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1일부로 군 생활 내의 TV 시청에서 e스포츠 및 게임 전문 채널의 송출을 금지시켰습니다. 군에서는 인터넷 TV(IP TV)를 통해 현재 OGN과 스포TV 게임즈 등의 게임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데, 이런 방송을 군 내에서 차단시킨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60만 장병들의 채널 선택권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국방부에서 군 내에 게임 방송 송출을 차단한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에 만연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한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하루 종일 게임 채널만 틀어놓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게임 채널 송출을 금지했다”라고 말했는데, 무슨 군대가 일반 사회도 아니고 엄연히 명령체제로 돌아가는 곳에서 하루 종일 게임 채널만 본다는 게 과연 말이나 되는 일인지 의문입니다.
어떻게 하루 종일 게임 채널만 틀어놓을 수 있는지...
나아가 국방부 관계자는 “게임 방송을 보면서 게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막아놓았다”고 덧붙였는데, 그렇다면 음악 채널이나 드라마 채널 같은 것은 왜 송출을 금지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이나 음악, 드라마 등은 모두 군 내에서 장병들이 휴식 시간을 이용해 시청하는 것들 중 하나인데, 거기서 게임 채널만 금지한다는 것은 악의적인 의도가 강하다는 것이죠.
게다가 군 내에서는 PC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PC방이라 불리는 사이버지식 정보방 뿐인데, 게임에 빠질 수 있는 여건조차 갖춰지지 않은 군대라는 곳에서 장병들이 어떻게 게임에 빠질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결국 게임 채널 송출 금지는 군 내에서 장병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놀거리를 강제적으로 뺏는 것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오래 사용하지 못하는 사이버지식 정보방에서 누가 게임만 하겠습니까
특히, 이번 게임 방송 송출 금지를 발단으로, 계속해서 장병들의 즐길 거리를 뺏어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음악 채널이나 각종 예능을 볼 수 있는 케이블 채널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으며, 공중파만 시청하게 만드는 군의 강제적 조치도 결코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아가 외출이나 휴가 후 복귀할 때 반입할 수 있는 도서의 권한도 제한될지 모르고요. 게임잡지나 맥심(MAXIM)과 같은 성인 취향의 남성 잡지 반입도 금지시킬 수 있습니다.
많은 장병들이 애독하는 잡지, 맥심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징병제입니다. 성인 남자라면 사지가 멀쩡하다는 전제 하에 군대에 끌려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도 강제적으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게임 채널 송출 금지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수많은 장병들을 마치 군에 종속시키려는 강제적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군대 끌려 온 것도 억울한데, TV도 마음대로 못 보게 한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본인은 이미 예비군도 끝나고 민방위를 다니는 아저씨에 불과하지만, 부디 하루 빨리 군 내의 게임 채널 송출 금지를 철회하여 장병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 채널 선택권을 그들의 손에 다시 쥐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채널 선택권이 다시 장병들의 손에 돌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