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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과거 군부 치하에서 생성된 군사문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스포츠 관련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입에서는 '전(戰)'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올림픽 때에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문화한 '종합순위'라는 것에 열을 올린다. 과거 체제의 정당성에 있어서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던 군사정권들은 시민의 관심을 스포츠로 돌리길 원했으며 그 결과 과거 전씨(氏) 시절의 88 서울 올림픽 유치나 노씨 시절의 올림픽 종합순위 4강으로 귀결된 것이다. 5.18 과 같이 그들의 정당성에 치명적인 위험성이 있는 사건들은 열광적인 스포츠의 뒷편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교육현장에서는 과거 일제시대로부터 비롯된 군사문화의 잔재가 더욱더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최근 들어 이슈화되고 있는 두발규제에 관련한 문제는 21세기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파고 들어와 있는 군사문화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는 듯 싶다. 얼룩덜룩한 교련복을 입고, 손에는 M16 모형 소총을 들고, 군대식으로 박박 깎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제식훈련을 받던 과거세대의 고교생으로부터 두발규제에 불만을 표출하는 현재의 고교생으로까지 군사문화는 늘 일관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과거 허리에 칼을 차고 제복을 입은 일본 교사의 모습은 가위를 손에 들고 '귀 밑 3센티'를 외치는 한국인 교사의 모습으로 전이되었다.

직장에서는 '상명하복'식의 의견도출이 일상화되어 있다. 튀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뒤에서 수근거림을 받게 마련이며 일인, 일인의 객체보다는 전체를 바라보는 군사문화의 시각은 조직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내부고발자의 행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체된 군사문화가 국가 경쟁력을 크게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기도 한다.


군사문화의 잔재는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내의 문화에서는 이러한 군사문화가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수 많은 게이머들이 가상사회를 이루고 있는 MMORPG 속으로 들어가보면 된다.

사실 어떤 조직에 있던지 기존 사회에서 주입받은 가치관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게임이라고 다른 것은 없다. 특히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중요시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개개인의 가치관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가 알게 모르게 영향받고 있는 군사문화의 잔재를 게임에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군사문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은 바로 길드 시스템이다.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는 친목길드로부터 특정한 목적을 위한 프로젝트 길드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속성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길드장(長)의 권력이다. 길드장은 길드내에서 특별한 권력을 행사하며 그것은 한국 사회 특유의 유교적 가치관과 맞물려 더욱 강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모습은 평균 연령대가 높은 길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인데 길드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게임에서는 상명하복식의 위계질서가 수립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리니지 시리즈의 경우 길드장인 '군주'의 명령은 여과없이 일반 길드원에게 전달되며 비교적 규모가 큰 길드의 경우 '군주'의 권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군주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해 상대 혈맹과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길드내의 상명하복식의 질서는 확고하다. 게다가 리니지식 플레이를 답습하고 있는 다른 국내게임의 경우도 거의 복사판이라고 할 만하다.

국내에 도입된 해외게임의 경우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시스템적으로 기존 국내게임보다 더 민주적인 길드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지만 국내 게이머들은 이 시스템마저도 군사문화식 계급으로 인지한다. 이같은 모습은 수 백명 이상의 인원이 모인 대형길드에서 두드러지는데 특정 계급의 게이머들은 하위 계급의 게이머들과 의견을 교환하기보다는 상위 계급의 명령을 전달하는 계층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길드체계에 염증을 품은 게이머들은 홀로 플레이를 하거나 소규모 친목길드에 만족하기도 한다. 그들은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 것이 싫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길드내의 군사적 위계질서가 필요악임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대규모 인원을 통제하는 데 있어 군사적인 방법론이 가장 효율적이며 실제로 많은 게이머들이 이에 수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민주적인 의사진행방법이 얼마나 뿌리 내리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시민은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다른 이들의 의견과 조율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안되면 되게 하라'식의 군사문화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조율 능력의 부재가 필연적으로 군사문화를 답습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만약 길드내에서 누군가의 명령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하는 위치에 있다면, 길드장의 권력이 너무 강하다면 그 길드에 적(籍)을 두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보기 바란다. 토론문화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스스로 민주적인 길드운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Comment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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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두사용자 2005.05.18 22:05
    리니지의 혈맹을 통솔하는 군주의 발언 막강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항상 온라인에서만 활동은 불가능할겁니다 더 크고 영향력있는 그런 혈맹이 되려면요. 그러면 오프라인쪽으로도 커뮤니티관계가형성될것이고 그러면 얼굴맞대고 하는 것이니 군주의 발언은 혈맹원들과 서로 토론을 하면서 혈맹이라는 단체가 바라는 쪽으로갈수있을겁니다 그런데 너무 군사문화에 대한 글이라 그런지 대충 쓴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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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벤토리‡ 2005.05.18 23:39
    달도 차면 기우나니....

