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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랜드는 뭔가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횡스크롤 형태의 진행을 띄면서 많은 색감이 들어가 있지 않은 그래픽은 어딘지 모르게 적은 개발비로 만들어진 인디 게임의 느낌을 가득 풍깁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배드랜드는 애플 디자인상, PAX 선정 인디 게임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진 어드벤처 게임으로 이미 전세계 83개국에서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유명 개발사가 아닌 중소기업 및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만드는 인디 게임의 경우 저마다의 독특함으로 무장해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배드랜드 또한 그 중 하나인 것이죠. 



게임 그 자체에 몰두하게 만드는 법

최근의 FPS가 과거 FPS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면 인터페이스의 간소화를 들 수 있습니다. 체력 게이지가 아예 삭제되거나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시간이 지나면 점차 체력이 회복되고 탄 수 등의 부가적인 정보를 게임 내 무기에 표기하는 방법으로 게임화면에 표시되는 자잘한 정보 등을 보여주지 않게 된 것이죠.

즉, 유저에게 있어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분산될 수 있는 시선을 게임플레이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배드랜드의 인터페이스 또한 그렇습니다. 게임 화면에서는 뭔가 유저에게 보여지는 숫자나 기호 등이 전혀 없이 전체적으로 검은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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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적은 색을 사용하여 시간과 공간의 느낌을 살려줍니다


게임화면을 살펴보면 실제 캐릭터가 움직이는 구조물 및 지형을 검은색으로 표현했고, 뒤쪽에는 채색된 배경을 배치함으로써 적절한 원근감과 함께 현재 있는 공간의 느낌을 충실히 전달해 줍니다. 덕분에 유저는 캐릭터 그 자체의 움직임에만 몰두하게 됩니다.

배경을 보고 있자면 마치 자연 그대로를 옮겨놓은 느낌으로 나무, 꽃 등을 군데군데 배치해 아름다운 숲 속의 느낌을 구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게임 화면에 표시되는 어떤 인터페이스 창도 없어, 덕분에 이런 동화 같은 그래픽은 몽환적인 느낌까지 더해줍니다. 배경 및 캐릭터 디자인의 하모니가 절묘하게 들어맞은 느낌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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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치고 그래픽의 퀄리티 및 최적화도 뛰어난 편


평온함에 묻어난 풍성한 재미

게임 시작과 함께 배출구에서 쓰레기와 함께 튀어나오는 캐릭터는 언뜻 보면 고슴도치를 닮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검은색의 둥근 몸집에 눈 주위에는 판다처럼 반점이 있고, 눈은 흰색이라 뭔가 알 수 없는 생명체의 느낌과 함께 귀여움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유저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움직여 현재 맵의 끝까지 이동시키는 것이 각 스테이지의 목적입니다. 횡스크롤 형태의 진행에 따라 화면이 점차 우측으로 움직이는데, 캐릭터가 공의 형태라 높낮이가 있는 평지에서는 굴러다닐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은 날아다니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장애물이나 지형을 통과하는 것이 사실상 게임의 전부라 글만으로는 게임이 다소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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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로 형식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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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애물이 이동을 방해하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합니다


조작도 이에 걸맞게 무척 간단해 단순히 화면을 터치하면 캐릭터를 공중으로 상승시킬 수 있으며 그 외에 조작이 필요한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터치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방에 등장하는 장애물의 크기나 지나갈 수 있는 길의 폭 등 구조를 보면서 터치와 홀드를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물론, 캐릭터가 장애물에 갇히거나 화면 스크롤을 따라가지 못 할 경우에는 게임오버가 되는데 리스폰 지점도 너그럽기 때문에 게임오버에 따른 부담은 전혀 없습니다.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게임 진행에 변화를 주는 요소는 여러 장애물을 비롯해 아이템을 먹고 다양하게 크기를 늘렸다, 줄였다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아이템을 획득하면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개체수가 늘어나기도 하면서 다함께 대규모로 이동하는 광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어차피 진행하면서 몇 마리는 자연스럽게 버려지기 때문에 한 마리만 끝까지 이동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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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바위에 깔리면 이후는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 될지 짐작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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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분신을 여러 개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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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커진 괴(?) 생명체. 네 정체는 뭐냐


인디 게임의 기발함으로 승부하다

배드랜드의 플레이에서는 딱히 긴장감이나 흥분을 느낄 만한 요소는 사실 없습니다. '캐릭터를 이동시켜 목적지에 도달시킨다'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게임의 목적이 설명되기 때문이며, 그 과정에 있어 전투와 같은 긴박함이나 속도감 있는 진행도 배드랜드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요소 때문에 배드랜드를 두고 인디 게임의 한계라고 지적하는 이도 더러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상업적인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여 인디 게임의 본질을 충실하게 설명해주는 게임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돈이 되는 작품보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든 것이죠. 

불과 얼마전까지 인디 게임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디 음악도 아는 사람만 듣듯 인디 게임 또한 그 재미를 아는 사람만이 찾아서 즐기는 것이 현실이지만, 누구나 인디 문화의 독창성과 창의력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 결과 '투 더 문', '마인 크래프트', 'FTL' 등의 작품이 큰 인상을 남겼고 인디 게임에 대한 시각도 점점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작품 '배드랜드'의 등장으로 인디 게임에 대한 인식도 보다 더 좋아졌음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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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랜드도 인디 게임의 인식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배드랜드는 단순히 게임으로 접근하기보다 한 생명체가 세상에 버려져 숲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정의내릴 수도 있습니다. 시작과 함께 배출구에서 쓰레기와 함께 버려졌다는 것부터 다소 무겁게 시작하는 느낌을 전해주기도 하며, 전체적인 색감이 검은색으로 가득하다는 것도 이를 간접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음악도 BGM은 철저히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효과음 그 자체에 주목하여 새 소리, 벌레 소리 등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고 여기에 물이나 바람 소리가 더해져 자연의 모습을 청각적으로 무난히 전달해 주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배드랜드의 참심함을 보면 확실히 인디 게임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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