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를 다녀오다 (5795) 일상에서

지난 5월 30일 목요일, 친구와 "지리산 종주" 를 다녀왔습니다.

지리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 방향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노고단" 을 찍고 내려오는 2박 3일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가끔 동네 뒷산이나 가까운 산에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는 게 등산의 전부였었는데 이런 높은 명산을 종주하려고 하니 처음엔 부담이 엄청 되더군요.

혹시나 중간에 낙오하지나 않을까 해서요. 군대에서도 낙오한 적이 없건만.

배낭 무게도 줄이고 줄여서 12킬로였는데 사실 이 정도는 제대로 등산 다니시는 분들한테 껌 수준이죠.

그런데 적응되기 전까진 엄청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현역 시절에도 30킬로대 짊어 지고도 행군 무난히 했는데 말이죠.

그래도 결국엔 별다른 문제 없이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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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입산 시작 코스 중 하나인 "중산리 탐방 센터" 입니다.

보통은 하산 코스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더군요.

안 그래도 저희가 올라갈 무렵엔 주변 음식점에선 먹고 마시는 등산객들이 많아서 엄청 시끄러웠습니다.

아무래도 힘든 산행을 마치고 즐겁게 취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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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 첫 대피소인 "로타리 대피소" 를 1차 목표로 정하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포장도로가 계속 되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경상남도 환경교육원 방향 코스라 그렇더군요.

물론 이쪽도 틀린 방향은 아닌데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코스는 아닌 것 같더군요.

게다가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어서 등산하는 느낌도 안 들고.

하지만 초반에 꽤 편하게 오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등산이 부담된다 싶으면 이쪽 코스로 가도 되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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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봉으로 가는 코스와 경상남도 환경교육원으로 가는 코스의 갈림길에 서있던 어느 위령비

가볍게 묵념하고 이제부터 진짜 산행...

포장도로는 끝났습니다...

아, 여기까지는 버스가 올라오더군요 ㅋ

1시간 간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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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등산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동시에 많이 힘들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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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로의 일정 간격마다 이런 표지물이 서 있었습니다.

산행 도중에 길을 잃으면 여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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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례길...

왜 난 지옥문으로 읽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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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곧 6월을 맞이하는 막바지 5월의 푸르름...

기분 탓인가 공기는 매우 좋은 것 같았습니다.

지리산 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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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수풀이 우거져서 햇빛 걱정은 덜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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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작은 구름다리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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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행 중에 좌우 계곡에서 끊임없이 경쾌한 물소리가 들려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내친 김에 등산로에서 잠시 벗어나 계곡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담가봤습니다.

정말 차갑더군요. 그만큼 시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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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더 빡쌔지는 등산로...

곳곳에 탈진, 심장마비를 조심하라는 주의 문구가 새겨진 표지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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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계곡 물가

수박 하나만 담궜다가 먹었으면 하는 소망이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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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서 계단만 보면 무서움...

역시나 탈진, 심장마비 주의 문구...

실제로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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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첫 대피소인 "로타리 대피소" 에 도착!

원래 천왕봉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려고 했는데 계획을 바꿨습니다.

오늘은 워밍업 삼아 여기에서 먼저 묶고 다음날 새벽에 천왕봉에 오르기로요.

괜히 무리하지 않기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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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식사 짓는 중 ㅋ

햇반에 3분요리 그리고 컵라면으로 해결을 봤죠.

인스턴스 라인업 ㅋㅋ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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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을 묵을 대피소 내 숙소입니다.

그다지 넓지는 않아도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1층은 남자들이 2층은 여자들이 묵더군요.

대피소 내 화장실도 있습니다.

그리고 식수도 있구요.

다만, 따로 씻을 수는 없습니다.

치약으로 양치질 하는 것도 안 되고 설거지도 안 됩니다.

국립공원인 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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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기 위해 일찍 잤는데 코고는 사람들이 왜케 많고 들락날락하는 사람은 왜 또 그리 많은지.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다음날 새벽 4시 경에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고 출발했습니다.

이 사진은 오르는 도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동이 트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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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엔 매우 어두워서 후래쉬키고 가다가 점점 날이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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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이 점점 밝고 있어!

빨리 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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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일출은 늦어서 포기

대신 천천히 오르면서 지리산 주변의 풍경을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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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이 점점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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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개한 아침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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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이 멀지 않았는데 점점 힘들어지는...

새벽부터 눈 뜨자마자 산에 오르려니 더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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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천왕봉 입성!

이미 일출을 보기 위해 몇몇 등산객들이 올라와서 사진들을 찍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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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기 보이는 산들은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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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이 생각보다 맑지는 않았습니다.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도 많이 불어 조금 추웠죠.

저는 반팔을 입고 있어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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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왕봉 비석 뒷편에 새겨진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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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 머물다가 이제부터 본격적인 종주를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상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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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부터 능선따라 고고~

좀 험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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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보니 보기에 흉물스런 고사목들이 모여 있더군요.

옛날 몰래 나무를 베던 도벌꾼들이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렀었다더군요.

그래서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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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선따라 걷다 보면 주위엔 죄다 이런 풍경입니다.

마음을 비우기 딱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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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번째 대피소인 "장터목 대피소" 입니다.

저희는 새벽에 일어나자 시작한 산행 탓에 못 먹은 아침을 여기서 해결하기로 합니다.

