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의 출혈 경쟁과 담합을 체험해보다 (4496) 게임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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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주말에 가끔 가는 단골 PC방에 갑작스럽고 파격적인 이벤트가 생겼다.

이용요금을 시간 당 800원 꼴에서 300원으로 대폭 인하한 것이었다.

보통 한번에 정액 20,000원을 충전해서 26시간을 다 소진할 때까지 이용하곤 했는데 갑자기 300원으로 인하되니 개이득인 상황이 되었다.

쓰는 돈은 같은데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갑자기 66시간 가량이 되어버리니 왠지 여유가 생긴 느낌에 더불어 PC방을 공짜로 이용하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싸긴 싸서 좋다만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자기 이 같은 파격적인 인하를 한 이유는 곧 알게 되었다.

이 PC방 근처에 신규 PC방이 생겼고 그곳에서 손님 유치를 위해 시간당 400원의 이용요금을 책정한 것이 발단이었던 것이다.

그에 발끈한 내 단골PC방이 맞대응해 시간당 300원이라는 요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말로만 들었던 묻지마식 출혈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상황이 이 동네에서도 발생하다니 기분이 좀 묘했다.

요즘 PC방 운영 환경이 많이 안좋다던데 과연 3백원, 4백원 요금을 받고 운영이 제대로 될까 하는 손님으로서의 쓸데없는 걱정까지 들었다.

그렇게 몇달을 공짜로 이용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개꿀을 빨았다.

오버워치를 열심히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얼마전, 충전했던 시간이 다 소진되어 다시 충전을 하려고 만원을 내었다.

그런데 충전된 시간을 확인해보니 33시간이 아닌 13시간이 충전되어 있던 것이다.

혹시 카운터에서 실수를 했나싶어 메시지로 제대로 충전됐는지 물어봤다.


몇 초 후에 메시지 답변이 아닌, 주인 아저씨께서 직접 내 자리로 오셔서 안그래도 오버워치를 하는데 계속 져서 빡쳐있던 내게 멋쩍은 웃음을 띄면서 한마디 하셨다.

'일주일 전에 다시 요금 인상을 했는데 아직 모르셨나봐요'

'그런가요?'

'이 동네 주변 PC방 다같이 올랐습니다.'


다같이 올랐다라? 아무래도 담합을 한 것 같았다.

이는 경쟁 PC방과 은밀한 협의를 통해 출혈경쟁을 끝냈다는 얘기였다.


요금이 단지 이전 상태로 복구된 것일 뿐인데 한동안 내던 금액보다 확 올라버리니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새삼스럽게 300원과 800원의 차이를 무지하게 느끼고 씁쓸해졌다.

좋은 시절은 다 갔구나...


그래도 PC방 요금은 초창기와 비교해 별차이가 없고 오히려 더 하락한 게 현실인데 내가 이해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그동안 주인들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짧은 기간이었지만 꿀을 빨았던 것에 만족하고 말아야겠다.

근데 왜 내 오버워치 경쟁전 점수는 복구가 안되는 것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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