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박수근 작품 위작사건 증거로 그림자료 19쪽 첨부
“이게 구속영장이야, 미술 도록(圖錄)이야?”
2005년 이중섭·박수근 화백 작품의 위작 파문을 일으켰다가 지난 25일 구속된 한국고서연구회 고문 김용수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여러모로 특이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김씨 영장에 증거 자료로 155점의 이중섭 화백 가짜 그림 사진을 싣고, 그 옆에 위작 수법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그래서 범죄 사실이 적힌 구속영장 청구서는 9쪽인데, 증거로 첨부된 그림 자료가 19쪽이나 됐다.
김씨가 소장하고 있던 두 화백의 가짜 작품은 총 2834점. 검찰은 그 가운데 김씨가 그림을 베꼈거나 서명을 위조한 것으로 밝혀진 155점만 증거 자료로 냈다고 한다. 김씨는 ‘이중섭 30주기 전시회’(1979년), ‘동숭미술관 이중섭 미공개작’(1985) 같은 이 화백의 각종 도록에서 그림 이미지를 짜깁기한 뒤, 먹지를 대고 본을 떠 색칠을 하고 서명도 위조해 가짜 그림을 만들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이 그림들을 2000∼2002년쯤 만들었는데, 오래된 것처럼 보이려고 낡은 한지 등을 썼다고 한다.
영장은 또 전문 분야를 수사 대상으로 해서인지 영장 곳곳에 각주(脚註·본문 아래에 쓰는 간단한 설명)도 등장해 논문 같은 느낌도 든다. 두 화백의 경력, 그리고 김씨가 가짜 그림을 만들 때 쓴 물감에 대한 설명이 각주에 담겼다.
검찰은 각주에서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진품은 각각 400여 점과 450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김씨는 “이 화백의 작품 1069점, 박 화백 작품 1765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위작이란 의심을 샀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이 김씨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면서 위작에 대해 몰수 선고를 하면 가짜 작품에 ‘위작’ 도장을 찍어 박물관에 보관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몰수된 그림은 폐기처분해야 하는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대형 위작 사건이었던 만큼 역사로서 보존할 가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물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