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08 05:13

명복을 빕니다.

조회 373 추천 0 댓글 4
한 4개월 전, 어느 일요일에 저는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어머니가 다니시는

헬스장에 따라간 적이 있습니다.

낡은 4층 건물의 3층을 차지하고 있는 헬스장은 이름하여 왕 헬 스!

건물도 오래되었고, 내부도 지저분해 썩 기분 좋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헬스장이란 곳을 처음 가봤기 때문에 솔직히 신기해서

여러 운동기구를 만지작 거리기도하고 사용도 해보면서 1시간 정도를 보냈습니다.

한참 100킬로그램정도 되는 추를 달아놓고 낑낑대고 있을 때 어떤 삐쩍 마른 사람이

저에게 다가와 너한테는 너무 무거운 것 같다면서 무게도 조절해주고

자세도 교정해주셨습니다. 아마 헬스장의 관장이신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자세를 교정해주시고 제가 하는 것을 보시더니, 제게

'오늘부터 다니는 거니?'

하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그냥 하루만 공짜로 놀러온 것이었지만

한참을 가르쳐주신 그 분에게

'아뇨. 오늘만 엄마따라 놀러온건데요.'

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뻔뻔스러운 것 같아

'시작해보려구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계속 내 옆에 머무르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라는둥

1분하고 30초 쉬고 1분하는 식으로 하라는 둥 계속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급기야 물까지 떠다주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정중히

'괜찮습니다.'

라고 말하고 달리는 운동기구(이것을 뭐라 부르죠?)를 했는데,

그만 넘어져버렸습니다.

몇몇 아줌마들과 관장이 놀란 얼굴로 절 쳐다봤습니다.

저는 재빨리 일어나 저만치서 아령을 들고 있는 어머니께 빨랑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오는데 그 관장이

'내일보자!'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성의없이

'예.'

하고 나왔습니다.

다음날, 당연히 안갔습니다.

약간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고 시간도 없었으므로

금새 잊었습니다.



참, 사람 일 모르는 거더군요.

그 후 4개월 정도 후 며칠 전 어머니로부터 그 관장이 백혈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도 이제 그 곳에서 다른 헬스장으로 옮기신다고 하구요.

물론 그 일에 죄책감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될 사람을

놀린 것만 같아서 말입니다.

그 며칠동안 왠지 착잡했는데, 이렇게 글로 나마 올리니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군요.


고인에게 명복을 빕니다. 아무쪼록 좋은 곳으로 가시길.


Comment '4'
  • ?
    후세인 2003.08.08 10:42
    이런 -_-..백혈병;; 제 친구중에도 백혈병 걸린애가 2명 있었는데;;

    백혈병 참 무서운병이죠
  • ?
    닉넴없는놈 2003.08.08 13:38
    전 뇌종양으로 죽은친구가 .;;

    아마도 고인꼐서 님에게 정을주고파 관심을 보이신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 ?
    Ruin 2003.08.09 14:34
    제 친구들은 다 튼튼한지. 하나두 안죽더라고요 ㅋ

    농담이고 안죽으면 좋져^^

    제주도에 있었을 때는 아픈애가 별루 없더라구요 ^^;

    역시 도시랑은 틀려서.
  • ?
    체케라쵸 2003.08.09 16:25
    달리는 운동기구 이름이 런닝머신이겠죠..

포인트 안내 - 글 작성: 0 / 댓글 작성: 4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57 고민상담 모닝콜을 해주려고 하는데요... 8 하늘삼키기ㅋ 04.22 370
1556 고민상담 모닝Dung이요 어떻하면 나오까요 -_- 13 dream 06.22 371
1555 고민상담 모 피시방 현피 사건...... 10 4 찌질이왕따 05.27 900
1554 고민상담 모 두 읽 어 주 세 요 (제 고 민) 19 1 지존화랑 05.25 621
1553 고민상담 몇일후면 군대가는군 5 초코스틱 10.05 370
1552 고민상담 몇일째 계속되는 악몽에... 3 패더급 07.21 401
1551 고민상담 몇일전에 친구한태 폰을빌려줫는데 5 이동규 09.17 437
1550 고민상담 몇일 뒤에 친구랑 영화보러가는데요 ! ! 8 그놈은멋있나 02.06 389
1549 고민상담 몇달전에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해서 글을썼던 듣보잡입니다 5 6 엠마 왓슨♡ 01.16 671
1548 고민상담 몇년전이더라.. 4 左靑龍 10.13 2475
1547 고민상담 명지전문대...를 갈려고 하는데;; 유명한 과가 뭐가있나요;;; 3 2 김태희러브♡ 09.05 7939
1546 고민상담 명절이다가오는데 아버지는 소식이없네요 6 콜라 01.26 369
» 고민상담 명복을 빕니다. 4 패러노말 08.08 373
1544 고민상담 메일을한장한장 지웟습니다.. 2 Flwoer 06.03 376
1543 고민상담 메이플하시는분보세요 급해요.... 12 강배껌 11.26 381
1542 고민상담 메이플스토리에 하다가... 5 2 용시우 05.25 606
1541 고민상담 메신져에서 잘애기하는법... 13 북벌광시곡 02.24 384
1540 고민상담 멋지게 살아보자 친구야 으하하하.. 첫키스 (두번째 이야기) 3 2 후나아아 05.02 765
1539 고민상담 멀어져만 가는 그 사람. 진소월향 07.21 374
1538 고민상담 먼..이런 경우가... 4 £요우∂√ 10.30 56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37 238 239 240 241 242 243 244 245 246 ... 319 Next
/ 319
많이 본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