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추억팔이(2): 택티컬커맨더스 (4758) 온라인게임

1.jpg


택티컬커맨더스: 화려한 데뷔, 넥슨의 기대주

스타크래프트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것 같은 이 게임은 2001년 당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게임상까지 수상하며 독특한 게임성으로 극찬받은 바있다. 이에 바람의나라, 어둠의 전설 같은 1세대 RPG 이후 마땅히 내세울 후속작이 없었던 넥슨의 강력한 기대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게임이었을 것이다.


전투3.jpg
▲ RPG와 RTS를 쌈싸먹자.


어디서 알았는지 한 친구의 소개로 이 게임의 존재를 알게 됐고 나는 금새 이 게임에 빠져들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유닛들을 보는 듯한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는 이 게임만의 독특한 유닛과 그 유닛을 RPG처럼 육성해나가면서 RTS처럼 전쟁과 전투를 즐기게 되는 게임성은 다른 게임에서는 결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재미를 주었다. 시대를 앞서가는 게임이었다고 해도 별로 과장은 아닐 듯 하다.


스타크래프트에서나 보던 유닛들을 직접 육성하다

초창기에 보병, 기갑, 비행 등등 병과별로 나뉘어있던 개성 넘치는 유닛들을 보면서 어느 것을 키워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렵사리 기갑 쪽을 선택해 묵직한 카리스마가 있던 "미디움 탱크"와 대공 전문 유닛이었던 "듀크"를 선택해 전장을 누비곤 했었다. 물론 전장에서 적의 비행 유닛을 마주칠 때마다 나도 비행 유닛을 컨트롤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나곤 해서 항상 고민이었던 기억도 난다.

듀크.jpg
▲ 초창기 내가 키우던 대공 유닛, "듀크"

아틸러리.jpg
▲ 시즈탱크와 비슷하던 "아틸러리"

엑소노이드.jpg
▲ 기본 보병유닛 "엑소노이드"

자이언트.jpg
▲ 깡패유닛 "자이언트"

캐리.jpg
▲ 캐리어와 비주얼이 비슷하던..."익스큐터"였나?


이 게임 육성 요소의 백미는 단연 병과 "전직"이었다. 초기 유닛들을 키우다보면 좀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한단계 높은 유닛들로 일종의 전직을 시켜 새롭게 육성시킬 수 있었는데 이는 모든 유저들의 로망이었다. 높은 단계의 유닛들을 가진 적 유저가 전장에 나타나면 그 유저는 공포의 대상임은 물론이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전쟁다운 전쟁까지 하다

최고의 컨텐츠는 단연 "전쟁"이었다.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4개의 국가 중 하나를 선택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맵에는 각 국가의 영토가 표시되는데 정해진 영토 구역을 하나 하나 정복할 때마다 해당 국가의 색깔로 표시되어 어느 국가가 현재 세력이 강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특정 영토에 진입해있는데 해당 영토에 상대 국가 유저가 진입하면 이때 전투가 벌어지게 되고 각자 자신이 가진 유닛들을 가지고 RTS처럼 싸우게 되는 방식이었다. 자신 및 아군의 유닛으로 시야를 밝히고 있는 곳이 아니면 모두 안개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기에 해당 맵에선 어디서 갑자기 적과 마주쳐 전투가 벌어질지 몰라 꽤나 긴장감이 있었다.


전투.jpg
전투1.jpg
▲ 이것이야말로 전쟁이었다.


해당 지역이 요충지라면 아군이건 적이건 여기저기서 지원병력을 자처하는 유저들이 나타나 소규모 전투 양상에서 벗어나 전쟁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피크타임인 저녁시간엔 항상 전쟁이 벌어져 재밌게 즐기곤 했다. 내 대공 유닛으로 적 비행 유닛을 격추시킬 때의 쾌감은 이루말할 수 없이 좋았다. 물론 역으로 당할 때도 많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즐거웠다. 저마다의 전략으로 때론 협동을 하기도 하여 적을 물리치는 재미는 이 게임말곤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msn001.gif분노포인트: 암흑시대의 서막-정액제 유료화

