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추억팔이(4): 라그하임 (4170) 게임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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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온라인의 후발주자로 시작한 "라그하임"

뮤온라인(2001년 11월 출시)이 3D그래픽으로 게임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창 인기를 이어가고 있을 즈음인 2002년 3월 "라그하임"이란 게임이 넷마블에서 출시된다. 내 기억으론 뮤온라인보다는 출시가 다소 늦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3D 게임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써 게임 시장에 3D 게임 돌풍을 일으키는 데에 한몫했던 게임이다.

또한 당시 유력 게임포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보드 및 캐주얼 게임 중심이었던 넷마블에서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넷마블의 라인업을 상당히 업그레이드시켰던 것 같다. 라그하임 이후로 적극적으로 RPG 게임들을 유치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오래 전 기억이라 자세한 건 잘 기억이 나질 않고 내 판단일 뿐이다.


♨ 라그하임: 내 첫 3D 온라인게임

내가 이 게임의 추억팔이를 하는 이유는 사실상의 내 첫 3D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겐 의미가 있는 게임이다. 물론 그 전에 뮤온라인을 접하긴 했지만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뮤온라인이 오픈 초기부터 돌풍을 일으키면서 항상 서버는 미어터져서 접속 자체가 버거웠을 뿐더러 운 좋게 접속을 한다해도 서버 상태가 매번 불안했기에 의미있는 시작을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운영진도 신속하고 확실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도 있고 아마 개발사이자 서비스사였던 "웹젠"이 당시 신생 업체라 경험이 없던 이유가 컸을 것이다. 게다가 3D 게임이었으니.

그때문에 '이렇게 시작부터 스트레스를 받느니 뭐하러 하나' 하는 생각에 미련없이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 당시에 뮤온라인을 하긴 했어도 서버 문제 때문에 안좋은 기억을 가진 유저도 꽤 많을 것이라 짐작한다. 

라그하임의 오픈 초기 서버상태도 역시 문제가 적지 않았으나 뮤온라인보단 나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랬기에 쭉 했을 테지. 하지만 사냥터는 항상 붐볐다. 당시는 지금처럼 "채널" 개념도 없을 때라 특정 사냥터에 유저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지라 서버 상태가 나름 좋은 날도 사냥터에서의 끊임없는 경쟁때문에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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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버를 뚫으면 다시 유저와의 경쟁을 뚫어야...

그래도 나름 재밌게 시작했었다. 아무래도 처음해보는 첫 3D 온라인게임이다보니 전투도 전투이거니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경치를 감상하는 등 당시로서는 신세계에 가까웠던 그래픽을 한껏 즐겼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참 투박한 수준이긴 하지만 당시엔 그랬다.


♨ 2D와는 다른 조작이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나중에 그것도 즐기다

그래픽은 만족했지만 갓 시작한 3D 게임 초보로서의 애로사항이 있었다. 바로 "조작법"이었는데 그게 무리도 아닌 것이 2D 게임에서는 고정된 시점이라 시야도 넓을 뿐더러 보기에도 편했다. 하지만 역시 3D 게임의 환경은 달랐다. 그냥 이동을 하거나 몬스터를 잡을 때도 수시로 마우스를 이용해 시점을 바꿔가며 플레이를 해야 했기에 부담이 상당했다. 그래도 나는 다행스럽게도 금새 적응을 해 게임을 오래하면 손목이 좀 아픈 것만 빼면 괜찮았다. 결국 2D게임과는 다른 조작법 자체도 즐기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시점을 자주 바꾸니 어지러워서 적응이 안된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유저가 종종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정말 그 때문에 게임을 접은 유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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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럽다고 게임을 접은 유저도 있었다. 

그 때 처음 깨달았다. '게임 적응도 체질에 따라 다를 수 있구나'


msn001.gif 분노포인트: 한가지 스킬로만 주구장창 사냥을...

그렇게 꾸준히 재밌게 플레이했었지만 곧 내 발목을 잡는 게 있었다. 내 발목을 잡은 건 서버 상태도 조작법도 아니었다. 바로 "너무나 단조로운 스킬" 때문이었다. 

처음엔 그저 3D그래픽이라는 새로운 환경때문인지 단순히 몬스터를 잡으며 레벨업을 하는 것도 재밌었다. 노가다가 적지 않았지만 당시엔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러했기에 이 게임만의 불만사항도 아니었다. 하지만 주구장창 단조로운 스킬들로만 게임을 해나가기엔 인내심에 한계가 있었다.

마법사 캐릭터를 했었는데 공격 마법이 3가지 속성의 3가지였다. 하지만 이 게임도 디아블로2의 영향을 받았는지 스킬트리 시스템이었는데 사실상 공격 마법은 한가지 속성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기에 한개의 공격 마법으로 사냥을 해야 했다. 해당 속성의 초기 스킬 다음엔 좀 더 강화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식이었는데 일정 레벨 및 스킬포인트가 조건이었다. 그런데 상위 스킬이라 하더라도 그저 데미지만 좀 더 좋을 뿐이고 별다른 효과도 없는 "영혼없는 타겟팅 스킬"일 뿐이었다. 게다가 스킬 이펙트도 그다지 볼품없는 수준이고 말이다.

이러니 사냥할 맛이 나겠는가? 그렇다고 다른 스킬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방어 및 보조형 스킬 한두 개가 있었던 것 같긴 하다. 사실상의 똑같은 스킬로 주구장창 하다보니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어찌어찌해 스킬초기화를 시켜서 기분전환을 할 겸 속성을 한번 바꿔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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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블로2를 따라고 싶었으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바꾼 스킬도 사실상 이펙트만 다른 "똑같은" 스킬이었던 것이다. 더이상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의욕을 갖고 애정을 갖고 키우던 캐릭터였는데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아마 3D 그래픽에만 올인을 하다보니 게임의 완성도에는 신경을 못 쓴 듯한 결과인 것 같았다. 분명 전체적으로 2D게임들의 완성도와 게임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금에야 초기 3D 게임이었던 것을 감안해 이해하지만 당시엔 실망이 꽤 컸던 것 같다.

다른 캐릭터를 키워볼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게임 자체에 실망도 했고 다른 캐릭터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아서 그렇게 접고 만다. 물론 아직 발전될 여지가 있는 오픈 초기 게임을 두고 너무 얕은 인내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스킬 부분은 정말 심했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도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 그래도 내 첫 3D온라인게임으로써 의의가...

이 게임은 지금도 살아남아 있는데 여전히 서비스되고 있는 걸 보면 (지금은 넷마블 소속이 아니다) 초기의 취약했던 완성도는 점차 극복했던 걸로 보인다. 현재의 존재감은 좀 미약하지만 어쨌거나 무려 13년 간이나 장수게임으로써 오랫동안 생존하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긴 하다.

길지 않은 기간 접해본 게임이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또렷히 남아있는 건 아마 극과 극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실망을 하긴 했어도 내 첫 3D 온라인게임으로써의 추억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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