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먹으려고 라면 봉지를 뜯어서 끓는 물에 집어 넣고 무심결에 라면 봉지 뒷면에 표시된 영양 성분표를 응시했다.
탄수화물 음...
단백질 뭐...
지방 씁...
나트륨 오잉?
내 눈을 의심했다.
나트륨이 2,210밀리그램이라니!
하루권장량의 111%라니!!
그간 라면에 나트륨이 과도하게 들었다는 얘기는 가끔 듣긴 했다. 그래도 구체적인 수치는 알지 못해 그다지 와닿지 얘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니 분명 "장난" 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까지 많이 들어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단 한봉지에 하루 권장량의 111%나 들어 있다는 건 충격이었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이미 하루에 먹을 나트륨을 초과 섭취하는 거라니...
김치의 배신...
더구나 라면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라면 먹을 때 김치를 절대 빼놓지 않지 않는가? 소금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김치에 나트륨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거다. 라면과 김치의 조합은 알고 보니 나트륨만 두고 봤을 땐 사실상 상극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아, 그렇다고 앞으로 라면을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김치를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두 가지를 함께 먹는 자제해야 할 듯 싶다. 함께 먹더라도 김치는 조금만.
나트륨이 얼마나 안 좋을까?
사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뭐가 어떻게 몸에 안 좋은지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라면 한 봉지에 하루 권장량의 111%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크게 와닿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일 터. 뭐 나도 같은 입장이었기에 검색을 한번 해 보았다. 나트륨이 얼마나 안 좋은지에 대해서.
좀 싱겁게 먹는 습관을...
헐스, 어느 기사가 눈에 띄었다. 위암 발생의 가장 큰 식습관 요인이 바로 "짜게 먹는 것" 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암 발병률이 높은 편인데 가장 큰 요인이 짜게 먹는 식습관이었던 것이다. 돌아보니 정말 짜게 먹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 김치찌개니 된장찌개니 또 분식집에 가면 각종 조미료에 찌든 떡볶이 같은 것들. 나트륨 듬뿍 들어간 라면들. 국밥을 먹어도 간 안 맞는다고 소금 넣어대고.
짜게 먹는 데에 길들여진 한국인
얼마 전에 친구와 두부전골 집을 갔다. 그곳은 전골에 조미료를 넣지 않고 순수하게 맛을 내는 집이었다. 한숟갈 뜨니 정말 조미료를 넣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들 입맛에 맞추려고 조미료를 쏟아 붓지 않고 순수하게 재료만으로 맛을 낸 것이었다. 당연히 조미료 특유의 텁텁한 맛도 느껴지지 않고 짜지도 않았다. 그런데 초딩 입맛의 친구는 싱겁다며 징징대는 것이었다. 떡볶이나 라면 같은 분식을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이미 그런 짠 맛에 입맛이 길들여져 이렇게 조미료로 간을 맞추지 않은 음식은 입에 안 맞는 것이었다. 아마 상당수 한국인들이 친구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짠 맛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정작 탄 음식에는 민감하다.
위암 발생 요인 두번째가 바로 탄 음식을 먹는 것인데 탄 음식에 대해선 우리나라 사람들 참 유별나다. 탄 음식을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탄 음식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인다. 조금만 타도 아예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 내 친구를 포함해서. 물론 이유는 몸에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탄 음식을 먹으면 금방이라도 암에 걸릴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더 위험한 짠 음식에는 무감각한 것이 의아하다. 암 발병률이 더 높다는 짠 음식에는 관대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섭취를 하면서 탄 음식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뭔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줄이자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나트륨 일일 섭취 권장량이 2,000밀리그램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평균 5,000밀리그램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짠 음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정말 자신의 몸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나트륨 섭취량을 줄여야 할 듯 싶다. 물론 한번 팍 줄이는 건 힘들 것이다. 대신에 신경써서 조금씩 줄여나가면 될 것 같다. 뭐 라면 먹으면서 김치 먹는 건 최대한 자제한다든지 국물을 덜 마신다든디 또 아예 자주 먹는 라면을 줄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는 비단 라면뿐만이 아니라 좀 짜다 싶은 대부분의 음식에 해당되는 방법일 거다.
그리고 탄 음식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에게 한마디만 하자.
"짠 음식이 더 안 좋거든요?"
국물은 원래 안먹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