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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게임인 손노리의 <화이트데이>는 아시다시피 사연 많은 게임입니다. 출시와 함께 와레즈에 풀리면서 당시 손노리의 이원술 대표는 PC통신에 ‘마지막 불씨는 남겨 두고 싶습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 때나 지금이나 불법 복제는 여전히 성행하면서 많은 개발자들의 창작의지를 무참히 짓밟아 놓고 있습니다.

이후 국내 게임 시장은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시장이 바뀌고, 다시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이 급변하면서 과거의 명작들도 서서히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하기에 이릅니다. 비운의 게임 <화이트데이>도 그렇게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과거 패키지 게임시절부터 국내 게임시장을 바라보며 성장해온 입장에서 <화이트데이>는 개인적으로 각별한 존재입니다. 게임에서 느끼는 공포라는 호러 게임의 재미를 일깨워줬고, 그런 무서움 덕분에 아직 엔딩을 보지 못했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8,800원이라는 가격은 결코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부분 유료화로 야금야금 유저들의 지갑을 열 게 만드는 게임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거든요. 특히, 올 여름은 <화이트데이>와 함께 했기에 지난 1994년 이후 찾아왔다던 엄청난 폭염도 그다지 두렵지 않았습니다.


<화이트데이> 출시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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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는 과거 2001년 손노리에서 자체 제작한 왕리얼 엔진을 바탕으로 개발된 액션 어드벤처 호러 게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화이트데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날로 알려져 있는데, 본 작품에서도 화이트데이 전날 좋아하는 여성에게 선물을 몰래 넣어 놓기 위해 야심한 밤에 학교로 들어간 한 남학생의 시점에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액션 어드벤처지만 주인공과 적대관계인 수위나 귀신을 제거할 수는 없으며, 단지 그들의 시야에서 도망치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더 높은 공포감을 선사했는데요. 이런 부분은 확실히 현재 시장에 만연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들과 비교해 뚜렷한 차이점으로서, 덕분에 상당한 공포감을 자랑함과 동시에 게임의 몰입도를 올려주는 역할까지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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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작품인 화이트데이의 스크린샷
이번 작품은 리메이크작으로 그래픽 쇄신, 시스템 변경 등 다채로운 부분에서 개선을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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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선물만 놓고 나오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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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흔히 서양과 동양의 공포를 나눔에 있어 서양은 피와 시체가 난무하는 슬래셔 무비를 주로 예로 들었고, 동양에서는 괴담이나 심리 현상 등을 기초로 한 영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구분이 무의미해진 가운데 <화이트데이>는 동양적인 공포에 치중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즉, 피가 난무하거나 잔인한 연출은 없으며 원혼이나 주문 등 전형적인 동양의 공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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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누구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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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뭐 하세요?!

야심한 밤에 학교에 가 본 경험은 대부분 없을 것입니다. 가 봤자 운동장 정도일까요. <화이트데이>는 정말 새벽이 다 된 시각에 학교에 들어가면 어떤 광경이 그려질지 그것을 상상하게 만들어줄 정도로 학교 내부를 상당히 리얼하게 구현해 냈습니다. 영화 여고괴담의 학교를 생각하면 쉽게 유추가 가능 할 것입니다.

길게 늘어선 복도를 혼자 걸어갈 때 바닥에서는 삐거덕 거리는 나무 소리가 들리고 눈앞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이 ‘게임이기에 안심이야’라고 생각 할 정도로 <화이트데이>에서 보여주는 학교 내부의 모습은 정말 무섭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했던 공간이었던 학교가 한 순간에 공포의 장소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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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런 책상과 걸상을 사용했는데, 요즘은 모두 높이 조절 가능한 신식으로 바뀌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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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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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T 모니터로 구동되는 추억의 컴퓨터 등 각종 소품은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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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게임이나 호러 게임은 장르적 특성 때문에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착용하고 플레이 하는 것이 더 높은 몰입도를 가져다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화이트데이>에서도 시작 시 헤드셋이나 이어폰 착용을 권장하는데 확실히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보다 사운드 기기를 이용해 귀로 직접 들음에 따라 공포감이 극대화면서 강한 몰입도와 재미를 동반합니다.

<화이트데이>는 다양한 액션이나 행동에 있어 대부분 효과음을 부여해 실감나는 진행을 돕는 한편 주변의 배경 소리에도 신경을 쓴 덕분에 학교라는 장소의 현장감을 충실히 살리고 있습니다. 교실 문의 드르륵 거리는 소리나 형광등이 켜지는 소리, 창가에 다가가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소리 등 작은 행동 하나에도 소리를 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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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고, 만지는 것 모두에 소리를 부여해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또한, 이벤트 씬에서는 등장하는 여학생들의 음성 더빙을 유명 성우들이 연기하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도 실감나는 연출과 원활한 스토리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리메이크 된 만큼 인물들의 그래픽도 한층 발전한 덕분에 다양한 표정과 몸짓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펼쳐 각 인물의 매력도 충실히 살려주고 있고요.