능선 위에 있어서 풍경은 좋았으나 바람이 꽤 많이 불었습니다.

그리고 전날 왠 고등학교 산악회에서 와서 묶었는지 고등학생들이 많이 몰려들었더군요.

참 시끄러웠습니다.

자리도 다 차지하고.

제 입장에선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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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다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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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와 풀이 어우러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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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와 풀만 가득한 곳이 있는가 하면 돌더미만 있는 곳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 드센 바람과 빗물을 견뎠을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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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암괴석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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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대피소인 "세석대피소" 입니다.

대피소마다 화장실과 식수는 기본으로 있기 때문에 등산객들이 편히 쉬어가기엔 딱 좋습니다.

일부 먹을 것도 팔긴 하지만 좀 비쌉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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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중에 수시로 먹기 위해 휴대가 편한 건빵을 가져갔는데 꽤 요긴했습니다.

쉬면서 조금씩 먹으면 힘 보충하기에 딱 좋습니다.

현역 시절 행군하면서 건빵 먹던 그 기분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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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가 참 좋은 듯.

모기만 없으면 진짜 좋을 텐데.

근데 지리산에 파리가 정말 많은 듯.

어딜가나 큰 파리가 앵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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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덧 무겁게 느껴졌던 배낭은 몸의 일부가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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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첩첩산중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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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려다보기 무서운 절벽

비바람에 흉터가 많이 생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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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석이 얼마나 많으면 모아서 쌓아놨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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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씩 지쳐가는 중

그래도 계속 건빵이나 초코바 등으로 원기 회복을 반복하면서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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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묘한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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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선길엔 경쾌한 물소리가 안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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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둘째날 일정을 마감할 "연하천 대피소" 에 도착...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저녁을 짓고 있더군요.

정말 힘들고 배고팠습니다.

대피소를 몇개나 거쳤는지...

이날 저녁은 운 좋게 옆자리에 계신 아저씨들이 친절하시게도 고기를 구워주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배부르게 먹고나서 이날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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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날, 새벽 5시 30분 경에 일어나서 마지막 일정인 노고단을 향했습니다.

약 10킬로의 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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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다보니 곳곳에 이렇게 흉물스럽게 쓰러진 나무들이 보였습니다.

애처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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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곳은 화개재인데요 옛날에 여기서 장이 열렸었다더군요.

이런 산골짜기에 장이 서다니 하면서 놀랐음...

뭐 지금은 다 전설로 전해지지만 ㅋ

탁 트인 풍경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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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가다가 처음으로 길을 잘못 들기도 했네요.

이정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다가 노고단 방향이 아닌 뱀사골 방향으로 빠지는 바람에 체력 낭비 시간 낭비 제대로 ㅋㅋ

화개재에서 이정표 잘 확인하고 가셔야 됩니다.

다시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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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개재에서 나와 다시 걷다 보면 곧 나무 계단이 나오는데 저희 코스 방향으로 가는 등산객들한텐 정말 악마의 계단입니다.

엄청 길어요.

이번 산행 최대의 난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진짜 체력 없을 때 오르면 기진맥진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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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단 중간중간 옆에 이런 쉼터가 여러개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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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날 것 같으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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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우겨우 계단을 오르고 나서 숨을 돌리면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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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상으론 잘 모르겠지만 사실 바로 밑에는 꽤 높이있는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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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그 유명한 "삼도봉" 입니다.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경계선이 한 데 모이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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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정확한 지점에 이렇게 표지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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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 까지 이제 4.5킬로...

조금만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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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이 소원빌려고 돌로 쌓은 듯...

하지만 무너져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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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은 아직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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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지만 상쾌한 공기를 흡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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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서도 말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이런 첩첩산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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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노고단에 입성!!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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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주를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고단 정산에 올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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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다시 첩첩산중을 감상하면서~

그 후 노고단 대피소로 내려와서 성삼재를 거쳐서 일정을 종료했습니다.

 

*경로

서울 남부터미널 - 경남 원지 버스터미널 - 중산리 -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 - 제석봉 - 세석대피소 - 벽소령대피소 - 연하천대피소 - 화개재 - 삼도봉 - 노고단 - 성삼재 - 구례 버스터미널 - 서울 남부터미널

많은 분들은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코스로 많이들 가십니다.

저희는 그 반대로 해서 간 것일 뿐.

*대피소

대피소는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각 대피소 별로 사전 예약을 하셔야 됩니다.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 산행을 하시면 오후 4,5시 경에 하산을 하셔야 됩니다.

대피소엔 취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화장실이 있고 식수도 있습니다.

숙소 요금은 8천원, 담요는 대여가 가능하지만 장당 2천원의 대여료가 붙습니다.

*비박

비박은 대부분 금지시키더군요.

대피소 근처에서도요.

다만, 곳곳에서 몰래 하시는 분들을 목격하긴 했습니다.

*곰

등산로 곳곳에 곰을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목격하지는 못했습니다.

*세면, 양치질

국립공원이라 좀 까다롭습니다. 비누, 샴푸 이런 거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치약도 안 되요. 양치질은 그냥 칫솔로만 하셔야 됩니다.

*준비물

등산화, 여벌옷, 양말, 물, 취사도구(코펠, 버너 등), 음식, 간식, 손수건, 물티슈, 비닐봉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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