그렇게 즐겁게만 느껴졌던 이 게임도 점차 암흑의 시대로 접어든다. 그 시초는 다름아닌 "유료화"였다.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픈베타만 두세 달정도 한 것 같은데 상용화에 돌입할 때가 된 것 같기는 했다. 그때가 2001년도 말에서 2002년도 초 사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정액제" 유료화는 정말 승산이 없었다. 당시는 "정액제"라는 과금제가 점차 끝물에 다다르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오픈베타서비스만 즐기며 이 게임 저 게임 방랑만 하는 유저를 뜻하는 "오베족" 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때였기도 하다. 

극소수의 게임을 제외하면 정액제는 거의 "실패보증서"로 취급되던 때여서 당시엔 게임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했던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정액제를 하면 분명히 유저가 급격히 빠지고 말 텐데 그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 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즉 많은 수 유저들이 모여 있어야 컨텐츠의 재미를 유지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당시엔 부분유료화에 개념이 희박하거나 없던 때여서 정액제를 그냥 강행했던 것 같기는 하다. 실패 가능성을 의식하긴 했는지 정액제와 관련한 이벤트를 했던 기억도 난다. 쉽게 말하면 "1+1"이었다. 한명이 정액제를 끊으면 다른 한명은 공짜라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친구 데리고 게임 계속해라 이거였다.

상용화 이후 유저가 확실히 빠지긴 했지만 이벤트 덕분인지 여전히 인기가 유지할 수 있었던 같았다. 하지만 당초 예측했던 게 실현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벤트의 약빨이 떨어졌는지 서서히 하향세를 그리는 게 눈에 보였다. 역시 시장은 냉정하고도 잔인했다. 이 게임이라고 정액제의 늪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로서도 넥슨은 큰 회사인데 과금제에 대해 좀 깊이있는 연구가 없었다는 게 많이 아쉬울 뿐이다. 굳이 정액제라는 뻔하디 뻔하게 예상되는 잘못된 길로 들어가 게임이 망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으니 말이다.


핵까지 난립 

설상가상으로 각종 "핵프로그램"의 끊임없는 난립으로 게임 내 질서가 많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좀 더 편하게 게임을 해보겠다는 얄팍하고 영혼없는 일부 유저들의 짓거리였는데 이걸 운영자들이 제대로 처리를 못하고 질질 끄니 아예 게임성을 갉아먹게 되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훗날 듣기론 이 게임이 구조적으로 핵프로그램 등에 상당히 취약했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결국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사라지다

독보적인 게임성을 인정받던 이 게임은 그렇게 끊임없이 내리막을 걷다가 아마 내 기억으로 2004년 쯤일 것이다, 전격적으로 "부분유료화"로 전환한다. 이는 이 게임만 파격적으로 선택한 결정이 아니라 당시의 흐름이기도 했다. 정액제로 인한 저조한 성적을 견디지 못한 상당 수의 게임들이 망하거나 부분유료화로 전환해 생존을 도모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미 이 게임은 "흘러간" 게임이었다. 다시 무료로 전환됐다고 해도 한번 잃은 인기를 되찾기란 정말 어려웠던 듯 싶다. 끊임없이 신작들이 출몰하기에 경쟁작들이 더 많아졌기도 했고. 잠깐 부분유료화 특수를 누리는 듯 했으나 그나마도 약빨이 떨어진 후로는 점차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다가 결국 2005년을 마지막으로 게임 역사에서 사라진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가끔씩 이 게임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리고 비슷한 게임이라도 다시 안 나오나 하는 생각도 종종 하곤 했다. 강렬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좋은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을 너무 쉽게 버린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끝>

TAG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회원 가입후에 사용 가능합니다

[회원가입] [로그인]

같은 분류 목록

이 블로그의 월간 인기글

이 분류에 다른 글이 없습니다.

profile그냥 뭐... 

방문자수 페이지뷰
173 오늘 285
290 어제 1,049
2,127,808 전체 13,950,036

온라이프존 메뉴

많이 본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