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처음부터 '경고'하고 시작했다.

"<100분 토론>이 (대선) 후보들에게 그렇게 쉬운 관문은 아니다."

정말 그랬다. 확실히 한국 언론인 영향력 1위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MBC <100분 토론>은 만만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은 에둘러 가는 법이 없었고, 후보의 대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시 물고 늘어졌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1일 그토록 고대하던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스스로 "두 달 동안 기다렸다"고 말할 정도로 문 후보는 공중파 TV 토론 프로그램 출연을 갈망해 왔다. 전국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바람대로 100분 동안 공중파를 탔고, 그의 토론 모습은 전국에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토론 성적표는? 사실 문 후보는 <100분 토론> 출연을 위해 스튜디오를 빌려 연습을 하는 등 준비에 큰 공을 들였다. 1일에는 아무런 외부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문 후보는 들인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었을까?

문국현 "연습은 많이 했는데..."

2일 새벽 <100분 토론>이 끝나자마자 문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사실 전화를 하는 게 실례인 시각이었지만 그들의 평가와 반응을 듣고 싶었다. 그 때 이미 문 후보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고, <100분 토론> 시청자 게시판과 다음 <아고라>에는 수천 개의 네티즌 글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의 참모들은 평가는?

"연습을 많이 하긴 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후보가 명확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지지 못한 것 같다. 공격적인 패널들에 맞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긴장했던 것 같다."





이 캠프 관계자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캠프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줬다. 문 후보 대변인 장유식 변호사의 목소리에도 역시 힘이 없었다. 장 대변인은 "본격적인 공중파 토론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후보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100분 토론>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패널로 나온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황정미 <세계일보> 정치전문 기자는 공격적인 질문을 사정없이 던졌다.

진행자 손석희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치 초년생' 문 후보는 초반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은 시작부터 예민한 문제를 건드렸다.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최 제17대 대통령후보 초청 인터넷토론회가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칭)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후보를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손석희 "<100분 토론>에 나오길 굉장히 원했다고 들었다."
문국현 "두 달이나 기다렸다."
손석희 "많이 준비했나."
문국현 "많이 배우고 검증받으러 왔다."
손석희 "오늘 <뉴스데스크>를 보니까 이회창 전 총재가 나와서 문 후보 지지율이 4위로 밀렸더라. '좀 더 일찍 정치에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은 안 해 봤나."
문국현 "물론 일찍 나왔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으나, 내 입장에서는 7월에 결심하고서는 전 속력내서 이 자리까지 왔다."
손석희 "대학 때 별명이 '공자'인데, 그만큼 늘 바른 이야기만 한다는 말인데, 거꾸로 보면 재미없는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만족하나?"
문국현 "공자는 원칙을 중요시 하지만, 굉장히 혁명적 기질을 갖고 있었다."

곧바로 정치 분야의 토론이 시작됐다. 패널들은 현실 정치 경력 1년 미만의 문 후보를 매섭게 파고들었다.


황정미 기자는 "대통령 자리가 1개월 만에 결심해서 되는 자린가?"라고 물었고, 홍윤기 교수는 "창조한국당이 급조된 정당 같다"고 꼬집었으며, 권영준 교수는 "밀가루 없이 빵 만들 수 없다"는 비유로 지지 의원이 많지 않은 문 후보의 아픈 부분을 찔렀다.

이에 문 후보는 "한 쪽은 부패했고(한나라당), 다른 한 쪽은 국민을 실명시켰다(대통합민주신당)"며 "과거에 얼마만큼의 정치 경력을 갖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곧 빠지고, 나의 지지율은 오를 것"이라며 "이회창 전 총재가 나오면 한나라당은 둘로 나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낡은 후보? 너무 독단적 표현 아닌가?"

특히 이날 권영준 교수는 문 후보에게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방송 초반 권 교수와 문 후보가 벌인 토론 일부를 보자.

권영준 "국민의 뜻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문국현 "국민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권영준 "(말을 끊으며) 귀를 기울이는 방법은 뭐라 생각하나?"
문국현 "우선 현장에 많이 가봐야…."
권영준 "(다시 말을 끊으며) 4800만 명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뜻을 간접적으로 평가한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방법은 뭐라 보는가."
문국현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권영준 "(또 말을 끊으며) 지지율 높은 것도 그 증거로 볼 수 있지 않나."
문국현 "그렇다."
권영준 "현재 가장 지지율 높은 후보가 계속 (문 후보가) 말하는 야권의 한 후보 같은데…. 그 사람이 문 후보보다 지지율이 훨씬 높다. 그런데, 국민의 뜻이 없고, 부패하고 구정치인이며, 낡은 후보…. 이렇게 치부하는 건 너무 선정적이고 독단적인 표현 아닌가?"

이날 권 교수와 문 후보의 토론은 진행자 손석희 교수가 "후보를 공격하는 건 얼마든지 세게 공격해도 좋은데, 혹시 감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단어 선택은…(주의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치열했다.

또 권 교수는 방송 후반부에 "유일한 박사를 존경하면 그 분처럼 전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문 후보는 "억지로 강요하지 말라, 평소에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런 '까칠한' 권 교수의 토론 태도는 곧바로 문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 권 교수는 2일 새벽 2시께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많은 네티진들은 "<100분 토론>이 재산 헌납을 약속하는 자리냐"며 권 교수를 비판했다.


▲ <100분 토론> 직후 <네이버>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른 권영준 교수.  
ⓒ 박상규  




토론회 초반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인 문 후보는 경제 분야 토론이 벌어진 중반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는 경제 분야 토론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대고 자신의 경험을 거론하며 패널들의 물음에 여유있게 답했다.

문 후보는 "잠재성장률 4~5%에 중소기업 생산성을 2배로 올려 매년 2% 이상 총요소 생산성이 오르고 환동해경제협력벨트로 1%,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이 되면 1% 해서 경제 성장률 8%까지 갈 수 있다"며 주장했다.

또 문 후보는 "건설부패 70조원을 절약해 교육과 중소기업 육성에 쓰겠다"며 "안보와 국방도 환동해경제협력벨트를 통한 국제 협력을 많은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범여권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문 후보는 "사람(후보) 단일화 개념은 2002년도에 한 번 써서 국민들이 2007년에는 그렇게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신 토론을 통한 이념과 가치가 같은 정치세력과의 연정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으로 문 후보는 공중파 토론회의 혹독한 입문식을 치렀다. 그러나 자신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인터넷 공간에서의 힘을 보여줬다.




Comment '1'
  • ?
    대통령 2008.03.21 10:25
    권교수의 이력을 살펴보면. 한나라당과 연관이 있었음을 한눈에 알수있지요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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