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중생이 모바일게임의 결제비로 7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한 사실이 뉴스화 됐습니다.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무료로 서비스되는 부분유료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성인도 아닌 여중생이 7천만 원을 결제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건의 개요를 요약하자면 여중생 송양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잦은 출장 등으로 일이 바빠서 송양에게 필요할 때 쓰라는 의미로 체크카드를 줬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사망한 어머니의 보험금도 들어 있었고요. 이후 송양은 무료로 다운받은 모바일 게임에 빠져 현금을 내고 아이템을 결제하는 현질을 반복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여중생에게 큰 금액이 담긴 체크카드를 맡기고, 카드 한도 조차 설정하지 않은 송양의 아버지만을 탓하기는 힘든 문제입니다. 사회적인 시각에서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도 대부분 송양과 같이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자연스레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송양과 그녀의 아버지에게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결제를 할 때 보호자 승인도 거치지 않는 허술한 시스템도 문제이며, 현금을 내도 바로 원하는 아이템을 얻는 게 아니라 룰렛과 블랙1잭같은 도박 게임에서 이겨야 하는 사행성 게임을 게임 속에 숨겨 놓은 개발사의 부도덕한 양심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송양이 플레이 한 게임의 경우 웃기게도 게임 소개에는 도박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심의 등급은 12세 이용가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모바일게임의 이용 등급이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자율심의에 맡겨서 생긴 결과입니다.
작년 한 해 등록된 모바일게임은 약 52만 건임에도 불구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모바일 게임을 모니터링 하는 인원은 고작 4명. 이들은 전체의 약 11%만을 모니터링 했으며, 나머지는 개발사나 서비스사의 입맛대로 시장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경우에도 게임 등급을 변경하라고 요청만 할 수 있어 강제력 없는 권고 사항에 머무르고 있을 뿐입니다.
셧다운제 등의 각종 게임 규제법안이 들끓고 있을 때 업계는 물론이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게임의 즐길 권리를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이 무분별한 사행성 게임에 노출되지 않도록 양심을 지키고 최소한의 도리를 다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게임물에 대한 자체등급분류 제도의 허점을 노려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에게까지 사행성 강한 게임을 그대로 노출시킨 어른들의 이기심이 저지른 폐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