다고 하지 않는가? 결국 어린 나이에 온갖 욕들을 섭렵한 이들이 성장하여 다시 욕을 보급하는 악순환을 이룬다.

당신이 잘못 들인 습관 하나가 수많은 어린이에게 영향을 주어 입이 거칠은 어린이를 양산할 수 있음을 명심한다면 지금이라도 자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오랜 시간동안 습관처럼 굳어진 것을 하루 아침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말할 때 항상 신중히 생각하면서 말을 하는 습관을 들여라.

 

그리고 게임 중독에 관한 것.

온라인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심심하다" 라고 말하는 이들을 볼 수가 있다. 안 심심하려고 게임을 하는데 게임을 하면서 심심하다? 그러면서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냥 습관적으로 게임에 접속했으며 그냥 습관적으로 게임에 머물러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림7.jpg

게임 접속을 안 하면 왠지 허전하고 불안해서 막상 접속하니 무의미한 행동만 하다 만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어 결국 게임 중독으로 이어진다. 이는 또 다른 게임으로도 이어져 처음엔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엔 이전 게임에서 보이던 행동을 반복하며 흔히들 말하는 "게임불감증" 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게임을 단순히 여가를 보내며 즐기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고 그냥 게임 "자체" 에 집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에 집착하다 보니 게임 접속 자체가 하나의 습관이 되어 버리고 이 습관때문에 다른 일은 내팽겨쳐 버리고 더욱 더 게임에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건 어떻게 봐도 정말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이다. 여러모로 말이다.

여기서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게임이 정말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플레이되고 있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덧붙혀 이 무의미한 플레이때문에 잃는 게 많다고 생각되면 말이다. 즐기기 위한 것보다는 그냥 습관적으로 들락날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히 따져 보길 바란다.

 

마치며...

크게 두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외에도 안 좋은 습관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많을 것이다. 그 많은 부작용들 중 먼저 본인에게 그 중 한가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듯 싶다. 그리고 있다면 어렵지만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이고. 결국엔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도, 안 좋은 습관을 고치는 것도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Comment '4'
  • ?
    히소카 2010.10.29 17:34
    우아..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 ?
    D읭읭F 2010.10.29 23:31
    저도 게임 켜놓고는 은근히 심심하다'' 이러다가

    맨날 도는 초도쩔이나 돌다가 끄곤하죠..

    학생주제에 하루 2시간정도 컴퓨터 하는데

    그나마도 심심해하니 ㅋㅋ;
  • ?
    A.R.I.A 2010.11.01 22:32
    장농위 틈사이....에 보고있다고함
  • ?
    식충이33 2010.11.01 23:59
    ㅋㅋㅋ 잘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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