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8 23:26

리니지의 아성(牙城)

조회 5521 추천 0 댓글 8


국내 MUG(Multi User Graphic)게임의 시초는 ‘바람의나라’였고 이 생소한 장르는 게임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왔지만,

오히려 4년 뒤에 서비스가 시작된 리니지의 영향은 일상생활에까지 미칠 정도로 더 거대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예로 ‘리니지폐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각종 사회문제를 낳았으며, MUG게임 최초로 대중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리니지는 2004년 블리자드의 WOW(World Of Warcraft)가 국내서비스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 후속작인 리니지2에게도 국내 게임순위 1위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정도로

리니지는 과거 국내 게임이 넘어야할 거대한 성이었고 '트렌드'였다.

여기서 필자는 무엇이 리니지를 정상에 올려놓았으며, 어떤점이 유저들의 깊은 몰입을 가져오는지

필자의 짧은 필력으로 국내 게임역사의 한 페이지를 풍미(風靡)한 리니지에 대해 감히 평해보고자 한다.


1. 리니지의 장르와 PVP

게임의 장르를 크게 아케이드, 롤플레잉, 시뮬레이션, 어드벤처로 나눈다고 볼 때,

리니지는 여기 이 롤플레잉(Role-Playing)에 다중접속이라는 의미를 가미하여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라고 일컬어진다.

여기서 대한민국 RPG의 Role은 역할보다 육성이라는 의미가 강하며, 리니지 역시 케릭터의 성장과 변화에

아주 민감한 게임이다. 다만 지금껏 있어왔던 게임들의 대부분은 몬스터와 퀘스트를 통한 육성을 강조했다면,

리니지는 유저와 유저와의 대결, 즉 PVP(Player Vs. Player)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육성은 이를 위한 밑바탕으로 두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리니지의 PVP의 어떤 점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게 만드는지에 대해 짧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PVP에서 유저가 서로 경쟁하면서 스스로의 힘을 키우고 명성을 쌓는 행동들은 그 목적성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주장을 돕기 위해 심리학적 이론 중,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매슬로[Maslow, Abraham H, 1908~1970]는 인간의 욕구가 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를 향해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그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그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는 소위 욕구 단계설(needs hierachy)을 추구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하위 단계의 욕구는 인간이 살아남고자 필요한 의식주와 깊은 관련이 있는 욕구들이다.

이런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었을때 발생하는 욕구는 상위 단계인 '자기존중의 욕구'이며, PVP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가 게임을 한다는 가정을 할 수 있는 것은 하위욕구의 총족이 전제되었을때에만 가능하기에  '자기존중의 욕구'는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리니지의 PVP는 산발적이고 횟수가 빈번하며,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유저는 '자기존중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받는다. 그리고 이 욕구는 캐릭터 육성의 목적의식으로 발전한다.


2. 리니지와 현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은 국내 초고속 인터넷의 빠른 보급과 개인 컴퓨터의 보급률이 세계 1위에 이르면서,  빠르게 변화되어 갔다.

대표적인 예로 게임 내 아이템은 유저의 지적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아이템 현금거래는

공식 거래 사이트의 등장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에 이르러서는 8000억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요한건 이 거대한 시장의 주요 품목들은 리니지의 아이템들이었다.

당시의 리니지는 PVP를 통해서 상대방의 아이템을 취할 수 있었기때문에 이런 상황들과 맞물려,

무분별한 PK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아이템을 노린 사기행위와 버그를 악용한 PK까지 성행했다.

서서히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기보다 금전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사회적인 문제점들은 각종 매체들에 의해 이슈화가 되었다.

음울한 배경음악처럼 당시의 리니지는 어두웠고, 사회에서 억제될 수 밖에 없었던 어두운 욕망이 배출되는 공간이었다. 

이는 현실에서의 일탈과 현실에서의 금전까지.. 유저들에게 리니지는 마약과도 같았다.


결국 2002년 에피소드11이 패치되면서 더 이상 PVP를 통해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이 한줄이 불러온 파급효과는 엄청나서 리니지의 아이템 가격은 1/10로 줄어들었고, 많은 유저들이 리니지를 떠났다. 

물론 새로운 성향을 가진 유저들이 등장했지만, 이 마저도 중국인 작업장과 오토유저들의 급증으로

신규유저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렇게 리니지는 이때부터 누군가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하게 된다.



3. 리니지의 그래픽





위 그림들은 리니지와 모 2D게임의 원본과 확대 스크린샷을 합쳐놓은 것이다.
(단지 땅이 모래라서 생기는 우연의 일치라고 필자를 귀찮게 하지말아 주었으면 한다.)

리니지의 그래픽은 이차원 Bird's-Eye View(Top View)방식으로 유저는 하늘위에서 게임속 자신의 캐릭터를 내려다보게 된다.

이 방식은 자신의 캐릭터 주변의 사물을 넓게 인식 할 수 있는 장점때문에 주로 적용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본인의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점이 애매해서 자칫 배경과 캐릭터의 이질감을 불러올 수 있는데,

리니지는 도트로 표현된 바탕과 건물, 캐릭터가 색을 적절히 공유함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실제로 볼때 한폭의 그림처럼 잘 어울리며, 이는 2D 특유의 강한 몰입감을 유저에게 선사한다.

캐릭터의 경우 배경 그래픽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데, 이는 대규모 전투를 위해 취해진 특단의 조치로 볼 수 있다.