    폭군또한 권력은 상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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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수 2005.05.18 23:41
    큰 오류를 범하고 계시네요.
    소위 말하는 길드의 문화는 외국 게임 문화에서 더 먼저 자리잡고 그 뿌리가 깊이 박혀 있습니다.
    최초로 길드라는 시스템이 적용된 온라인 게임인 울온 시절부터 인 것 같네요. 길드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마스터의 권력은 절대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리랑이나 발해 서버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울온이 처음 나올 시기부터 즐겼던 저로서는 군사정권의 잔재에 의해 국내 게이머들의 길드운영 방식이 따라간다는 건 조금 어불성설 인 듯 합니다.
    클랜의 개념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DAoC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수많은 유저들이 단 몇명의 유저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 언제나 리더는 1명이죠.
    민주적이다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의 권력과 입심은 친목도모로 만들어진 클랜이 아닌 이상 절대적이며 강력합니다.
    대신 잘못했을때 대 놓고 욕을 하기 보다는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날카롭게 추궁하는 편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가면 그만입니다. 다른 길드에 저 사람 어떻다 어떻다는 악담을 흘리지는 않으니까요.
    정리해 보자면 해외 유저들 역시 비록 게임일지라도 그들이 선택한 길드의 룰을 철저히 따른다는 겁니다.

    다만 한가지 차이점을 발견하자면 비교적 길드원들의 의견이 합당하다 생각하면 수렴을 잘 하는 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마스터의 권력이 막강하다는 건 변함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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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수있을까 2005.05.19 01:58
    누가 길드를 군사 문화식 계급으로 인지합니까? =_=

    길드가 군사문화의 잔재라구요?

    완전 어거지네요 =_=

    무작정 길드마스터의 힘만 믿고 권력을 휘두르는 길드는 없습니다

    있다고한들 오래 지속되지 못하죠

    왜 끼워맞추려고 애쓰시는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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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프티 2005.05.23 15:50
    길드는 원래 상업적인 이득을 보려고 있던 건데
    따지고 보면 클랜이라는 말만 해야 옳을테고 그렇다고 이런걸로만 꼬투리 잡는건 정말 꼬투리니까...
    하여튼 군사문화라고 하시면 몇십년 전 밖에 안된것들이라고 판단하는데, 우선 그렇다면 영향을 받는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게임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봅니다. 우선 게임은 외국에서 먼저 나와서 그걸 모방해서 만들어온 거면 군사문화가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고, 어차피 조직이란게 옛날부터 조직 보스의 힘에 따라 조직원들이 권력을 누리는 거고, 큰 조직이니까 사람도 많을테고 점점 많아지는 조직원들의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서 조직내의 법을 정하고 명령 전달, 작전 등을 위해 계급은 필시 있는 것이죠.
    게임에서도 길드는 조직이고 한 사람에 의해서 창설 되기 때문에 창설자가 보스, 보스는 아래의 것들을 다루는 게 당연한거죠. 오프라인에서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잘못 된 것이지만 게임 내에서는 당연한거죠. 그 게임의 세계관을 갖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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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블 2005.05.23 17:47
    생산직 길드는 가능합니다.수평관계에 협력관계 자연스럽게 되죠.
    하지만 길드전 난상태에서 명령체계가 없으면 싸우는 족족 지게 되어 있심다.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되지 않았나 하는...
    다시 강조하지만 생산직은 친목길드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걸 전투할때도 하라고 하면 엉망이 되 버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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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지구 2005.05.23 20:55
    제 생각으로는 리니지 등의 군주 등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게임은 상황이 좀 다른듯.

    한가지 게임의 상황으로 모든 게임의 길드의 상황으로 치부하기에는 좀 어패가 있는 듯.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게임(길드)등이 더 많고, 그렇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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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직캣 2005.05.23 21:11
    전략적으로 한다면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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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사자습서 2005.05.23 22:48
    길원들이 길마의 말을 따르는건 당연한...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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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박사 2005.05.24 11:01
    뭐라 할 말이 없는 글...글쓴이님은 게임이 아닌 사회로 치자면
    부하가 상사말을 따르는게 군사문화의 잔제라며 하실 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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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제 2005.06.03 21:05
    정말 당연한 야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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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중부렉끼 2005.06.05 15:52
    저의 경우에는 길드마스터란 자리가..

    거의 얼굴마담 정도였기때문에.. 이름뿐인 자리였던적이 더 많은것 같네요

    예를들면 인맥이 좀 넓은 사람이라던가.. 단지 고렙이라고 어리숙한애 자리에 앉혀놓는다던가..

    뭐 그런일이 더 많았죠..

    길마독제체제 비슷한것도 보지못한적이 더욱 많은거 같네요..

    설사.. 하려고 하더라도 길원들이 안따르기때문에..

    음.. 이경우는 많이 친해졌을경우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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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수있을까 2005.06.06 03:43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너무 주관적인 생각의 글 아닌지요?

    심하게 갖다 붙이신듯한... 부분도 없잖아있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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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구봉 2005.09.01 13:40
    댓글들 보니 정말 심각하다.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마저 이미 잔재에 의한 세뇌임을 모르는듯하다.
    부하가 상사의 말을 따르는건 절대 당연하지 않다.
    부하는 상사가 시키는 일은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를 필요는 없다는걸 인지 못하는한 우리는 그만큼 발전이 늦어진다는걸 알아야 한다.
    자발심에서 나오는 충성심 조차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관습적으로 복명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한번씩들 가져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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