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점핑이벤트에서 애잔함을 느끼다. (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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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레벨을 훌~쩍! "점핑 이벤트"

최근, "테라" 가 나름 파격적인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정말 오래간만에 접해보았다. 파격적인 이벤트란 다름아닌 "레벨 점핑" 이벤트이다. 점핑이벤트와 함께 개설된 신서버에서 새캐릭터를 일단 20레벨까지만 키워놓으면 58레벨로 쭈~욱 점핑시켜주는 것이다. 게다가 갖가지 아이템도 지원해서 신규유저는 모르겠지만 복귀자의 입장이라면 굉장히 솔깃한 그런 내용의 이벤트였다.

옛날 생각도 나고 또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점핑 이벤트를 계기로 한번 해보았는데 따져보니 한 2년 만의 접속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는 잠깐 접속해본 것이어서 실제로는 3년 정도되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오픈 초기부터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부터 인기가 점점 사그라지기 시작하던 때에 접었었다. 참고로 테라는 2011년 1월 11일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약 3년 6개월 가량이 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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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에 접해본 테라

오랜만에 접속해본 테라는 그다지 변한 건 없어보였다. 강력한 캐릭터커스터마이징 기능을 보여주었던 캐릭터 생성창이나 갓 캐릭터를 생성하고 시작하면 등장하는 초보지역 그리고 그 곳을 메꾸고 있는 퀘스트 및 몬스터 등등 대부분 그때 그대로여서 예전의 기억들이 폴폴 솟아나는 데엔 별 무리가 없었다. 아차! 많이 변한 게 있긴 했다. 좀 슬프지만, 한 때는 서버 수가 너무 많아서 내가 하는 서버 이름도 헷갈렸었는데 지금은 신서버 포함해도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한 때는 몬스터보다 더 많았던 캐릭터들. 지금은 몬스터들이 캐릭터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변해있는 것이 변했다면 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 기억들을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퀘스트를 하며 조금씩 초보지역을 정복해나갔다.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나름 예전의 좋았던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신서버인데다가 이벤트까지 해서 그런가 유저가 많지는 않았어도 적지도 않았다. 덕분에 대작 MMORPG의 위신은 최소한이나마 세울 수 있었으리.

오래간만에 하는 게임이지만 내 손가락은 예전의 기억을 되찾았는지 처음엔 어색했지만 차츰 컨트롤이 익숙해졌다. 때문에 처음엔 서툴게 잡았던 몬스터들을 조금 지나자 곧 능숙하게 잡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 게임은 프리타겟팅 게임이라 익숙하지 않은 유저는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린다. 타겟팅 게임에 비해서 말이다. 그렇게 점점 다시 이 게임에 적응해가는 나를 발견해가는 와중에 곧 초보지역을 모두 완료하며 추억여행을 마쳤다.


반가웠지만 몰락한 모습에서 애잔함을 느끼다

잊고 있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테라는 내게 반가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애잔함이라는 감정도...왜 그럴까 하는 물음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오픈 초기의 위풍당당했던 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혀서인게 아닐까 한다.

2011년 1월 11일이라는 오픈일은 의미심장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렇다. 1등을 하겠다는 포부 및 그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400억의 개발비가 쓰였음을 당당히 밝히며 홍보에 열중하던 모습은 이 게임의 성공을 의심하는 것을 마치 멍청한 짓과 마찬가지로 여겨지게끔 했다.

테라가 오픈 초기에 보여준 행보는 그 같은 배경에 별다른 어김이 없었다. 온라인게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당당히 최고의 게임 반열에 오르고 만다. 현존 최고의 그래픽 및 프리타게팅 방식을 바탕으로 한 호쾌한 액션은 유저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고 이 게임의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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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른다. 포장은 그럴 듯 했으나 내실은 부족하여 점점 유저들의 외면을 받아온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봐선 여전히 인기게임이긴 하나 초기의 원대한 포부, 가능성, 비전 등을 감안하면 지금의 모습은 그저 그런 게임 중의 하나일 뿐이다. "400억은 회식비로 썼냐?" 하는 비아냥 거림에 겉만 번지르르한 게임으로 낙인찍힌 지 꽤 오래됐기도 하고 말이다.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는 "점핑 이벤트"

그런 가운데, 레벨을 껑충 뛰게 만들어주는 점핑이벤트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겉만 번지르르함' 을 자인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 선다. 20레벨까지는 고작 하루 아니 단 몇 시간이면 가능하다. 그러니까 58레벨까지면 몇 시간만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 이전의 과정, 즉 스토리, 컨텐츠 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인 것이다. '우리 게임엔 할 것이라곤 고렙되서 하는 인던 파밍밖에 없소' 라고 하는 것이다. 중간의 과정은 생략해도 상관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게 그나마 점점 이슈에서 멀어져가는 혹은 유저에게 잊혀져가는 게임의 발버둥이라고 생각한다면 측은한 마음이 들기는 한다. 이런 방법이라도 쓰지 않으면 떠나간 유저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는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한 때는 400억 대작이라고 불렸던, 이제 고작 3년 좀 넘은 게임이 이런 식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든 것 같은 모습은 '도대체 그동안 뭐했나?'  '현상유지에 급급했나?' 하며 질책하고 싶기도 하다.

문득 이 게임이 PC방을 점령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점핑이 아니면 현상유지가 어려운 지금과 오버랩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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