1998년 리니지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때 국내에는 대규모 PVP를 지원할만한 컴퓨터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캐릭터의 단순한 모션과 비교적 퀄리티가 떨어지는 그래픽은 대규모 전투에서 최적화되었으며,

국내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단체 PVP를 즐길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고, 많은 유저들은 이에 열광했다.


4. 원작의 충실한 구현

앞서 리니지 속의 PVP에 대해 역설(力說)하였지만,

게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섬세한 배경위에 충실히 구현된 원작의 시나리오는 리니지 내의 시스템적 요소가 존재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원작 만화 '리니지'의 혈맹과 반왕과 정통후계자가 벌이는 분쟁은 공성전이라는 리니지의 꽃으로 탄생했다.

시나리오가 제시한 확연한 세계관은 지금껏 있어온 수많은 패치에도 리니지 본연의 색을 잃지 않게 만들었다.

-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리니지의 공성전을 즐겨보지 못했다.

  많은 컨텐츠 가운데 하나만 뽑으라면 단연 1순위를 공성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 공성전을 제대로 즐겨본 유저는 소수이다.

  이 컨텐츠를 적절히 즐기기 위한 거대한 장벽은 레벨과 아이템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런 점때문에 사람들은 리니지를 외면했다고 생각한다.


5. 마무리

이 외에도 리니지에는 인첸트와 마법, 특별한 아이템으로 독특한 재미를 이끌어낸다.
 
이는 주관성이 개입될 요소가 지극히 높고,  글이 난잡해지는 단점이 있어 과감히 삭제했다.

한때 리니지를 플레이한 유저로서, 다시 되돌아보고 자료를 찾아보며, 글을 작성하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ps.이 글은 '게임비평문 공모전'에 어제 출품한 따끈한 글이고..
다시 이곳에 올리면서 적절한 수정을 하였다. 공모전을 한다는 것을 접수마감 불과 3일전에 알았으며,
1일 구상, 개요작성 1일 자료수집 1일 글쓰기라는... 무성의한 일이 발생되게 만들었다...
빈틈도 많지만... 필자가 하루를 꼬박새면서 작성한 글이니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한다.

Comment '8'
  • ?
    마루 2008.11.08 23:50
    제길, 리니지를 레벨2까지 키운거 가지고는 이해를 못하겠어.
  • ?
    2008.11.09 00:07
    매슬로가 욕구의 7단계를 만든건가
    배웠는데 음
    리니지는 그냥 리니지일뿐
  • ?
    나그네v 2008.11.09 02:57
    아직도 국내는 리니지형제가 독보적인 1,2위죠;;;
    1위 리니지2- 동접자10만가량
    2위 리니지-동접자 8~9만 왔다갔다...
    3위 와우-동접자 2~3만-_-;;;

    확실히 국내에서 리니지의 아성을 넘기란 너무 어렵군요....
    아이온이 넘을수 있을지 없을지 지켜보기는것도 좋겠네요~
  • 마루 2008.11.09 12:28
    #나그네v
    문재는 아이온도 엔씨 -_-
  • ?
    천무 2008.11.09 13:15
    아이온이 쉽게 넘을듯;;
  • ?
    미연 2008.11.09 13:48
    중요한건 저희지역에는 아이온을 모르는사람들이 태반이라는거죠
  • ?
    Lunate 2008.11.09 21:15
    저도 비평전에 출품하려고 했으나.

    과제도 과제고 시간도 너무 없고
    무엇보다 분량제한이 조금 크더군요.


    그래서 못했습니다 - _-);;

    뭐 추가적으로는 네오플 공모전에서 떨어진게 좀 크긴 했지요.
    [제기랄, 완벽했는데]


    저는 나름 온라인 게임과 함께한 세대다!

    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리니지는 안해봤습니다. - _-);
    당시 엄청난 정액제 가격[나이에 비해 2만 5천원이 넘는 가격은 정말..ㅎㄷㄷ]과
    각종 여론몰이[당시 좋은 뉴스는 거의 없었죠]등으로

    바람의 나라나 했었죠 - _-)a



    저도 마침 과제 중에 국내 산업 중 마음에 드는 걸 집어서 하라는 과제가 있어
    온라인 게임 산업을 놓고 자료수집을 하는 동안
    리니지를 하지 않았음에도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사에 큰 획을 그은 게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접수 최초10만 돌파
    전세계적으로 4천만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게임.

    물론 지금은 그 명성이 조오금 줄어든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최고의 게임이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 ?
    듀코프 2008.11.09 23:18
    아마 8년전쯤 접했는데 지금까지도 내 인생 최고의 커뮤니티 게임....

    비록 온라인 상이였지만

    그당시 실제 오프라인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라인다툼과 혈맹,우정등등...

    지금도 그당시의 리니지가 문득 그리워집니다 ㅎㅎ


    지금 가보면 오토와 짱개에 깡패 혈로 저주섭이 된 리니지를 보면 착잡하기만 하네요

    소소한 슬라임 경기장의 재미와 나름 레이드라고 할수있는 던전탐험,심심치 않게 카오가되어 반성하고 풀기도하고 몇몇분은 겜 접는다고 경비에게 에볼날려 수십번 눕기도하고 -_-;;


    아마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향수가 젖어있어 그런지는 몰라도 아무리 좋은게임이 나와도 옛 리니지 그때의 추억과 재미를 되찾기는 어려울것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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