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저작권 합의금 장사 주의보 - 토렌트 다운로드 1회에 5백만원 민사손배 청구


1. 토렌트 다운로드 위법인가? 피해는 존재하는가? 소설 한 세트에 5백만원?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3년에 토렌트를 이용하여 무협소설(잠마검선)을 다운로드 받았다가 고소를 당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후 약 1년이 지난 2014년 7월 해당 소설의 저작권자로부터 5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한 사람에게 법률지원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사건은 저작권법상 두 가지 권리의 침해가 문제다. 무협소설 저작권자의 복제권 침해와 전송권 침해가 그것이다. 

(1) 복제권 : 다운로드 행위는 복제권 침해이지만 저작권법 제30조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를 면책하고 있기 때문에 배상책임이 없다. 물론 토렌트 프로토콜 때문에 다운로드가 되자마자 다른 토렌트 이용자들이 해당 파일의 일부분인 파일 조각들을 다시 다운로드 받을 수는 있지만, 이 때문에 주관적 목적이 ‘사적 향유’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2) 전송권 : 토렌트를 이용해 다운로드를 받는 행위가 ‘전송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토렌트를 이용하여 파일을 다운받는 도중, 다른 토렌트 이용자가 다운로드 되고 있는 파일의 일부분인 파일 조각을 다시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토렌트 프로그램의 프로토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서 다운로더에게 전송권 침해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파일을 다운받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실제로 제3자가 해당 파일 전체를 다운로드 하지 않았다면 전송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손해배상 책임도 묻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해당 피고의 경우 토렌트 이용자의 1회 다운로드에 대해서만 무려 5백만원의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설사 복제권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소설 1세트(6권)의 시중 소매가(38,400원)와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해당 저작권자는 같은 소송에서 총 112명을 상대로 각 500만원을 청구하여 그 침해 주장액만 무려 총 5억 6천만원에 달한다. 이는 소설 약 14,500세트(약 8만 7천권) 이상의 매출에 해당한다.

(다만 다른 100여명의 피고들이 모두 토렌트 다운로더인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한편 저작권자는 합의하면 소를 취하해주겠다며 소장을 통해 친절하게 법무법인 전화번호까지 알려주고 있다.

(실제 합의 요청 금액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약 250만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2. ‘기소유예’를 활용한 대규모 고액 합의금 장사

대규모 고액 저작권 합의금 장사의 특징은 형사 절차의 맹점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기소유예’는 범죄의 구성요건은 인정되지만 초범이거나 침해 정도가 경미하여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이다. 대부분 형사고소를 당하게 되면 기소를 막기에 급급해 자백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순순히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 기소유예 처분은 죄가 인정된다는 선언임은 물론 그 자체로 기록에 남아 관리될 뿐더러, 2)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확실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게다가 3) 저작권자들은 수사기관을 통해 법원의 ‘영장’ 없이도 IP주소에 연결되어 있는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하여 민사손배소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활용한 고액 합의금 장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고소 -> 자백 ->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 기소유예 처분을 증거로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 제기 -> 합의 (합의금 : 약 1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 -> 소 취하

 

3.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된다면 예방되었을 사건

이번 사건처럼 저작권 침해 여부나 피해의 발생이 불분명한데도 대규모 고액 합의금 장사가 가능해진 것은 저작권법 상 형사 처벌규정에 의한 기소유예 처분 때문이다. 즉, 국민들이 두려워하는 수사기관을 통해 쉽게 유죄 증거를 가공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현행 저작권 침해죄 형사처벌 조항이 침해가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중범죄는 침해금액이 180일이내 2,500달러, 경범죄는 1,000달러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다. 

합의금 장사를 위한 저작권자의 형사 고소 남발 행위는 전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괴이한 현상이다. 고소 남발이 절정에 달했던 2008년 무려 10만 건에 달하는 고소가 있었지만 불과 8건만 정식재판에 넘어갔다. 저작권 침해죄 고소 남발은 ‘표현’에 대한 ‘보호’와 ‘공유’의 균형을 크게 해치고 있다고 판단해, 국회는 6개월 이내 100만원 미만의 경미한 저작권 침해행위는 형사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저작권 권리자 단체들은 경미한 저작권 침해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으로 종결 가능하기 때문에 무제한적인 형사처벌조항이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들의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들은 이용자들의 궁박을 이용한 고액 합의금 장사를 당장 그만두고, 국회는 조속히 이 법안을 통과시켜 과도한 권리주장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용자들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관련 링크: [저작권법 개정 캠페인] 합의금 장사의 수단으로 전락한 저작권법 개정 운동에 동참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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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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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TAROO 온프 대장 2014.08.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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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드이펙트 2014.08.13 13:02
    이거 잘못알고 있는게 저렇게 해서 작가한테 넘어가는돈은 없다고 해야지 옳습니다. 저런 법무법인 법파라치들이 작가한테 권한을 위임받은뒤에 마구잡이로 고소하게 되는데 그 경우때문에 작가들도 진짜 골치아프다고 하더라구요. "양심없는 법무법인 법파라치"들이 저질러 놓은 짓이지 작가들은 그저 "저작권 관리좀 하게 도와줄께요 뿌잉뿌잉"에 넘어간 죄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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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뗀아이 2014.08.13 14:55
    법무사들의 돈벌이를 위한 흔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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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ras 온프 대장 2014.08.13 15:35
    아이피 우회하고 난리 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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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빛나래 2014.08.13 19:17
    저거 피시방에서 하면 우째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