무엇보다 원작에서도 사용된 가야금의 거장인 황병기의 미궁이라는 곡이 시종일관 귀를 자극하면서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극대화 시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미불명의 소리부터 귀신의 웃음소리 등 가야금이 이렇게 무서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인지 새삼 실감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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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로 스토리 전달도 무난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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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몰래 들어온 주인공, 이희민은 다양한 사건에 직면합니다. 그가 학교에 들어온 이유는 첫 눈에 반한 여학생 한소영의 다이어리를 돌려주고, 화이트데이 선물까지 몰래 놓고 가기 위함이라는 순수한 이유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제는 학교를 빠져나가는 것도 버거운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제목과 같이, 학교라는 존재가 미궁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런 스토리를 진행함에 있어 어드벤처 요소는 고전 어드벤처를 연상시킬 만큼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동 중 얻게 되는 각종 문서는 이후의 스토리를 진행하고 퍼즐을 해결하는 단서의 역할을 하며, 마찬가지로 각종 아이템들도 문서와 연계되어 퍼즐을 풀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예컨대 체육 선생님이 매번 체육복 상의 주머니에 학생부실 열쇠를 넣고 퇴근하기에 주의를 당부한다는 문서를 확인했다면 실제로 체육 선생님의 상의에서 열쇠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찢어진 그림을 맞추는 퍼즐부터 약간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 등 다양한 퍼즐을 준비함으로써 어드벤처 장르 특유의 게임성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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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문서라도 그것이 퍼즐이나 스토리 진행을 위한 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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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벨트를 이리저리 돌려봤더니 번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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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난이도의 퍼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마치 과거 고전적인 어드벤처의 룰과 흡사하여 90년대 어드벤처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이라면 반가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어드벤처 장르가 생소한 유저라 하더라도 이런 손쉬운 구조 덕분에 오히려 어드벤처 게임의 매력을 새롭게 느낄 수 있고요. 그런 점에서 <화이트데이>는 어드벤처 장르의 입문작으로서도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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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말이 있듯이 <화이트데이>에서는 여러 귀신보다 오히려 학교를 지키는 수위 아저씨가 더 무서운 존재로 인식됩니다. 이야기의 흐름상 특정 귀신을 무력화 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수위 아저씨를 때려눕히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무기라고 할 것도 없기에 오로지 수위 아저씨와 맞닥뜨리면 도망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발견과 함께 호루라기를 불고 후레쉬를 비추며 뛰어오는 수위 아저씨는 그 자체로도 상당한 공포감을 선사합니다. 게다가 1인칭 시점이 가지는 시야의 제약으로 인해 뒤도 안 보고 도망칠 시 수위 아저씨가 어디까지 따라왔는지를 모르기에 더 큰 공포감을 선사합니다. 들리는 것은 그저 수위 아저씨의 음흉한 웃음소리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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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면 가차 없는 몽둥이찜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동 중 주변에 수위 아저씨가 있을 경우 화면 상단에 눈동자 아이콘이 뜨는데 학교를 돌아다니다가도 눈동자 아이콘이 갑작기 뜨면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을 기웃기웃 거리며 어디서 수위 아저씨가 등장할지 조마조마하게 되죠.

한 번은 불을 켜고 교무실을 조사하던 중 갑자기 화면 상단에 눈동자 아이콘이 떠서 빠르게 책상 옆으로 쭈그리고 숨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수위 아저씨는 주변을 대충 둘러본 뒤 불을 끄고 다시 나가더군요.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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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수위 아저씨가 있어 화장실로 일단 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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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은 정삭각형의 층간 구조 때문에 수위 아저씨와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다양한 좀비 게임이 공포감 보다는 액션성이 두각되면서 그렇게 무섭지 않은 이유는 게임에서 제공된 무기로 좀비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무기가 주어지지 않고 단순히 그들의 손아귀에서 도망만 쳐야 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입장이 되는 순간 공포감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화이트데이>는 그런 시스템을 차용해 더 큰 공포감을 선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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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드벤처 게임은 한 번 엔딩을 볼 경우 퍼즐을 해결하는 방법이나 이야기의 진행 루트를 알고 있기에 2회차는 꺼려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화이트데이>는 다회차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구비하여 여러 번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요.

우선 여학생들과의 이벤트 씬에서 어떤 대화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스토리의 진행이 달라집니다. 즉, 선택지에 따라 스토리를 함께 하는 여학생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화이트데이>는 3개의 엔딩으로 나뉘는데 앞서 이벤트 씬의 선택지에 따라 엔딩을 함께 하는 여학생이 달라지게 됩니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반복플레이를 유도하고 있으며, 모두 다른 결말을 가지고 있어 멀티 엔딩의 재미를 충실히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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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에 따라 분기가 갈리면서 함께하는 여학생의 비중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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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더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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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대로 된 호러 게임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화이트데이>는 리메이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에 맞게 개선되고 추가된 부분이 많아 과거 <화이트데이>를 즐겼던 유저들에게도 플레이 할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호러 게임이라는 탈만 쓰고 무섭지 않은 게임과는 격이 다르단 말씀.

-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
정통 어드벤처가 사라진 현재 대부분 액션과 어드벤처를 결합한 형태의 게임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드벤처는 다양한 환경에 유저를 던져 놓고 여러 가지 단서를 스스로 추리해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오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화이트데이>는 다양한 퍼즐을 동반해 문제를 해결하는 정통 어드벤처의 재미를 새삼 일깨워 줍니다.

- 미소녀를 좋아하는 유저
게임에서 등장하는 여학생은 소영, 성아, 지현 등 총 3명입니다. 각자 나름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활력소 역할을 해냅니다. 물론, 각자가 가진 스토리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3인 3색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미소녀와 함께 한 밤 중의 학교를 탐험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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