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의 경매장 폐쇄 결정을 통해 배워야 할 점 (6320) 게임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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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의 과감한 "경매장 퇴출" 결정

얼마전, 디아블로3가 충격적이게도 전작인 디아블로2와 비교해 야심차게 도입했었던 "경매장" 시스템을 폐쇄한다는 공지를 했었다. 이에 많은 유저들이 적잖이 당황하고 충격을 받았을 것은 당연해 보였다. 경매장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몇몇 부작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어쨋거나 경매장은 게임 내에서 유저 간 아이템 거래에 있어선 필수적이었고 또 경제의 중심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창 잘 이용하는 시스템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통보 받고 또 그게 없어진 게임을 상상해보자니...

갑작스런 경매장 폐쇄의 이유로 든 디아블로3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의 입장은 나름 수긍이 가긴 했다. 경매장이 워낙 편리하게 구성이 됐고 또 활성화가 되다 보니 게임플레이 패턴이 획일화되는 부작용이 생겼고 궁극적으론 게임성을 갉아먹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상당수 유저가 게임플레이를 통해 장비를 맞춰가며 고유한 이 게임만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현질을 하고 경매장을 통해서만 좋은 장비를 맞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보다 더이상 내버려두면 앞으로의 게임 개발에 악영향을 줌과 동시에 게임의 수명까지 줄일 거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래서 경매장 폐쇄라는, 과감하면서 다소 극단적인 결정에까지 이른 것 같아 보인다. 당초 이 게임이 출시될 때 이 경매장이 중요시스템 중 하나로 홍보됐던 것을 감안할 때 폐쇄라는 결정을 하기까지 꽤 고뇌를 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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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3월이면 사라질 디아블로3의 "경매장"

이를 보완할 새 시스템이 등장하긴 한다고 함.

개인적으로도 이 같은 결정에 꽤 당황스럽긴 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시 블리자드!'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편적인 우리 온라인게임의 실태와 비교해보니 이런 과감한 결정은 칭찬을 들어야 마땅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여기서 "보편적인 우리 온라인게임의 실태" 란 무엇일까? 물론 안 좋은 점이다. 고쳐야 하지만 고쳐지지 않고 쭉 지속되고 있는 "구태" 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구태" -방만한 컨텐츠 관리-

상당수 온라인게임들은 "컨텐츠" 즉 "즐길거리" 에 매우 민감하다. 왜냐? 참을성 부족한 유저들은 여차하면 "아, 이 게임 할 게 없네?" 라며 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런 불만은 결국 다른 유저들을 감염시키고 해당 게임엔 "할 거 없는 게임" 이란 낙인이 찍혀 버린다. 그래서 요즘의 게임들은 어떻게든 컨텐츠 확보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적잖은 부작용을 낳는다. 개발사들이 컨텐츠에 관한 유저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질보다는 "양" 에 집착하는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즉, 한가지 컨텐츠를 내놓으면 이걸 보다 완성되고 진화된 컨텐츠로 만들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개선 및 보강 하는 것이 아니고 그런 단계는 뛰어 넘고 바로 다른 컨텐츠 추가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저 "숫자" 에만 올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저들에게 "우리는 컨텐츠 ㅇㅇ개가 있다" 며 할 만큼 했다고 생색을 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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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차게 도입했었지만 몇년 간 방치만 되던 던전앤파이터의 "세력전"

얼마 전 퇴출되었다.

이러니 만들어 놓은 컨텐츠의 관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컨텐츠 임에도, 더 개발할 여지가 있는 컨텐츠 임에도 멋대로 "완성" 이라는 낙인을 찍고 방치해 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 컨텐츠" 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유저의 입장에선 "할 건 많은데 할 만한 게 없다"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지속적으로 관리할 역량이 안 되면 차라리 없애기라도 하지 이건 뭐 무턱대고 만들어 놓고 방치만 하니 게임은 그저 복잡해진다. 복잡해지니 나중에라도 하나하나 건드릴 엄두는 더더욱 나지 않게 되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컨텐츠 공해" 라는 말로 표현이 될까? 재미는 하나도 없지만 그저 보상이라도 얻으려 꾸역꾸역 억지로 하게 되는 컨텐츠들로 생긴 공해 속에서 유저들은 그렇게 슬슬 숨이 막혀 온다.

 

블리자드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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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자드 같은 게임사가 많이 있었으면...

이런 현실 속에서 "블리자드" 의 파격적 조치는 크게 빛을 발한다고 본다. 비록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시스템이지만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고 판단된 후 과감하게 퇴출시켜버리는 "결단력과 추진력" 은 타 게임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본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게임성과 완성도" 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신념에서 나왔으리라. 국내의 흔한 게임들 보면 어떤가? 게임성은 그저 캐시 수익 모델에 우선 순위를 내주었고 완성도는 '업데이트를 하면서 차차 신경쓰면 되겠지' 하는 안이함에 빠져있다.

컨텐츠가 많다고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과감하게 뺄 건 빼는 "선택과 집중" 이 필요하다. 그리고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발 만들어 놓고 방치만 하지 말고 꾸준히 개선과 보완 좀 하자. 대충 방치해놓고 버티는 게임들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유명게임 비유명게임 너나 할 것 없이 그랬다. 블리자드라는 외국 게임사가 왜 이토록 오래 인정을 받고 신뢰를 얻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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