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로 게임 개발사들이 몸살을 앓으면서 내놓은 대책은 기존의 해커들이 쉽게 뚫을 수 없는 강력한 락(Lock) 시스템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데누보(Denuvo)라고 불리는 락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작품들이 데누보를 사용해 불법복제와 힘겨운 싸움을 펼쳐나갔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뚫리지 않는 보안은 없듯이 데누보로 철통방어를 하기는 100%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사들도 이를 알고는 있지만, 발매하자마자 각종 토렌트 사이트에 뜨는 것보다는 최대 몇 개월만이라도 불법복제판이 뜨는 것을 늦추기 위해 데누보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데누보를 적용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
알다시피 게임과 영화는 초반 흥행이 판매량이나 관객 수를 좌우합니다. 지속해서 다른 작품들이 출시되거나 개봉되기 때문인데요. 그런 점에서 발매과 함께 불법복제판이 돌면 상당히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누보는 그런 불상사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던 것이죠.
발매하기 무섭게 각종 토렌트 사이트에 뜨는 게임들
데누보가 처음 사용된 게임은 <피파 15>였습니다. 불법복제판이 돌기까지는 약 3개월의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초기 판매량은 지키면서 데누보의 위력을 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피파 16, 17>, <저스트 코즈 3>,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 <파크라이 프라이멀>, <둠> 등 나름 대작 위주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데누보가 사용되면서 불법복제판이 뜨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데 성공 했습니다.
데누보를 적용한 각종 게임들
하지만, 지난 1월25일 전 세계에서 발매한 <바이오 하자드 7>이 단 5일 만에 뚫리면서 데누보의 위상에 금이 갔습니다. 뚫리지 않는 방패란 없지만, 이번 공격은 너무나 쉽게 뚫리면서 데누보로 초반 판매량을 확보하겠다는 캡콤의 예상이 빗나간 것입니다.
특히, 이번 <바이오 하자드 7>은 정식 넘버링을 달은 시리즈의 실질적인 후속작으로서, 기존의 3인칭 시점을 버리고 1인칭 시점에 VR까지 도입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꾀해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게다가 좀비 액션으로 변모한 시리즈의 특징을 과감히 없애고, 정통 호러 게임으로 돌아온 점도 많은 환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이없게 5일 만에 데누보가 뚫리면서 현재 흐름이 좋은 판매량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정통 호러로 돌아온 <바이오 하자드 7>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누노를 사용하는 게임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조만간 발매를 앞둔 <고스트리콘 와일드랜드>, <포 아너> 등의 작품을 비롯해 <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도 데누보를 적용해 발매될 예정입니다. 창과 방패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