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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힐튼가(家)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Hilton)이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할리우드의 문제아로 알려졌지만 직접 얼굴을 본 사람들, 특히 남성들은 그 미소에 그간의 소문을 쉽게 잊어버리는 듯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컷 생쥐도 힐튼을 보면 고통을 잊는다고 한다. 생쥐도 그 미소에 반한 것일까.

◆여배우 사진에 생쥐 수컷도 행복?

힐튼의 진통(鎭痛)효과는 캐나다 맥길대 제프리 모길(Mogil) 교수가 밝혀냈다. 생쥐는 주사를 맞고 나면 고통에 그 부분을 자주 핥는다.






그런데 사람이 다가가면 주사 맞은 부위를 핥는 횟수가 급감한다. 모길 교수는 생쥐가 냄새로 사람이 온 것을 알아채는지, 아니면 눈으로 보고 안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힐튼을 동원했다.

생쥐에게 주사를 놓은 뒤 TV쇼에 나온 힐튼의 모습이 인쇄된 실물 크기의 광고판을 보여주자 수컷 생쥐는 그전보다 주사 부위를 덜 핥았다. 반면 암컷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모길 교수는 이달 초 미국 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과 마주친 수컷 생쥐에서는 통증을 뇌로 전달하게 하는 유전자의 활동이 위축됐다. 힐튼 사진이 신경활동을 변화시켜 진통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힐튼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광고판을 위로 올리자 진통효과는 사라졌다.

◆사람 스트레스에 고통은 뒷전

그렇다고 수컷 생쥐가 힐튼의 미소에 홀린 것은 아니다. 모길 교수는 수컷 생쥐가 사람 사진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고통을 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생쥐가 고양이와 마주치거나 고양이 냄새를 맡으면 고통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적이 곁에 있는데 주사 맞은 부위가 아프다고 한가롭게 핥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쥐는 사람 역시 천적으로 간주한다. 연구원이 다가오거나 사람의 사진이 보이면 천적이 왔다는 스트레스에 고통을 잊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수컷 생쥐만 힐튼에게 반응한 것일까. 모길 교수는 성별(性別)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캐나다 댈하우지대의 타라 페롯-시날(Perrot-Sinal)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고양이가 오랫동안 착용했던 목걸이를 생쥐 곁에 한 시간 동안 두면 수컷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암컷은 별 변화가 없었다.

수컷이 암컷보다 스트레스에 민감하다는 사실은 고등동물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원숭이나 침팬지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도 암컷은 시큰둥하다. 하지만 수컷은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수컷이 나타나거나 아래 수컷이 반란을 꾀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붉은 머리 여성이 진통제 잘 들어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는 “성별에 따라 통증이나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경로가 다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모길 교수가 고등동물에서 잘 알려진 사실을 생쥐에서도 연구하는 것은 유전자 변형 실험을 통해 관련 유전자를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모길 교수는 생쥐를 이용해 진통제가 남녀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뇌의 ‘카파-오피오이드(kappa-opioid) 수용체’라고 불리는 부위에 작용하는 진통제는 유독 여성에서만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길 교수는 이 진통제가 여성에 잘 듣는 이유가 ‘Mc1r’ 유전자의 특정 변형체 때문임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생쥐에서 이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했더니 성별에 따른 진통효과의 차이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 연구를 통해 머리카락 색이 붉은 여성에게서 진통제가 더 잘 듣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Mc1r 유전자는 신경신호 전달뿐 아니라 색소 형성에도 관여해 머리카락을 붉게 하고 피부색은 하얗게 만든다. 실제로 사람 대상 실험에서 머리카락 색이 붉고 피부가 하얀 여성에게서 진통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검은 머리용, 붉은 머리용 진통제가 따로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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