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독>은 2011년 스마트폰을 필두로 하는 모바일 게임 초창기에 흥행했던 작품으로서, 당시는 지금처럼 모바일 게임의 숫자가 난무할 때가 아니라 캐주얼에 기반을 둔 게임들이 많았다. <팔라독>도 그 중 하나로서, 나름대로 높은 팬층을 유지하며 모바일 게임의 재미를 알려준 공신이기도 하다.
당시 <앵그리버드>와 함께 참 재미있게 즐겼던 원작 <팔라독>
디펜스 게임이었던 <팔라독>은 횡스크롤 구성을 바탕으로 우측에서 몰려오는 다양한 적들의 공격을 막으면서, 계속 전진해 적의 본진을 파괴하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0년이 지나 최근 새롭게 출시된 <팔라독 택틱스>는 원작이 가진 디펜스 게임의 모습을 과감히 버렸다. 원작의 IP와 캐릭터성 및 비주얼은 어느 정도 계승했지만, 게임의 장르와 느낌이 원작과 완전히 다른 노선을 가는 방향을 택한 것. 하지만, 애석하게도 결과물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다.
실시간 성장형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SRPG 장르를 택한 <팔라독 택틱스>는 팔라독과 함께 다양한 히어로들로 하나의 덱을 구성하고, 반대편에서 등장하는 적들과 전투를 펼치는 구조로 게임이 진행된다. 웨이브에 따라 많은 적들이 등장하는 디펜스 게임 특유의 긴장감 보다는 두 부대가 서로 대치하고 힘을 겨루는 느낌이다.
히어로들을 적당히 배치해 덱을 구성하고
힘대 힘의 대결을 펼쳐보자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자원을 소모해 덱에 포함된 히어로 중 원하는 히어로를 지속적으로 투입하여 병력을 늘리고, 최종적으로는 적 진영에서 등장하는 보스를 제거해 상대와의 힘 겨루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원작 <팔라독>을 플레이 해 본 입장에서는 디펜스 특유의 쫄깃함이 사라져 아쉽고, 두 진영의 대립에 있어서도 유닛을 추가로 생산하는 것 외에 유저가 개입할 여지는 사실상 적다.
1-1, 1-2 등의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에 초반부터 사용 가능한 자동전투와 X2 속도는 현재 만연한 모바일 게임의 기본 공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자동전투와 X2 속도를 초반부터 지원하지 않았다면 게임 내내 지루함이 가중됐을 정도로, 전반적인 전투는 보는 재미와 플레이하는 재미 모두에서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스테이지의 숫자는 많고, 끝까지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여러 가지로 원작 <팔라독>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원작의 경우 지금 플레이해도 재미있을 정도로 다양한 유닛을 조합해 적의 공세를 막고, 전세를 역전시키는 재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팔라독을 활용한 다양한 스킬과 장비 등 성장의 요소까지 더해 높은 중독성까지 자랑했다. 자동전투를 지원하지 않아 수동전투를 통해 디펜스 게임도 전략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팔라독 택틱스>도 장르에 걸맞은 다양한 컨텐츠는 준비되어 있다. 스킨을 통해 팔라독의 외형과 함께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고, 동일한 타입의 유닛을 여러 명 배치하면 특수 효과도 발동된다. 다양한 도안과 재료를 모으면 스킨과 무기를 제작할 수 있으며, 무기에는 스톤을 장착해 특수 스킬을 사용하기도 한다.
원작 <팔라독>에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컨텐츠는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의 핵심이기도 한 전투 자체가 가지는 재미의 부재는 생각보다 심각하며, 그에 따라스테이지를 클리어 했을 때의 감흥도 적다. 그 외에 부수적인 컨텐츠인 무한 웨이브 모험 모드, 요일 던전, 아레나, 탐험 등 비슷한 성격의 모바일 게임들과 차별화되지 않은 컨텐츠가 가득하다. 그런 점에서 과거 순수한 의미로서, 재미에만 포커스를 맞춘 원작 <팔라독>이 그립고,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IP의 몰락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장르의 변화로 전혀 다른 게임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