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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우리나라가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10년이 됐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었던 외환위기는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국가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왔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무능력한 정치지도자와 공무원들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생생하게 지켜봤고 국민과 기업들이 어떤 희생을 거쳐 위기를 극복했는지 몸으로 느꼈다.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고통을 남긴 외환위기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이지만 경제위기는 관리가 소홀하면 얼굴만 바뀐 채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연합뉴스는 외환위기 10주년을 맞아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박대한 기자 =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해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굴욕적인 구제금융을 구걸한 1997년 11월 21일을 전후한 외환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벼락치듯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외국계 금융기관과 언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인 OECD에 가입해 샴페인을 터뜨린 1996년부터 파국적 노사관계,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과도한 단기외채, 기업들의 방만한 차입경영 등을 들어 재앙을 예고했지만 김영삼 대통령과 당시 경제팀의 무능과 오판이 상황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차입경영의 대명사였던 한보그룹과 진로그룹, 기아자동차 등 거대기업이 부실에 질식해 무너졌고 이들 기업에 돈을 댔던 금융기관들은 문을 닫거나 매각되는 운명을 맞았다. 급기야 '대마(大馬)'중의 대마인 대우그룹까지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젊은이들에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면서 '세계경영'으로 꿈을 심어주었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부실의 책임자로 단죄돼 장기간 옥살이를 했다.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지금까지 모두 16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됐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을 털어내는데 들어간 돈이다. 돈만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앉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이 있었다.

따라서 2천600억달러의 외환을 쌓아놓고, 수출 호조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종합주가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현재의 우리경제는 엄청난 혈세와 실직자의 눈물을 자양분 삼아 피어난 고통스런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현재 안팎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식으면서 성장동력이 떨어져 청년실업이 늘고 있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해 3차 '오일쇼크'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로 원화값이 고평가되면서 수출업체들은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비명이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는 '늙은 국가'를 앞당기고 있다.

◇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

외환위기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불러 기업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견실하게 바꿔놨지만 성장률 하락 속에 일자리 창출 능력을 현저하게 약화시켰다. 1970∼1980년에 연평균 7.0%, 1980∼1990년에 8.4%, 1990∼1997년에 7.0%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0∼2006년에는 4.5%로 낮아졌다.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고 노동투입이 둔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중반까지 연 7% 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왕성한 투자와 교육 수준이 높은 풍부한 노동력 등 생산요소의 투입이 급속도로 늘면서 생산성 향상이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단기실적 향상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했다. 대우 등 차입 위주의 공격적 확장 투자를 하던 재벌들이 무너지면서 기업들은 재무건전성 향상 위주로 경영방식을 바꾸게 되고 설비투자에는 소홀하게 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연평균 실질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두환 정부(1983∼1987년) 14.9%, 노태우 정부(1988∼1992년) 12.1% 등 두 자릿수를 이어오다 외환위기를 맞게 된 김영삼 정부(1993∼1997년) 시절 7.9%로 떨어진 뒤 김대중 정부(1998∼2002년) 시절에는 0.6%로 급감했다.

외환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난 2003년 이후 노무현 정부(2003∼2006년)의 연평균 실질 설비투자 증감튤은 3.9%로 다소 회복됐으나 아직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수익성 중시의 보수적 투자경향이 확산되면서 상장 제조업체들의 총자산대비 현금보유 비중은 2000년대 초반까지 7% 이하에 머물렀으나 2005년 10% 이상으로 확대됐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투입도 둔화되면서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성장률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천달러에서 1만7천달러로 상승하는 동안 주요 선진국의 실질 GDP 증가율을 살펴보면 캐나다(4.1%), 프랑스(3.2%), 독일(2.7%), 이탈리아(2.9%), 일본(3.4%), 영국(2.6%), 미국(3.2%) 등으로 대부분 우리나라(4.2%)에 비해 낮았다.

환란을 극복하면서 급등한 부동산 가격도 성장률을 낮추고 양극화를 부추겼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일부 개발지역, 수도권 내에서는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이는 빈부격차를 확대시켰다. 개인은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투기에 뛰어들면서 생산성 저하를 가중시켰다.

◇ 투자확대로 성장의 질 높여야

환란이 극복된 후 들어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기존 우리 경제가 성장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본 반면 참여정부는 적극적인 사회복지정책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성장과 분배가 같이 갈 수 있다고 보고 정책을 폈다.

임종룡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거시지표가 여럿 있는데 이 가운데 성장률만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시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성장률에만 집착해서 경제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 시기보다 문민정부, 6공화국 시기에 경제성장률이 더 높은 것은 경제성숙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경제의 발전 단계를 무시하고 높은 수치의 성장률만이 '지고지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발경제시대의 낡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저성장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측에서는 최근의 저성장은 안정적인 고용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에 분배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분배관계를 호전시키는 방법은 바로 저성장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다음달 있을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높은 성장률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5%에 못미치고 있지만 후보들은 6~8%까지 매년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내세우는 다양한 비전을 보면 꼭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옛날처럼 두자릿수 이상 고성장 트랙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6∼7% 성장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다시 투자하는 구조로 가도록 여건을 조성해 줄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특구를 내실화하고 국내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난 10년간은 투자가 매우 저조해 성장잠재력이 매우 약화돼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단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을 다시 키울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철 전경련 고문은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규제를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불법 노사분규에 대해서는 법을 엄정히 집행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노력하는 한편 혁신과 창조의 능력을 갖춘 핵심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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