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위상이 위태롭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몇 가지 사례를 들춰보면 국내 온라인 게임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엔씨의 명성도 이제는 한 풀 꺾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얼마 전 엔씨는 메카닉 슈팅 액션 게임 '프로젝트 혼'의 개발을 취소 했습니다. 지난 3월 프로젝트 혼의 개발팀인 TEAM HON에서 일부 직원들이 수천 만 원 대의 개발 자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 혼의 개발 일정에는 결코 영향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개발중인 신작이 취소된 것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프로젝트 혼의 개발을 취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런 말에 곧이곧대로 수긍할 이는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간 신작이 없던 엔씨소프트에 있어 이미 공식 발표까지 한 타이틀을 취소한다는 것은 라인업의 축소와 함께 딱히 현재 기대되는 타이틀이 '리니지 이터널' 하나로 압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엔씨의 신작 마스터X마스터(이하 MXM)가 두 번째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테스트는 CBT가 아닌 오픈형 테크니컬 베타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시행됐지만, 최근 트리 오브 세이비어 같은 나름 인지도 있는 개발사 및 작품들의 경우 CBT 인원을 선정해 선택된 테스터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MXM은 누구나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단순히 테스트의 목적 외에 홍보라는 목적 또한 내포하고 있던 것이죠.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1차 CBT보다 조금 나아진 수준이지만, 그리 호의적이지는 못합니다. AOS의 룰을 답습한 티탄의 유적은 평가가 양호한 반면, 답답한 PVE 진행과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테스트에 참가한 유저 대부분은 알 것입니다. 이대로 내놓으면 엔씨라는 네임밸류에 흠집만 내고, 결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기억을 더듬어 지난 3월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은 일본에서 정액제 서비스를 버리고, 무료화로 전환 되었습니다. 현재 블소는 일본과 대만, 중국에 서비스 중인데 대만과 중국은 이미 무료화로 전환되었으며 일본을 끝으로 해외에서는 모두 무료로 전환 된 것입니다. 요금제 변경은 당초 시장 조사를 통해 정액제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유저 숫자가 적거나 인기가 급감하면서 내린 마지막 방법이라는 점에서 블소의 인기가 해외에서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5년 1분기 실적도 좋지 못합니다. 1분기 영업이익이 4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8%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무려 48.65% 감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매출 또한 1,8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했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20% 감소했습니다.
매출을 보면 한국이 가장 높고, 그 중에서도 리니지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리니지의 경우 리니지 2와 비교하면 매출이 무려 6배나 차이가 날 정도. 리니지로 시작해 현재까지 리니지로 연명한다는 것은 엔씨에게 있어 리니지의 중요도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리니지를 받쳐줄 작품이 몇 년째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많은 게임 업체는 시장의 변화에 맞춰 탈출구를 찾고자 했던 것과 비교해 엔씨는 자신이 잘 아는 길만 가고자 했던 것도 문제입니다. 즉, 시장의 변화에 맞춰 이제는 모바일에서도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춰야 하지만 엔씨의 모바일 시장 진입이나 움직임은 거북이와 같습니다. 이미 자사의 유명 IP를 몇 가지 갖고 있어 이를 활용한 모바일 시장의 진입도 용이 할 텐데 PC 온라인만 고집하는 것도 시대를 역행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련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