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잔인하다는 표현은 고어물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슬프도록 잔인하다는 말은 그 의미가 제법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 역설적인 이 두개의 의미가 서로 동존해 있고, 그로 인해 게이머에게는 더 없이 슬프고 잔인하게 다가온 게임, 바로 워킹데드의 이야기 입니다.
미드 이야기부터 먼저 하자면, 워킹데드는 사실상 좀비라는 소재 위에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더한 휴먼 드라마의 모습이 최근 강했습니다. 좀비와의 시원한 액션을 기대한 시청자는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좀비화된 세계에서 살아남아 살아가는 저마다의 사람들. 그런 모습을 그려낸 최근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신선했고 묘한 재미를 낳기도 했습니다.
게임 워킹데드는 미드 워킹데드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죽으면 좀비가 된다는 설정을 빌려온 것 외에 인물이나 스토리 라인은 게임 워킹데드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어쩌면 게임 워킹데드가 2012년에 발매됐으니, 드라마가 게임 워킹데드의 장점을 흡수한지도 모르겠지만 게임 워킹데드는 좀비와의 대전보다 다양한 인물들이 좀비화된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재미나게 풀어 놓았습니다.
다양한 인물들, 그들과의 교류가 게임의 핵심
특히,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이후의 줄거리나 인물들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선택 하나 하나에 무척이나 신중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 선택이란 단순히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와 같은 것이 아니라 간혹 다른 인물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선택보다도 슬프고 잔인하게 다가옵니다. 더군다나 이런 선택의 순간이 단 한 번이 아닌 매 순간마다 등장하여 게이머 스스로를 고민스럽게 만듭니다.
또한, 여러 인물들과의 대화에서도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게이머에게 적대적이거나 혹은 선의를 품게 됩니다. 말 그대로 나의 선택이 이후의 스토리 향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선택의 순간은 매 순간 다가옵니다
개발사인 텔테일의 뛰어난 카툰 그래픽은 3D로 구현된 캐릭터 못지 않은 현실감을 전해 주고, 호소력 깊은 성우들의 연기력은 한 편의 영화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미드 방식을 채택해 각 에피소드의 끝과 처음 부분에서는 다음 에피소드의 예고장면과 지난 줄거리를 삽입하면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 점도 돋보입니다.
이야기가 종반부에 다다르면 게이머는 어느 정도 결말을 예측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결말에 이르는 과정과 마지막의 선택 또한 너무나 슬프고 잔인할 뿐입니다.
게이머는 주인공 리를 움직여 자신의 의견을 대변하지만, 그가 지키는 소녀 클렘과 함께하기에 리가 아닌 클렘의 입장에서도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까지 주인공 개인이 아닌 이렇게 다른 파트너와 연대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작품은 꽤나 많았습니다. 최근작 중에 빅 대디와 리틀 시스터(바이오쇼크 2), 부커와 엘리자베스(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조엘과 엘리(라스트 오브 어스) 등등 말이죠. 하지만, 위 작품과 비교해 리와 클렘의 유대 관계도 더 없이 끈끈합니다.
게임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클렘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게다가 워킹데드는 이제 거의 명목이 끊겼다고 할 수 있는 어드벤처 작품으로써도 의의가 깊습니다. 정통 어드벤처 마니아들은 콧방귀를 뀔 만한 난이도지만, 도구를 획득하고 그것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나가며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어드벤처의 기본 요소는 충실히 갖추고 있는 것이죠.
최근 워킹데드 시즌 2의 첫 에피소드가 출시됐으며, 이미 공개된 스크린 샷을 통해 클렘의 등장 또한 확인 되었습니다. 또 다시 게이머에게 슬프고도 잔인한 선택을 부여할 것이 분명하지만 텔테일의 새로운 스토리라인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구를 가지고 문제를 풀거나, 관찰하는 등 어드벤처 요소는 충실합니다
시즌 2에서도 클렘의 모험은 계속됩니다
스팀에 새로운 시즌 나왔던데 해보고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